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시민의식의 정치경제학

경제는 ‘무엇’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가

by 박카스

제1장 「시민의식의 정치경제학 – 경제는 ‘무엇’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가」에서는 경제가 단순한 성장과 효율을 넘어서 시민의식과 도덕적 가치에 기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샌델은 현대 사회에서 시장의 논리가 거의 모든 영역에 침투하면서 공동체와 시민정신이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경제의 목적이 단순히 부의 창출이나 소비 확대가 아니라, 시민들이 함께 더 나은 삶을 추구하고 공익에 기여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제정책은 효율성만이 아니라 정의, 연대, 참여라는 가치와도 조화를 이뤄야 하며, 시장이 아닌 시민이 민주사회의 중심이어야 한다는 점을 되새기게 한다.




미국인들이 자신들만의 잣대로 삼고 살아가는 정치 철학은 자유주의 정치 이론의 한 버전이다. 이 철학의 중심은 시민이 지지하는 도덕적 관점이나 종교적 관점에 대해 정부가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발상이다. 삶을 살아가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는 좋은 삶의 특정한 형태를 법률로 단정해선 안 된다. 그 대신 정부는 각 개인을 자유롭고 독립적인 자아로서 존중하고 각자의 가치관과 목적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의 틀을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자유주의는 특정한 목적보다 공정한 절차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이것이 일러주는 공적 삶을 ‘절차적 공화주의’*라고 부를 수 있다. (P.29)


자유주의와와 공화주의 사이의 자유 개념 차이는 경제에 대한 두 가지 사고방식, 즉 “경제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에서도 차이를 드러낸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소비야말로 모든 생산의 유일한 목적“이라는 자유주의적 관점의 대답을 내놓았다. (...)

그러나 케인스의 분명한 견해가 경제의 목적을 이해하는 유일한 길은 아니다. 공화주의의 전통에 따르면 경제는 소비뿐만 아니라 자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만약 자유가 자치에 참여하는 시민의 능력에 달린 것이라면 경제는 사람들이 단순한 소비자에 그치지 않고 시민이 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이것은 경제와 관련된 정책이나 조치에 대해 토론하는 방식에 중요한 기준이 된다. (P.31)


자유에 대한 자유주의 개념과 공화주의 개념*은 모두 정치적 전통의 전반에 걸쳐 존재해 오면서 상대적 중요성이 시시각각 달라졌다. 크게 보자면 미국 역사 초기에는 공화주의가 우세했고 나중에는 자유주의가 우세했다. 20세기 중반 이후로는 미국 정치의 시민적 측면 또는 형성적 측면이 좋은 삶을 서로 다르게 규정하는 개념들에 대해 중립성을 주장하는 자유주의로 크게 기울였다. 오늘날 미국이 처한 정치적 곤경은 바로 이런 변화에서 비롯됐다. 자유주의적 자유관은 비록 그 나름의 호소력을 가지고 있지만 자치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시민의식 차원의 자원 측면에서는 부족하다. 이런 부족함 때문에 공적 삶을 힘들게 만드는 자치 권한의 박탈감은 자유주의적 자유관 아래에서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미국인이 기준으로 삼고 살아가는 공공철학*은 자유를 약속하되 무조건 보장하지는 않는다. 자유주의적 자유관은 자유가 보장되려면 꼭 필요한 공동체의식과 시민적 참여를 고취하지 않기 때문이다. (P.33)




* 절차적 공화주의는 공화주의 전통 중 하나로, 정치권력의 정당성과 자유의 보장을 법과 제도적 절차를 통해 실현하려는 입장이다. 절차적 공화주의는 결과보다는 정당한 절차에 따라 정치가 이루어지는지에 초점을 둔다. 예컨대, 어떤 법이나 정책이 옳은지보다, 그 법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집행되는가에 더 관심을 둔다. 샌델은 절차적 공화주의가 민주주의의 본질을 단순한 절차적 정당성에만 의존하는 것을 경계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민주주의가 단순한 투표와 같은 절차적 요소에 의존하며, 도덕적 기반과 공동체의 가치를 점점 상실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 자치는 단순히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공공의 문제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공동의 삶을 함께 논의하고 결정해 나가는 과정을 뜻한다.

샌델은 현대 민주주의가 시장 논리와 개인주의 중심으로 흐르면서 자치의 의미가 약화되었다고 비판한다. 그는 진정한 민주주의는 시민 개개인이 단순한 소비자나 이해당사자가 아니라,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도덕적·정치적 판단에 적극 참여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자치는 공동체 구성원 간의 연대감과 상호 책임을 바탕으로 하며, 시민적 미덕과 공공선에 대한 고민을 필요로 한다.

결국, 샌델이 말하는 자치는 단지 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난 자유가 아니라, 시민이 공동체 운영의 주체로 나서는 능동적이고 윤리적인 자유를 의미한다.


* 자유에 대한 두 가지 상반된 관점이 있다. 첫째는 자유주의적 자유관이다. 이는 개인이 타인의 간섭 없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중심에 두는 관점이다. 이 입장에서는 자유란 주로 ‘간섭받지 않을 권리’로 이해되며, 국가의 역할은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데에 그친다.


반면, 공화주의적 자유관은 단순히 간섭이 없는 상태를 넘어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정치적 참여와 자율적 자기 결정이 가능한 상태를 진정한 자유로 본다. 이 관점에서 자유란 시민이 공공의 문제에 참여하고,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규칙과 방향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능동적인 상태를 의미한다. 샌델은 이처럼 공화주의적 자유관을 통해 현대 민주주의의 회복과 시민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 미국인의 공공철학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핵심 가치로 삼으면서도, 공동체적 책임과 시민적 덕목을 강조하는 전통 속에서 형성되었다. 이는 자유주의적 전통과 공화주의적 전통이 혼재된 형태로, 한편으로는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개인의 자율성을 보장하려는 경향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공익을 위한 시민의 참여와 도덕적 책임을 중시하는 성향도 존재한다. 이 두 흐름은 미국 정치문화의 뿌리가 되며, 사회적 쟁점이나 정책 논의에서도 자유 대 공동선의 가치 충돌로 자주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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