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장 진보의 역사 : 인류를 발전시킨 위대한 생각들

by 박카스

버트런드 러셀 - 『생각을 잃어버린 사회』: 9장 진보의 역사 : 인류를 발전시킨 위대한 생각들




「9장 진보의 역사 : 인류를 발전시킨 위대한 생각들」에서 러셀은 인류를 발전시킨 사상의 두 축으로 지식과 기술에 기여한 관념과 도덕·정치에 관한 관념을 제시한다. 이 중 도덕과 정치 영역에서 중요한 진보적 사상으로 박애, 평등, 자유를 중심으로 그 기원으로 본다.


박애주의는 알렉산더 대왕의 통치 전략과 헬레니즘 문화의 확산, 그리고 스토아학파의 철학을 통해 발전하였다. 스토아학파는 모든 인간이 신의 자식이라는 보편주의를 주장하며 민족·신분 차별을 거부했다. 로마제국의 통일은 이러한 박애주의 이념이 전파되는 데 유리한 조건을 제공했다.


평등 사상은 고대 그리스 오르페우스 교단에서 비롯되어 노예와 여성도 존엄한 존재로 보았으며, 이는 기독교를 통해 간접적으로 계승되었다. 윤회 개념을 통해 모든 인간의 본질적 평등을 강조하였다.


자유의 개념은 시대에 따라 변화해 왔으며, 17세기 종교개혁기에는 종교적 관용을 통해 현실 정치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존 로크는 자유와 정부 간의 균형에 대해 깊이 고민했고, 이는 현대 자유주의 전통의 기초가 되었다.


이러한 자유는 언론·표현·신체의 자유로 이어졌으며, 19세기 서구 민주국가들에서 당연한 권리로 인식되었다. 민주주의는 정부 권력과 개인의 자유를 조화시키기 위한 장치로 발전해 왔으며, 권력의 남용을 방지하고 법적 절차와 정부 통제를 받지 않는 개인의 영역을 보장하는 체제로 자리 잡았다.


결론적으로 러셀은 문명화된 사회를 위해 정부, 법, 자유, 민주주의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지금 인류는 그러한 이상을 행동으로 옮겨야 할 결정적 순간에 있다고 역설한다.




어떤 관념이 인류에 가장 많은 도움을 주었는지 생각할 때 이 모든 다른 요소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우리가 다룰 관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지식과 기술에 기여한 관념과, 도덕이나 정치에 관련된 관념이다. (P.218)


박애주의*는 정치 발전에 힘입어 등장한 이상이었다. 알렉산더 대왕이 동방을 정복했을 때, 그는 그리스인과 이민족 간의 구별을 없애려 노력했다. 그렇게 거대한 제국을 힘으로 통제하기에는 그가 가진 그리스아 마케도니아 군대가 너무 작았기 때문이다. 그는 장교들에게 이민족 귀족 여성과 결혼할 것을 강요했고, 훌륭한 본보기를 보이기 위해 이민족 공주 두 명고 결혼했다.


이러한 정책을 펼친 결과, 그리스의 자부심과 배타성은 줄어들었고, 그리스 문명은 헬레니즘 혈통이 살지 않는 다른 지역으로 퍼져나갔다. 알렉산더 대왕의 정복 원정 당시 소년이었을 스토아학파*의 창시자 제논은 페니키아인이었다. 저명한 스토아학파 사상가들 가운데 그리스인은 거의 없었다. 박애주의라는 개념을 발명한 것은 스토아학파였다.


그들은 모든 인간이 제우스의 자식이며, 현명한 사람이라면 그리스인과 이민족, 노예와 자유인의 구별을 무시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로마가 전체 문명을 세계를 하나의 정부 아래 통합함으로써 이와 같은 이념이 전파되는 데 유리한 정치적 환경이 마련되었다. (P.230~231)


프랑스혁명의 구호인 자유, 평등, 박애는 종교에서 기원했다. 박애에 대해서는 이미 살펴보았다. 평등은 고대 그리스의 오르페우스 교단*의 특징이었는데, 기독교가 여기에서 많은 교리를 간접적으로 가져왔다. 이 교단에서는 노예와 여성을 시민과 동등하게 받아들였다. 오늘날 독자들은 플라톤이 여성 참정권을 옹호했다는 사실에 놀라겠지만, 이 또한 오르페우스 교단의 관행에서 유래했다. 오르페우스 교도들은 윤회를 믿었고 한 생에서 노예의 몸으로 거주한 영혼이 다른 생에서는 왕의 몸에 거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종교의 관점에서 볼 때 노예와 왕을 차별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둘 다 불멸의 영혼에 속하는 존엄성을 지닐 뿐 아니라, 종교에서는 어느 쪽도 내세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은 오르페우스교에서 스토아학파로, 그리고 다시 기독교로 전해졌다. (P.232~233)


‘자유’라는 단어는 시대에 따라 이상한 의미를 지녔다. 로마의 공화정 말기와 제정 초기에 자유란 강력한 원로원 의원들이 사적 이익을 위해 속주를 약탈할 권리를 의미했다. (...)


