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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hwan Mar 24. 2016

인턴 준비 경험기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약 1년 전의 이야기지만, 지금 돌아보면 큰 자산이 된 경험들이기 때문에 함께 공유하면 혹시나 누군가는 시행착오를 줄일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기억이 조금이나마 남아있을 때 몇 글자 적어보려고 한다.






2014년 여름, 미국에 처음 왔을 때부터 나의 목적은 알량한 '석사 디그리' 하나 받겠다는 것이 아니라, '빅리그 진출'이었다.  Design & Tech분야의 탑스쿨에서 똑똑한 친구들과 함께 경쟁하면서 내 능력과 가치를 스스로 입증해보고 싶다는 개인적인 열망도 있었지만 그것은 그저 하나의 과정일 뿐, 최종적으로는 졸업 후에 미국이라는 빅리그에 안착하는 것이 나름 단기간의 목표였다.  물론 두려움보다는 약간의 자신감이 앞섰기 때문에 선택한 길이기도 했고.


머리를 굴려보니, 졸업 후에 Full-time으로 Job을 구하려면 가고 싶은 몇몇의 회사들과 나름의 커넥션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인턴십 지원을 계획하고 있었다.  미국에는 한국처럼 '신입사원 공개채용 기간'같은 것이 따로 없었기 때문에.  유학 온지 1년 뒤인 여름방학 동안(5월 말~8월 말)에 인턴십을 하려면 남들보다 먼저 준비해서 지원을 해야겠다는 맘이 있었고, 나름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한국의 대기업에서 8년 정도 근무했던 경험이 '인턴십쯤이야...'하는 자신감도 불러일으켰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결과는 내 예상과는 조금 빗나갔다.


한국의 회사들처럼 'X월 X일까지 서류 보내주시면, 합격 여부를 X월 X일까지 통보해드리겠습니다'라는 흔한 문구도 없었다.  그래서 지원하는 회사의 연락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뿐이다.  몇 군데 회사에 지원 후, 붙었는지 떨어졌는지도 알 수 없는 의미 없는 시간만 흘러 보내다가, '에이... 떨어졌나 보다' 하고 맘을 놓으면, '귀하의 서류를 검토했습니다. 혹시 아직 저희 회사에 관심 있으면 인터뷰할 의향이 있습니까?' 하는 이메일이 와서 당황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재밌던 것은 4군데의 대기업에 지원했었는데 2군데에서 연락이 왔었고, 1차 인터뷰 진행 후에 2차 인터뷰를 볼 때쯤- 두 회사 모두에게서 불합격했는데, 동일한 사유를 들었다.


"당신의 8년간의 실무경력과 작업들은 매력적이지만, 인턴십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당신을 인턴십으로 뽑게 된다면 다른 지원자들에게는 불공평(unfair) 한 일이 되지요.  그래서 인턴십 프로세스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겠습니다.  나중에라도 저희 회사에서 함께 일하고 싶으시다면, 저희 회사 웹사이트에 공지되어 있는 경력직 포지션에 지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처음에는 어리둥절 했었다. 단지 '사실 너 맘에 안 듦'이라는 말을 빙 돌려서 하는 줄 알았는데, 지금 full-time job을 구하고 보니(full-time job 구하기 관련 내용은 추후 포스팅 예정), 작년의 저 멘트는 그들이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겠다는 확신이 든다.  Beginner level과 Experienced level을 함께 묶어서 평가하지 않고 따로 풀(pool)을 두어서 평가하는 방식이 생소했지만, 무척 공정하다고 느껴졌다.

 

그렇게 인턴십에 좌절 아닌 좌절을 겪은 후, 오히려 내 스스로 칼을 더 날카롭게 가는 계기가 되었다.  포트폴리오도 다시금 손 보고, Resume와 Cover letter도 좀 더 간결하고 이해하기 쉬운 내용들로 수십 번 고쳐 쓰고, Native American의 proof reading도 수 차례 받았다.






인턴십을 지원하는 것은 크게 (내가 다니는 학교의 기준으로)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회사에서 school department admin에게 보내주는 정보에 지원하는 것, 다른 하나는 알아서 찾아보고 직접 회사 사이트에서 지원하는 것.


전자의 경우, 지원 후에 첫 번째 전화 인터뷰 단계로 통과할 확률이 높다.  회사의 리쿠르터가 어느 정도 학교의 인지도를 인정하고서 지원정보를 보내주는 것이기 때문에, 아주 망나니 수준만 아니라면 첫 번째 단계 통과는 어렵지 않다.  다만 두 번째 단계부터는 일반 지원자들과 동일한 루트로 평가를 받으니, 넋 놓고 있다가는 쉽게 떨어진다.


후자의 경우는 인터넷으로 지원하는 사람의 수가 많아서 그렇지, 결과적으로는 리쿠르터가 지원자들의 지원서를 거의 다 훑어본다고 말할 수 있다.  다만 시간이 좀 오래 걸리고, 확률적으로도 첫 번째 경우보다 조금 떨어진다.  하지만, 안된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이 나뿐 아니라 주위에서도 그런 식으로 초반 단계를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






예기치 않은 실패를 통해서 얻은 교훈을 몇 개 꼽자면,


1. Resume와 포트폴리오에서 본인의 경력/경험이 많다는 백과사전식 나열은 큰 의미 없음.  회사마다 전략적으로 조금씩 변경해서 보내야 효과적인 듯.


2. 경력이 많으면 인턴십을 하는 것이 overqualified 되어서 오히려 어렵다.  반대로 지원한 포지션과 관련된 경험이 없다고 낙담할 필요도 없음.  앞으로 어떻게 Career를 그려갈 것인가에 대한 그림이 머릿속에 명확하고, 그것에 대해서 인터뷰 시에 관련 질문이 나왔을 때 설명할 수 있으면 충분함.


3. 남들보다 '빨리' 지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음.  보다 중요한 것은 준비가 '잘' 되어있어야 함.


4. 학교를 통해서 회사의 리쿠르터가 인턴십 채용을 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다.  내가 가고 싶었던 회사들의 대부분도 학교를 통해서 온 정보들이었다.  남들보다 빨리 지원하면 쉽게 뽑힐거라 착각하고, 설익은 밥에 손 댈 것이 아니라, 스스로 준비만 잘 되어있다면 이렇게 찾아오는 기회들을 어렵지않게 잡을 수 있다.




쓰다보니 Resume와 포트폴리오 관련한 내용들도 다음번에 몰아서 좀 정리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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