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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hwan Oct 21. 2017

소프트웨어 구매 경험 디자인의 진화

Evolution of UX Design for Purchasing



공짜 인터넷

초기 인터넷이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때에는 '인터넷 = 공짜'라는 개념이 지배적이었는데, 아무래도 초기에 많은 사람들을 인터넷 세계로 끌어들이기 위한 유인책이 아니었나 싶다.  누구나 공짜는 좋아하니까.  그리고 실제로 공짜이기도 하고 말이다.


'인터넷 = 공짜'는 여전히 유효한데('인터넷'을 어느 범위로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사람들이 혼동하는 것 중에 하나가 '인터넷으로 제공되는 서비스 = 공짜'라고 쉽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초기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이 수익모델을 만들기가 어려웠다.  어떤 유료 서비스를 슬그머니 끼워넣기라도 하면 '괘씸하다'라는 항의를 받기 일수였으니까.  대표적인 예로 국내에서 1999년~2000년도 초에 잘 나가던 '프리첼'(Freechal) 서비스는 유료화에 실패해서 한순간에 문을 닫았다.  참고로 당시 프리첼은 다음(Daum) 카페보다 규모가 컸고, 야후(당시 국내 포털 1위)를 위협할 정도였으며 공중파 TV에서 골든타임에 광고를 할 정도였다.


사실 유료화 자체가 사용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것은 아니다.  유료로 제공되던 혜택을 살펴보면 어이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용자 모두가 아니라 커뮤니티 운영자만 유료 서비스(월정액 3300원)에 가입하면 되는 것이었으며, 유료 이용자가 되면 최대 5개의 커뮤니티의 운영을 할 수 있었다.  또한 당시에는 포털 사이트들의 기본 이메일 용량은 매우 적었기에(50메가? 100메가?) 대부분의 포탈 혹은 이메일 서비스가 유료 서비스를 이미 선택적으로 제공하고 있었다.  프리챌 유료 이용자에게는 이 기본 메일 용량을 100배로 확장해주는 혜택도 있었다.  


한때 잘나갔던 프리첼


시간을 두고 사용자들은 유료 서비스로 이끌기보다는, 프리첼의 고압적인 유료화 정책 - '공지된 기간 안에 유료화 하지 않은 커뮤니티는 폐쇄하겠다.' - 때문에 많은 사용자들이 다른 무료 서비스로 갈아타면서 프리첼은 그렇게 대중의 관심 속에서 사라져 갔다.  그만큼 대중들의 머릿속에는 '인터넷과 관련된 것은 공짜여야 한다'라는 개념이 확고했었다.




구매 수단을 구매

문제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돈이 안 되는 일을 계속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유료 서비스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이 많이 있었다.  유료화 서비스를 초기에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케이스가 지금은 안타깝게도 거의 망했지만 싸이월드의 도토리가 아닐까 싶다.




지금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많이 사용하지만, 2000년 초반만 하더라도 싸이월드(cyworld.com)는 속된 말로 '넘사벽' 서비스였다.  친구들과의 관계를 온라인으로 옮겨왔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고 유지하기 위해 '미니홈피'라는 미디엄을 제공했다.  그리고 본인의 '미니홈피'를 다양하게 꾸미는 아이템을 구매하도록 '도토리'라는 독특한 결제수단을 만들었다.  당시 사용자들은 무언가 직접적으로 결재하는 것에 거부감이 있었는데, 의외로 결제수단인 '도토리'를 구매하는 것에는 관대한 편이었다.  마치 돈 주고 백화점 상품권을 사는 그런 느낌?  돈을 쓰긴 했지만 '도토리' 역시 여전히 결제수단이기 때문에 '소비'의 느낌이 덜하게 된 것 같기도 하다.  여하튼 '도토리'덕분에 싸이월드는 당시 폭풍성장을 했다.  이후 많은 인터넷 서비스들이 싸이월드의 '도토리'처럼 사용자에게 구매수단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구매 경험 디자인의 큰 흐름이었다.




