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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의 힘

오병이어의 기적

by 소담

어제도 나는 그저 빵을 잘랐을 뿐인데 과분한 칭찬을 받았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디저트 먹을 때가 되어 내가 빵 하나를 네 명이 조금씩 맛볼 수 있게 아주 작게 잘라놓을 때면, 로라와 마이클은 항상 감탄을 한다.

마이클은 내가 케익과 도넛 같은 것들을 시식코너 수준으로 잘게 자르고 있는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 매우 감탄하며 말했다. 마치 예수님의 오병이어의 기적을 보는 것 같다고.

마이클답게 기발한, 내가 좋아하는 종류의 농담이다.

칼도 쓰기 번거로워 가위로 슥슥 빵을 자르는 모습을 보면서는, 아아 너의 가위기술은 정말 대단하다며 또 감탄을 해준다. 디저트를 먹을 때면, 으례 나에게 가위나 칼을 넘겨준다.

몇 년째 여러 번 들었던 칭찬이고, 들을 때마다 뭐 해놓은 것도 없이 받는 칭찬이 웃기기만 했는데, 어제는 왠지 코끝이 시큰해졌다.

생각해 보면 남편이 그렇다. 내가 이루는 큰 성취만이 아니라, 내가 하는 작은 것들에 같이 신을 내준다.

가구를 사고 그릇을 고르는 소소한 일들에도 내 선택에 대부분 ‘난 너의 취향이 좋아'.라고 말한다. '너무 잘 샀다'.라고 말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게 칭찬의 범주는 아닌데, 나는 결혼하고부터 그 말을 듣는 것이 참 신선하고 좋았다. 집에서 ‘그런 걸 왜 샀니’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들어 나도 믿지 않았던 내 안목에 대하여. 잘못된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일 뿐이었다는 걸 깨닫는데 얼마 걸리지가 않았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나를 고쳐 쓰려고 하지 않는, 서툴기 짝이 없게 부스러기처럼 잘라놓은 빵에서도 오병이어의 기적을 볼 수 있는 사람들과 산다.

사는 게 뭉클할 때가 있다. 사람이 사람에게서 이렇게 힘을 받는구나 할 때가 그렇다.

가슴 깊은 곳과 눈 가장자리가 동시에 포옥 젖는 것 같다. 이런 마음으로 이제 여름을 다 보내고 가을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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