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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hwan Aug 11. 2017

미국 교육에서 배울 점들 (3)

팀으로써 함께 성장하기


팀 프로젝트 단위의 수업


한 학기에 보통 4~6개의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었는데, 대부분 팀 프로젝트로 2~3명씩 팀이 꾸려지곤 했다.  내가 디자이너 역할을 했으므로 다른 멤버들은 자연스럽게 프로그래머나 엔지니어, 혹은 그 외의 다른 전문 지식을 가진 학생들과 작업을 했었다.  팀원들이 불어나니 많은 경우 초반에는 의사 결정에 시간이 좀 늘어지게 되면서 프로젝트 진행이 더디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탄력이 붙고 프로젝트 결과물도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좋아지게 되었다.  내가 좋은 팀 멤버를 만나서 그랬을까? 라고 반문하기에는, 내가 팀으로 진행했던 모든 프로젝트들이 나름대로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팀 멤버 개인의 능력을 뛰어넘는 그 무엇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처음에는 혼자 작업을 하는 것이 일정 관리나 일의 집중도 면에서 좋을 수 있다고 생각하여 몇 가지 프로젝트는 혼자 진행했었다.  하지만 초반에는 그럴듯한 모양새가 나오지만 결국 디자이너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특히 코딩 부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려고 혼자 진행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결국 못 만들게 된 경우가 있었다.  이 때문에 다른 팀 멤버의 힘을 자연스레 빌리게 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같이 생각이 맞는 팀 멤버들을 찾게 되었다.


팀 단위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졸업 후에 회사에서 일하는 방식을 자연스럽게 미리 배우게 된다.  비록 결과물의 규모나 완성도면에서는 회사에서 하는 것들과 비교하기는 어렵겠지만,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사용자 테스트, 디자인 검증, 프로토타입 제작, 그리고 최종 프레젠테이션까지 일련의 과정들은 회사에서 하는 것처럼 무척 진지하게 이루어진다. 




좋은 팀 플레이어(Good Team Player)가 되기


팀 단위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한 명의 뛰어난 능력을 지닌 사람보다는 함께 프로젝트를 원활하게 이끌어 갈 사람을 더 선호한다, (물론 뛰어난 능력을 지닌 좋은 팀 플레이어라면 어느 곳에서나 스타가 된다)  좋은 팀 플레이어를 찾는 것은 졸업 후 취업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많은 회사들이 인터뷰 시에 '다른 팀원들과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하는가?' '어떤 방식으로 개발자와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가?' 하는 등의 질문을 하면서 그들이 원하는 팀 플레이어를 추려나간다.  몇 군데의 회사들과 몇 번의 인터뷰가 있었지만, 단 한 번도 학력과 성적에 대한 질문은 없었다.(여기 실리콘 밸리의 분위기를 보건대 단언컨대 아무 데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팀 플레이어가 되기 위한 요건은 어떤 것이 있을까? 여기에서 말하는 좋은 팀 플레이어의 요건은 무엇일까?



강한팀이 되려면?



첫 번째로는 앞서 썼던 글처럼 팀 멤버들과 모든 것을 공유할 줄 알아야 한다.  개인의 프라이버시 영역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에 관련된 지식과 정보를 함께 공유하고 나눠야 한다.  심지어 사적인 부분도 프로젝트 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라면 공유해야 한다.  그래야 팀원들 간에 서로 신뢰가 쌓이기 때문이다.  프로젝트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라서 신뢰는 팀워크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주춧돌이 된다.  소위 '될 만한' 프로젝트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하찮게 보이는 프로젝트라도 이런 기본적인 것들이 탄탄한 '될 만한' 팀에서는 멋진 결과물이 나올 수밖에 없다.



두 번째로는 팀 안에서 '내가 전문가다'라는 확고한 인식을 갖고 주도적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해야 한다.  예전에 나까지 포함해서 4명으로 이루어진 팀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는데, 아직 팀 리더가 정해진 것도 아니었고 어떤 방향이나 일정으로 진행되어야 할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 있었다.  4명 중에 2명은 미국인 학생, 한 명은 중국인 학생, 그리고 한 명은 나였는데, 뭐랄까...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럽게 팀이 두 명의 미국인에 의해서 마지못해 이끌리는 느낌이 들었다.  잘 이끌어 간다면 문제 될 것이 전혀 없었는데, 명확한 방향성도 보이지 않았고, '우리가 의견을 냈고 너네가 반론을 내지 않았으니 이대로 간다'라는 식으로는 프로젝트의 예상 결과물이 비관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내가 예전에 한국에서 회사를 다녔을 때 프로젝트를 리딩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예상되는 프로젝트 일정, 필요한 리소스들, Task List 를 세분화해서 계획을 세우고 거의 매일 팀원들과 1:1로 연락하면서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챙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영어가 완벽하지 않은 동양인이 뭔가 이끌어가려는 제스처를 취하는 모습에 약간 못마땅한 표정을 짓던 그들도,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진행되며 무언가 하나둘씩 만들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되면서 내게 '캡틴'이라는 칭호를 붙여주면서 신뢰를 주기 시작했다.  팀 멤버 모두에게 각각 다른 역할을 부여했고 (코딩 담당, 그래픽 디자인 담당, UX 디자인 담당, 제품 전시 디자인 담당), 그 일에 대해서는 리더인 내가 이러쿵 저러쿵 하기보다는 큰 방향성과 일정을 보여주고 무한 신뢰를 가지고 멤버들 스스로에게 맡기니 모두가 책임감을 가지고 굉장히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었다.  본인이 팀 안에서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기여하는 모습은 다른 팀원들에게도 자극이 되고, 결국에는 모두가 하나의 팀으로써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게 된다.