일단 이거 한 번 잡숴봐

온라인으로 다양한 물건과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온라인에서의 결제 방식 또한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해왔다.  위에서 언급한 다양한 온라인 캐쉬를 포함해서 전통적인 방식인 신용카드 번호 입력, 그리고 Apple Pay와 같이 좀 더 간편한 방식들이 도입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많은 사용자들이 인터넷에서 무언가를 구매하는 행위에 대한 거부감은 사라졌다.  다만 제품을 만져보는 경험을 한 뒤에 구매할 수 있는 오프라인과는 달리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은(특히 소프트웨어나 서비스) 경험해볼 기회가 없이 구매하기 선뜻 망설여지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소프트웨어는 Free Version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서 사람들로 하여금 일단 사용해보도록 유도한다.  


소프트웨어는 무료 다운로드 버전을 제공해서 일단 사용해보도록 유도한다.



아마존의 경우도 무료로 유료 서비스를 일정기간 경험하도록 하여 사용자의 '소비 관성'을 만들어낸다.


Free Version은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모든 기능을 제한된 기간(보통 2주~4주) 안에만 사용할 수 있게 하거나, 제한된 기능을 무제한 사용하게 하는 방법이다.  어느 방식이던지 사용자로 하여금 좋은 경험을 갖게 하고 이후에 추가적인 유료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방법이다.  비슷한 서비스를 두고 고민하는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를 무료로 두루 써보고 구매를 결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제품을 판매하려는 회사 입장에서는 고객과의 First Touch Moment가 쉽게 이루어지는 장점이 있다.




길들여진 충성 고객

무료 버전을 사용하던 사용자들이 얼마나 많이 유료 서비스로 전환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유료 서비스를 구입하게 되면 그 충성도는 상당히 높은 것 같다.  처음에는 비싸 보였던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 서비스도 무료 배송 및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컨텐츠의 혜택을 맛보기 시작하면 1년에 $99라는 금액이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디자인 작업에 필요한 여러 가지 소프트웨어들의 경우에는 예전엔 한번 구매하면 계속 사용했었지만 요즘은 매년 라이센스를 갱신을 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도 상당히 높아졌고, 이제 사용자들도 온라인 컨텐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제품을 만드는 회사에서도 자신 있게 년간 갱신(Annual Subscription)하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 같다.  그리고 더 이상 사용자들도 소프트웨어 구매에 일방적으로 거부감을 표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Autocad 제품 구매에는 거부감이 느껴진다


사람들은 익숙하고 편한 것을 계속 사용하고 싶은 관성이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 같은 경우는 더욱 그렇다.  예전에 디자인 분야 쪽에서는 Adobe 제품군(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등)을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했었다.  사용하기 편리한 제품이기도 했지만, 거의 유일한 제품이기도 했다.  Adobe 제품의 대항마들로 많은 제품들이 출시되기도 했는데, 워낙 Adobe 제품에 익숙해진 사용자들이 많다 보니까 단축키를 거의 동일하게 사용함으로써 Learning Curve를 줄이기도 했다.  그만큼 소프트웨어 사용에 있어서 관성은 꽤 큰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일단 소프트웨어를 유료로 구매하기 시작하면, 그 관성의 법칙이 적용이 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쉽사리 다른 소프트웨어로 옮겨가지 못하고 계속 구매해서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미래의 구매 경험의 변화는?

얼마 전 San Francisco 공항에 갈 일이 있어서 오랜만에 UBER를 탔었는데, 신기한 경험을 했다.  보통 택시를 타면 목적지에 도착한 후에 요금을 내는데, UBER의 서비스는 택시를 탑승하기 전에 이미 금액을 알려주고 결제가 된다.(Lyft도 마찬가지다)  



예상 금액이 아닌, 실제로 저 금액으로 결재된다


이것의 중요 포인트는 사용자로 하여금 서비스를 이용하기 전에 금액도 고려할 수 있도록 구매 경험을 바꾼 것이다.  처음에는 돈을 먼저 내나 나중에 내나 같은 금액이라 '이게 무슨 상관이람'이라고 생각했었다.  근데 막상 이용해보니, 가는 거리와 이동시간에 비례하여 요금이 올라가는 기존의 초조하던 택시 탑승의 경험과는 달리- 일단 먼저 금액을 지불했으니 이동하는 중에는 요금에 대한 생각 없이 편안하게 갈 수 있었다.


금액을 결정하는 알고리즘, 금액을 결재하는 타이밍, 그리고 결재하는 방식의 다양함과 간결함이 앞으로의 구매 경험을 디자인하는데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 같다.




s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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