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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

잠시 멈춤

by 박카스

삐~~~~~

밤이 되면 더 크게 들린다.

스마트폰으로 ‘이명’을 검색해 본다.

쇼츠로 넘어간다.

쿠팡에서 이것저것 장바구니에 담는다.

금세 2시간이 지나갔다.

수면 부족은 일상이 되었다.


20년 넘게 피우던 담배를 8년 동안 끊었다.

하지만 업무 스트레스라는 핑계를 대며 다시 담배를 물었고 또 3년이 지났다.

몸이 좋지 않다는 신호가 명확히 느껴졌다.

다시 금연을 시작했다.


금연 5일째 아침,

왼쪽 팔과 다리에 마비 증상이 찾아왔다.

뇌경색이었다.


병원 생활은 불편한 몸과 함께 내 마음까지 무겁게 했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짐이 되는 건 아닌지 두려웠다.

오랜 기간 아버지의 간병으로 고생하신 어머니께 아들의 입원 소식을 알리지 않았다.

친한 친구들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날 받아놓은 것도 아니고,

다행히 도움을 청 할 만큼 궁핍하지도 않다.


병원에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고 노력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삼시세끼 식사 후 약도 먹으며 운동도 열심히 했다.

이런저런 걱정거리 밀어 두고 치료에만 집중했다.

발병 초기에 빠른 대처 때문인지 병동에서 내가 제일 멀쩡해 보였다.

같은 병실에 70대 할아버님은 뇌경색으로 2번째 입원이라고 했지만,

할아버님이 안 계실 때 할머님이 말씀하셨다. 3번째라고, 그래도 담배를 못 끊는다며.


퇴원 후, 집으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강변을 걸었다.

병원에서는 내가 제일 멀쩡해 보였는데 강변에서 사람들과 함께 걸으면서

현타가 왔다. 그래서, 새벽에 걸었다.


다시 직장으로 돌아왔다.


병원에서부터 퇴원 후 새벽 강변을 걸으며 앞으로의 삶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나는 미래를 준비하며 살았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안정된 노후를 위해 오늘을 희생해야 한다고 타협하며 달려왔다.

하지만 나는 이제 생각이 달라졌다.

나의 삶도, 운전처럼 노란불 앞에서는 잠시 섰다 가는 여유를 가져야겠다.

그 멈춤이 내게 준 교훈은 단순하지만 내가 진정 원하는 거였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자.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이자.”


10번째 국가자격증 2차 접수를 취소하고 읽고 싶었던 책을 펼친다.


나는 다시금 내 삶을 운전하며 나아간다. 노란불 앞에서는 잠시 브레이크를 밟으며.







사진출처: Unsplash의 Albert Stoy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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