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철학사 9. 장자크 루소

by 박제원

0. 홉스

루소를 알려면 먼저 홉스를 알 필요가 있겠다. 홉스의 자연상태는 루소와는 달랐다. 인간은 이기적이며, 법이 없는 자연 상태에서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생존권을 보장받기 위하여 자연법 - 1. 평화 추구할 것, 2. 권리와 자유를 일부 포기할 것 - 이 생겨난다. 그러나 자연법은 구속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렇기에 혼돈과 무질서 속에서 강력한 힘의 형체가 생겨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국가다. 홉스는 이 강력한 힘을, 성경의 욥기에 등장하는 괴물인 레비아탄, 즉 '리바이어던'이라고 칭한다.


무정부를 피하기 위하여 개인이 권리를 양도함으로서 시민을 대표하는 주권자, 즉 군주가 등장한다. 이 군주에 대한 반항은 자기 자신에의 반항이고 무정부로의 회귀를 부르짖는 행위이기에, 군주에 대한 반항은 있어서는 안된다. 계약을 이행하려는 사람들의 의지가 곧 정의의 원천이고, 그렇기에 정의란 곧 법의 준수이다. 주관자가 있어야 법이 굴러가기에, 불공정한 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시민을 대표하는 주권자의 의지가 곧 시민의 의지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렇기에 주권자의 법이 시민의 법이기도 하다.


1. 인간 불평등의 기원

루소의 자연상태는 홉스처럼 전쟁상태가 아니다. 우선 인간이란 생물은 자연적으로 평등하다. 불평등의 근원은 종 사이의 다양성으로 인한 변화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자연 상태에서는 인간 사이의 차이가 아주 적었으니 불평등 역시 그리 크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이기적이지 않았고 되려 인류애를 품고 있었다. 인간에게 있어 이성에 앞서 존재한 두 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행복의 유지와 자기보존의 본능이요, 두번째는 나와 동족의 고통에 대한 혐오감, 다시 말하자면 연민이다. 이 두가지가 자연법의 기초가 된다. 타인에 대한 의무는 인간의 본성이다. 덕성이란 자연에의 충동에 가장 덜 저항하는 것이다.


인간은 농업으로 하여금 야만을 극복하였고, 시민의 삶을 살게 되었다. 협동과 분업이 생기고 사유재산이 생겼다. 최초로 사물을 자신의 소유물이라고 말한 사람이 모든 불평등과 불화의 원인이다. 불평등에는 자연/신체적 불평등이 있고, 사회/정치적 불평등이 있다. 이성과 성찰이 이기심을 키운다. 철학과 성욕이 인류를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우리는 야만에서 벗어났으나 고통에 울부짖는다. 인민이 선출한 수장과 정치체계의 계약 아래에서 당사자들은 법에 구속되며, 권력의 혼돈과 혼란으로 신의 개입이 생겼다. 불평등의 흐름은 법과 소유권에서 행정관으로, 그리고 다시 합법적이고 자의적인 권력으로 흘러갔다. 악때문에 사회제도가 필요했으나 그 사회제도가 악으로 인하여 타락했다. 사실 행정관이 권력을 남용하지 않는 사회라면 행정관 역시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폭군은 힘으로 인민을 지배하며 합법화한다. 사회의 미덕은 질서이지만 정작 문명과 예술과 학문이 욕망을 자극한다. 정신적 불평등이 신체적 불평등과 다르다면 그것은 자연법과의 모순일 것이다.


2. 자유와 의지

자연에서의 자유란 자신의 힘이 미치는 한에서 행동할 수 있는 자유이지만 이런 자유인들이 딱히 도덕의 범위에 들어가지는 않는다. 자연의 자유는 힘의 불평등과 상호 불신, 생존 불안정 등으로 지속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계약을 실행함으로서 개인은 시민적 자유를 얻는다. 외부 저항물들로부터 자기 보존을 위하여 일치단결하여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며 자유를 얻는 것이다. 계약의 복종으로 잃는 것은 모든 것에 대한 무제한적 자유이지만, 복종으로 얻는 것은 재산에 대한 소유권과 시민적 자유이다. 그들은 전적인 양도를 통하여 완전한 결합을 얻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서 잃은 것과 동일한 권리를 타인에게 받는다. 이 계약의 구성원에 대한 공격은 집단에 대한 공격이다.


개인들의 각각의 의지는, 계약을 통하여 시민으로서의 의지로 통합된다. 이른바 일반의지다. (혹은 개인의지의 합은 일반의지라는 표현을 쓸 수도 있겠다.) 일반의지는 공통선을 지향하며 일반의지에 대한 복종은 권력자나 국가가 아닌 자기 자신에 대한 복종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개별의지와 보편의지가 항상 일치할 수는 없다. 보편의지는 파당적 집단이 존재하지 않으며 모두가 소신을 정확히 밝힌다는 가정 하에 항상 옳다. 구성원 전체의 목적은 자유와 평등이며, 이 때의 평등이란 힘이 폭력이 아닌 법에 의해 집행되는 것을 의미한다.


3. 법과 국가

따라서 법이란 일반의지의 표현이다. 이는 모든 시민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며 따라서 항상 일반적인 성격을 띄어야 한다. 법은 시민의 권리와 의무, 재산의 한계, 형벌 등을 다루며, 개별 사건은 다루지 않는다. 법의 제정자는 인민이어야 한다. 일반의지의 실현을 위하여 국가는 보편과 강제성이 필요하며, 이 보편을 관리하는 힘이 바로 주권이다. 인간은 자신의 보존을 위해 생명을 걸 권리가 있고 법률은 목숨을 요구할 수 있다. 우리는 법률을 통해 살았으므로 목숨도 내놓을 수 있지만 위험인물이 아니면 사형에 처해서는 안된다. 모든 정의는 신에게서 유래되며 권리, 의무, 목적의 결합을 위해 법이 필요하다.


정부는 신과 구성원 사이의 매개체이다. 만약 군주가 주권자보다 강한 개별의지를 가진다면, 이는 주권자가 둘이 된다는 의미이므로 사회의 와해로 이어진다. 투표는 보편의지의 표시이다.


읽은 책들

새뮤얼 이녹 스텀프,『소크라테스에서 포스트모더니즘까지』, 열린책들 (2008)

장 자크 루소,『인간 불평등 기원론』, 도서출판 b (2020)

장 자크 루소,『사회계약론』, 펭귄클래식코리아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