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 사람은 군대에 맞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전역한 부대에 두 개의 전설이 있다.
내가 신병으로 자대에 가자마자 전역식이 있었다.
내무반에서 회식을 했다.
회식 때는 최대한 편하게 하라고 했다.
양푼이에 따라 주는 소주를 넙죽넙죽 맛있게 들이켰다.
취해서 눈에 힘 풀리면 눈알을 빼버린다고 하니 오랜만에 술을 마셔도 취하지는 않았다.
전역하는 고참이 담배도 편하게 피우라며 불까지 붙여 줬다.
자대에서 처음 해본 회식은 눈알이 뽑힐까 봐 긴장되기도 했지만 오랜만에 알코올이 들어가니 좋았다.
'그래,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야.'
그날 새벽,
난 불침번 교대시간마다 불려 나가 얼차려를 받았다.
"신병새끼가 빠져가지고 너처럼 개념 없는 신병은 처음이다. 신병새끼가 내무반에서 담배 준다고 넙죽 받아 피우면서 도넛을 만드는 놈은 니가 처음이다."
'회식 때는 편하게 하라고 해서 시키는 대로
한 건데, 자는 사람 깨워서 왜들 이러지.'
며칠 후, 한참 청소하고 있는데 왕고참이 껌을 하나 주고는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다음에 씹을까? 에이 아냐,
그건 주는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그래서 난 껌을 씹으며 열심히 청소했다. 그날 저녁, 내 위로 고참들이 집합당했다.
처음 자대에 왔을 때 20여 명 가까운 동기들이 있었다. 제대할 때는 7명 정도였던 거 같다.
어리버리하거나, 사고 치거나, 다치거나 해서
타부대로 전출 보내버리고 나니 (혹은 빽을 써서 전출 가기도 했다) 동기들이 줄어들었다. 고참들의 장난에 넘어간 적도 있었지만, 내 몫을 했기에 전출 가지 않고 (나는 쓸 빽도 없었다) 처음 부대에서 군생활을 마쳤다는 나름의 위안을 삼았다.
제대하면 나만의 방식으로 자유를 만끽해 보리라 그려보는 모습이 있었다.
'쇼생크 탈출'에서 주인공 앤디(팀 로빈스)가 더럽고 긴 수로를 빠져나와 비를 맞으며 하늘을 향해 두 팔 벌리는 그런 모습보다는 마지막 장면에서 지와타네호 해변가에서 낡은 배를 청소하다가 레드(모건프리먼)와 포옹하는 그런 느낌.
제대 후 복학하고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본관 앞 벤치 뒤로 개나리가 활짝 핀
날씨 좋은 어느 봄날,
자판기에서 믹스 커피 한 잔 뽑아 들고
벤치에 앉아 담배 한 대 입에 물고
학보사 신문을 펼쳐보면서 도넛을 만들었다.
자유를 맛보았다.
#자유
#쇼생크탈출
#지와타네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