프로젝트 관련 팀 워크샵 진행 중 모습 (오른쪽에서 두번째 남자가 필자)



마지막으로는 '굿 리스너'(Good Listener) 여야 한다.  이는 두 가지의 의미가 있는데, 하나는 다른 팀 멤버의 의견을 경청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신뢰의 문제이기도 하는데, 팀원 간의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은 상대방의 의견을 아무런 편견 없이 들을 줄 알아야 한다.  여기서는 이것을 'Active Listen'(적극적으로 듣기)라고 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Active Listening'에 관한 위키피디아(Wikipedia)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Active listening is a communication technique used in counseling, training, and conflict resolution.  It requires that the listener fully concentrate, understand, respond and then remember what is being said.  This is opposed to reflective listening where the listener repeats back to the speaker what they have just heard to confirm understanding of both parties.

 

다른 의미로써의 '굿 리스너'는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에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팀 멤버들끼리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내가 상대방에게 가르쳐줄 때도 있고, 상대방으로부터 새로운 것을 배울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자신이 누군가에게 가르쳐 주는 것은 적극적이 되기 쉽지만, 남으로부터 무언가를 배우는 것은 대수롭지 않게 여길 때가 많이 있다.  함께 학교에서 같은 프로젝트를 할 정도의 동료라면, 최소한 본인 정도의 지적 수준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회사에서도 내 주위에 나보다 못한 사람이 없다고 생각을 한다면, 신입사원이든 본인이 모시고 있는 상사든 모든 사람들에게 배울 것들이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문제 해결 능력이 아닌 문제 발견 능력


'문제 해결자'(Problem Solver)라는 어휘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특히나 디자이너라면.  디자이너는 문제를 해결할 줄 아는 통찰력과 아이디어를 제시할 줄 알아야 한다는 개념이었는데, 요즘은 좀 다르다.  왜냐하면 위에 적었듯이 이제 문제는 '팀'이 함께 해결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같은 시대에 디자이너에게 특히 더 많이 요구되는 능력은 '문제 발견' 능력이다.  어떤 것이 문제인지 발견되지 않으면 애초에 해결되지도 않기에, 제대로 된 문제를 발견하고 정확하게 정의하는 능력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뉴욕에서 공부했을 때에도,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거의 유일하게 질문했던 것은 '어떤 것이 문제였는지 발견했니?', '왜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했지?'라는 것이었고, 발견한 내용이 대단하게 들리던지 혹은 사소하게 들리든 간에 크게 호응해 주고 다음 단계로 함께 발전시켜주었다.


비단 디자이너가 아니더라도 문제를 발견하는 능력은 회사에서 일할 때 중요하다.  한국에서는 보통 해야 할 일들이 윗사람으로부터 주어지게 되면 그 스케줄대로 움직인다.  하지만 이 곳에서의 대부분 프로젝트는 본인이 문제라고 생각되는 부분들을 발견해내서 더 좋은 디자인으로, 더 좋은 기능으로 제시하는 프로젝트를 스스로 만들어낸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리소스들(자료, 인력 등)을 찾아내는 것도 스스로 찾아내야 할 영역이다.  문제를 스스로 찾아내지 못하면 일을 할 것이 없으므로 무능한 사람 취급을 받기 쉽다.






3편에 걸친 미국 교육에서 배울 점들 시리즈를 통해서 짧게나마 미국에서 공부하며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던 미국 교육의 장점이라 생각되는 부분들을 담아내려고 노력했습니다.  만약에 더 좋은 점들을 알고 있었음에도 기억이 미치지 못해서 이번 시리즈에 담지 못했던 내용들이 있었다면, 나중에라도 생각나는 대로 별도로 정리하겠습니다.  짧은 시리즈를 읽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s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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