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죽음과 죽어감에 관한 실질적 조언
3년 전 이맘때였다.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버지는 물론이거니와 우리 가족 모두에게, 특히 어머니에게는 더욱 힘든 시간이었다.
아버지의 임종이 가까워졌음을 느끼고 있을 때 만난 책이 있다.
샐리 티스데일의 ’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이다.
초반부를 읽다가 이런저런 일들로 완독 하지 못했는데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뒤에도
문득문득 생각나는 책이었다.
그래서 다시 읽어보았다.
책을 읽으면서, 티스데일이 어머니의 임종을 담담히 기록한 부분이 아버지와 겹쳐 보였다.
그때의 후회와 미련이 가슴 깊은 곳에서 밀려왔다.
아버지의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과 임종 전후의 결정들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아버지의 마지막 날들을 떠올리면 여전히 마음이 아프다.
파킨슨병은 신체를 서서히 마비시키며, 의지와 상관없이 신체 기능을 상실하게 만든다.
아버지는 마지막 몇 년 동안 거의 누워만 계셨고, 의식은 흐릿하게 유지되었지만, 때때로 눈빛을 맞추며 짧은 대화를 나누던 순간들은 여전히 기억에 남아 있다.
결국 돌아가실 것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 이상의 준비는 하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준비를 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회피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티스데일의 책을 통해 죽음에 대한 준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티스데일은 어머니의 죽음을 준비하면서, 더 이상 고통받지 않도록, 자존감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 경험이 나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었다.
아버지께서 투병 중 받았던 수많은 검사와 치료들이 정말 당신에게 도움이 되었는지,
아니면 단지 생명을 연장하려는 기계적 행위였는지, 혹은 남은 가족들이 자기 자신을 위로하기 위한 것이었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그 생각을 통해 죽음을 어떻게 준비할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워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나의 삶에서 일어나는 많을 일들에 대한 선택권은 나에게 있다.
하지만, 책에서도 말했듯이 자신이 원하는 순간, 원하는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은 극소수일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을 위해 준비하는 과정은 내가 선택할 수 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결국 찾아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순간을 맞이하기 전에 내가 어떻게 준비했는지,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존엄하게 그 과정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다.
내 죽음을 준비하는 것은 내 삶에 대한 책임이기도 하며,
내 가족들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