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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옹지마(塞翁之馬)

by 박카스

2025년도 승진 발표가 있었다.

전혀 기대하지 않은 상태에서 예상치 못한 후배의 축하전화를 받았다.

"승진 축하드립니다!"라는 말에 순간적으로 "내가 왜?"라고 대답했다. 내 마음속에는 기쁨보다는 의아함과 미안한 감정이 더 크게 자리 잡았다.


나는 경력직으로 입사한 후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팀장이 되었고, 선후배 동료들의 도움으로 부서장의 인정을 받으며 버텨왔지만 몸과 마음이 지쳐 수년간 쌓아온 업적을 포기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부서이동을 요청했다.


나는 새로운 부서로 옮겨온 지 1년이 되지 않았지만, 오랜 기간 이 부서에서 근무하며 승진을 기대하는 동료들이 있다.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축하인사를 건네는 동료들은 그동안의 나의 노력과 결과에 대한 보상이 늦었다고들 하지만, 이 부서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던 그들에겐 실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날 저녁, 샤워를 하면서 문득 얼마 전에 일어난 급발진 사고가 떠올랐다.

승진의 기쁨을 동료들과 나누던 그들은 그렇게 세상을 떠날 줄 꿈엔들 알았을까?

인생사(人生事)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데 승진이 복(福)이 될지 화(禍)가 될지는 두고 볼일이다.


어찌 됐건 연봉이 오르는 건 좋은 일이니 이참에 복(福)을 쌓아야겠다.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과 나의 승진을 복(福)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을 담아 도움이 필요한 곳에 적은 금액이나마 정기기부를 해야겠다.



사진 : Unsplas, Alexander Akimen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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