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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구'처럼 살자

by 박카스

야~

얌마~!

얌마, 일구야!


일구는 우리 집 강아지다.

생일이 1월 19일이라

생일이라도 기억하자 싶어

일구라고 이름 지었다.

11살이 됐으니 강아지는 아니지만 강아지라고 부르고 싶다.


오늘처럼 진(津) 빠지는 날엔 고기가 땡긴다.

두 마리 치킨을 먹어본다.

거실 테이블 위에 치킨박스를 펼쳐놓고,

극장에서 못 본 ‘파묘’를 본다.

아버지 살아 계실 적 담가 주신 도라지주(酒)를 한 잔 한다.

먹는 내내 일구가 옆에 앉아 애달픈 눈빛을 보낸다.

피부병 있는 일구에게 치킨은 독이다.

그래서 최대한 튀김을 벗겨서 살코기를 준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런 눈빛을 본 적이 없다.

적어도 내가 이런 눈빛을 뿜어본 적이 없는 건 확실하다.

나의 삶이 일구처럼 간절했던가 싶다...


오늘 밤은 일구에게 ‘티벳死者의 書’를 읽어줘야겠다.

다음 생에선 人間으로 태어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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