시민의 자유는 종교적 관용의 형태로 현실 정치에 반영되었는데, 개신교도 가톨릭교도 상대 진영을 근절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17세기에 널리 채택되었다. (...)


그 시기 신학적 자유에 대한 가장 위해한 옹호자는 존 로크였는데, 그는 필수적인 최소한의 정부와 최대한의 자유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를 깊이 연구했다. 이 문제는 현재까지 자유주의 전통 속에서 그의 후계자들이 지금까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P.234~235)


종교의 자유 외에서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함부로 구속할 수 없는 신체의 자유가 19세기 동안 적어도 서구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


나는 민주적 대의정부가 그것을 실행 가능하게 만드는 데 필요한 관용과 자제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최선의 형태라고 굳게 믿는다. 그러나 민주적 대의정부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민주주의에 필요한 협상과 타협에 대한 훈련 없이 한 나라에 즉각 이를 도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착각이다. (P.235~236)


전쟁은 항상 정부 권력의 주요 촉진제였다. 시민 개개인에 대한 정부의 통제는 안전이 보장되는 시기보다 전쟁이 있거나 임박한 위험이 있을 때 더 강력해졌다. 그러나 정부가 외국의 침략에 저항하기 위해 권력을 획득했을 때, 그들은 시민들의 희생을 대가로 자신들의 사적 이익을 추가하는 데 그 권력을 사용했다. (...)


민주주의는 정부와 자유를 조화시키기 위한 장차로 고안되었다. 문명이라 불릴 만한 것이 존재하려면 분명히 정부가 필요하지만, 모든 역사가 보여주듯이 어떤 집단이든 다른 집단에 대한 권력을 위임받은 집단은 처벌받지 않는다면 그들의 권력을 남용하기 마련이다. 사람들의 권력 행사에 제한을 두고 대중이 이를 승인하도록 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의도이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는 민주주의는 최악의 권력 남용을 막을 수 있다.


로마의 제2차 삼두정치는 브루트스와 카시우스에 맞서 싸우기 위해 돈이 필요했을 때, 부자들의 명단을 작성하고 그들을 공공의 적으로 선언한 뒤, 그들의 머리를 베고 재산을 압수했다. 오늘날의 미국과 영국에서는 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다. 이런 조치가 불가능한 이유는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유라는 개념 때문이기도 하다. 이 개념은 실제로 두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하나는 적법한 절차 없이는 처벌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부 통제를 받지 않는 영역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영역에는 언론의 자유, 출판의 자유, 종교의 자유가 포함된다. (P.237~238)


어느 정도 바람직해 보이는 질서 있는 사회생활은 천천히 발전해 온 여러 관념과 제도, 즉 정부, 법, 개인의 자유, 민주주의가 어우러지고 균형을 이룰 때 가능하다. 물론 개인의 자유는 정부가 없던 시대에도 존재했지만, 정부 없이 자유만 있을 때는 문명화된 삶이 불가능했다. (P.239)


지금은 인류가 직면한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인 순간이다. (...) 이제 우리는 희망들 딛고 행동에 나서야만 한다. (P.242)




* 박애주의는 모든 인간을 인종, 계급, 종교에 상관없이 동등하게 사랑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고대 스토아학파에서 시작되어, 이후 기독교와 인권 사상에 영향을 주었다.


* 스토아학파는 기원전 3세기경 제논이 창시한 고대 그리스 철학 학파로 이성에 따른 삶과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했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절제와 덕을 추구하는 삶을 이상으로 보았으며, 모든 인간은 이성적 존재로서 평등하다고 믿었다. 이 사상은 후에 박애주의와 인류 보편주의로 발전했다.


* 오르페우스 교단은 고대 그리스의 신비 종교로, 영혼의 윤회와 정화를 강조했다. 이들은 모든 인간이 불멸의 영혼을 지니고 있다고 믿었으며, 노예와 여성도 존엄한 존재로 인정했다. 이런 사상은 후에 기독교와 평등 사상에 영향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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