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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난한 삶에 대하여

無難(없을 무, 어려울 난)

by 박카스

나는 가끔 ‘무난한 삶’이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멋진 삶, 행복한 삶, 성공한 삶이 아닌 그저 그런 무난하게 살아가는 삶...

무난한 삶은 그 자체로 큰 사건 없이, 특별한 일 없이 평범하게 지나가는 일상이다.

생각해 보면 지나치게 큰 고통이나 슬픔을 겪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큰 축복일 수 있다.


부모로서 자식이 먼저 떠난다면 그 아픔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것이다.

그 고통을 표현하기 위해 ‘慘慽(참혹할 참, 슬플 척)’이란 말이 있다.

그만큼 그 감정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깊고, 슬프며, 비참하다.

‘斷腸(끊을 단, 창자 장)’이라는 표현도 있다. 창자가 끊어질 만큼의 고통을 의미하는데, 부모가 자식을 잃는 아픔을 그만큼 강렬하게 설명하는 말이다.


나는 자식으로서 부모에게 이런 고통을 주지 않기를, 부모로서 자식을 떠나보내는 이런 고통을 받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어려운 일을 겪지만,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떠나는 고통만큼 큰 슬픔은 없을 것이다.

나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삶, 그런 비극을 겪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더라도, 그것이 자식이 먼저 떠나는 고통보다는 가벼울 것이라는 것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더라도 누구나 동감일 것이다.

오는 것은 순서가 있어도 가는 것은 순서가 없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부모자식 간에는 순서를 지켜가는 게 효(孝)인 듯싶다.


그래서 나는 무난한 삶이 가장 큰 행복이라 생각한다.

큰 사건 없이, 큰 슬픔 없이, 평범하고 조용한 일상을 살아가는 것,

그런 삶을 살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가장 무난한 삶이 아닐까 한다.

그런 삶을 살아가면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작은 일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것,

오늘도 나는 그런 무난한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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