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니츠는 사실 철학보다는 다른 분야에서, 특히 수학에서 엄청난 위업을 남긴 바 있다. 그의 저서는 난이도도 그렇고 아무래도 읽으려면 오래 걸릴 것 같아서 피치 못하게 개론서로만 읽었다.
1. 인식론
우선 관념에는 외래관념(오감), 인위관념(지식), 본유관념(생각)이 있다. 하지만 오감을 통한 감각도 결국은 계기일 뿐이며 관념의 형식은 정신 내부에 있으며, 인위관념의 조합 능력 역시 선천적으로서 정신 내부에 있다. 결국 모든 관념은 본유적으로서, 이는 대리석을 조각하는 주체야 대리석의 외부에 있지만, 어떤 조각이 가능할지는 대리석 내부의 결이 결정한다는 비유로 설명할 수 있다.
인식에는 애매한 인식과 명석한 인식이, 명석한인식에는 모호한 인식과 판명한 인식이, 판명한 인식에는 불충분 인식과 충분 인식이, 충분 인식에는 상징적 인식(수학, 산술 등)과 직관적 인식(완벽한 인식)이 있다. 감각은 우연적이며, 개념은 외적 감각에서 오지 않는다. 인식의 필연성은 감각 홀로서는 설명될 수 없는 것이며 이성을 통해야지만 설명될 수 있다. 모든 실체는 신에게서 비롯된다.
2. 모나드와 예정조화설
데카르트의 연장은 무한히 분할 가능하며, 개체성과 원리를 상실한 것이다. 또한 연장과 실체를 잇는 실체적 형상이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데카르트의 송과선은 너무나 무책임한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그는 분할 불가능하며 실체의 원리를 지닌 모나드라는 개념을 고안한다.
모나드는 우선 단순실체이며, 무연장성을 지녔고, 오로지 신에 의해서만 창조와 소멸이 가능하다. 모나드는 세계를 외부에서 표상하는 방식이 아닌, 자기 관점에서 우주를 표상하는, 다시 말하자면 내부에서 표상하는 방식으로 세계를 인식한다. 다시 말하자면 모나드는 창이 없기 때문에 모나드의 외부, 내부로 물체가 드나들 수 없다는 것이다. 모든 모나드가 동일하지는 않고, 무기적 모나드, 동물적 모나드, 이성적 모나드를 거쳐 뛰어난 중심 모나드까지 존재한다. 각 모나드는 개체성을 지니며, 이 개체성이란 내적 표상 구조의 차이를 의미한다.
모나드 사이에는 창이 없기 때문에 인과관계가 없다. 그런데도 정신과 실체가 일치하며 세계가 질서 정연한 이유는, 신이 창조하면서 각 모나드의 내적 설계를 조화롭게 설정했기 때문이다. 즉, 신이 조화가 예정되게 창조한 것이다. 모나드의 내부에서 내적 필연성에 따라 연속된 표상을 행하며, 그 표상 내용은 서로 대응되는 것이고, 이 모든 표상되는 세계 전체가 하나의 질서와 조화를 이룬다. 그러나 다만 그렇다고 각 모나드의 자유가 거세당한 것은 아니고, 이들은 각각 자기 내적 이유와 본성에 따른 표상을 행한다.
3. 신과 충족이유율
그 어떤 것도 충분한 이유 없이 존재하거나 발생하지 않는다.(이유이지, 원인이 아니다!) 이것이 바로 충족이유율의 정의인데, 이로 하여금 세계에서 우연성은 제거되고 설명이 가능한 세계만이 남는다. 모든 개별 사물들은 우연적인데, 그들의 이유는 그 자체 안에 없다. 이 지점에서 신 개념이 요구된다. 개별 사물들뿐이 아니라, 모든 사건과 현상에는 이유가 있으며 각 모나드들 역시 각각의 이유를 가진다는 것이다. 이 충족이유율과 모순율을 동시에 충족할 때, 필연적이고 이성적 진리가 성립한다.
신은 그 본질에 존재가 포함된, 필연적 존재이다. 모나드는 존재할 수도 있고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우연적 존재이자 가능적 존재이기에 신과 비교된다. 신은 모든 가능세계를 인식하며 논리적 모순을 제외한 모든 것을 실현할 능력을 지녔다. 그는 선이기 때문에 악을 의도하지 않으며 행여나 발견되는 악은 더 큰 조화를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다. 정신은 신을 향한 목적인을 내재하며 신은 이를 위한 작용인이다.
수많은 가능세계 중 가장 질서와 다양성을 갖추고 단순한 법칙을 지닌 세계를 선택한 것이 바로 지금 우리의 세계다. 즉, 가장 합리적인 세계다. 신은 모나드의 창조자이며 각각의 본질과 개념을 설정하였지만 그 후에 이를 조종하지는 않고 자기 법칙에 따라 전개하는 것이다. 또한 그렇기에 인간의 행위를 강제하지 않기에 인간에게 의지와 자유가 허락되는 것이며 단지 법칙에 따라 조화롭게 흘러가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그는 자유와 예정을 양립시킨다. 그는 이 세계가 최선의 세계라고 주장했으며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악은 남아있다는 것이다. 신은 전지전능하고 선하며 이 세계는 신이 선택했으며 충족이유율에 따라 행위한다. 따라서 그는 이 전체적 선을 증대시키기 위하여 부분적 악을 선택한 것일 뿐이다. 이 부분에 대하여 볼테르가 <캉디드>에서 신명나게 디스한다.
현재는 미래를 품고 있으며 참된 관념을 위하여 사유를 극복하기 위해 삶은 발전한다. 자유인이란 행하는 이유를 인식하는 사람들이다. 가능태가 실현되며 자유가 성립되는 것이다. 이른바 '실체의 자기전개'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읽은 책들
새뮤얼 이녹 스텀프,『소크라테스에서 포스트모더니즘까지』, 열린책들 (2008)
서정욱, 『라이프니츠 읽기』, 세창출판사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