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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제선 Nov 07. 2017

이 녀석이 로도다

수리비 홈의 ‘최고 상전’

로도는 작년(2016년) 7월 우리 집에 왔다. 원래 살던 곳은 상도동 주택가 길 바닥. 이 녀석 어미는 모성애가 강한 녀석이라고 들었다. 고양이들은 새끼가 어느 정도 자라면 헤어진다고 한다. 그런데 로도 엄마는 로도 형제들을 낳고 나서도 먼저 난 새끼들을 데리고 살았다고 한다. 이 녀석은 두 번째 출산으로 태어난 아이. 그리고 엄마 고양이는 용감하고 똑똑하다고 했다. ‘’고양이가 ‘똑똑하다는 말이 어떤 뜻인지를 로도와 살면서 제대로 알았다.

 

입양을 주선해 준 분은 이 녀석 가족들이 폐가에서 지내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다 작년 여름 비가 많이 내리던 날 새벽, 로도와 다른 2마리를 ‘구출’ 해 왔다. 그래서 이 녀석 다른 형제들 이름도 안다. 한 녀석은 노랭이, 그리고 순심이. 그리고 아직 상도동 길에 살고 있을 이름 모를 녀석 하나까지가 한배에서 난 형제다.

옆지기는 로시가 혼자 있는 걸 안타까워해서 둘째를 들이고 싶어 했다. 아무래도 혼자 있는 것보다 좋겠다 싶었다. 그리고 새끼 고양이가 선물할 귀여움을 기대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왠 걸. 처음 식구로 맞은 날 길에서 생활하던 녀석이니 건강검진부터 해야겠다 싶어 동물병원부터 향했다. 의사가 그랬다. ‘이렇게 전혀 손을 타지 않은 녀석은 진료할 수가 없다’고. 간신히 다시 이동장에 담아 집으로 데려왔다. 그리고 10개월. 귀여움을 촉감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면, 그 말은 꼬물 꼬물이 아닐까. 그런데 꼬물꼬물을 느껴 본 적이 없다. 그냥 눈으로만 느낄 뿐. 


길고양이는 사람을 경계할 줄 알아야 위험의 가짓수를 줄일 수 있다. 로도 엄마는 사람을 경계할 줄 아는 똑똑한 녀석이었다. 그리고 로도도 엄마를 닮아 똑똑하다. 그래서 집사들에게 곁을 잘 내주지 않는다. 언니 고양이만 좋아할 뿐. 그래도 10달 동안 아주 가끔 스킨십을 잠깐씩은 하는 수준까지는 친해(?)졌다. 그런데 수술하고 나서 그것마저 없어졌다. 나를 동물병원 아저씨로 착각하는 것이라고 위안하는 중이다. 


이제 다시 로도와 친해져야 한다. 아주 지난한 숙제다.


작년 7월 집에 로도가 막 집에 왔을 때다. 보는 것만으로도 귀여움이 충분히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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