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브런치스토리 아이디를 ‘박카스’로 정했다. 단순히 기억하기 쉬운 이름이라서? 아니면 뭔가 유머러스한 느낌이라서? 그보다는 조금 더 개인적인 이유가 있다.
나는 박(朴)씨다. 이건 내 이름에서 유래했으니 당연한 출발이다. 그런데 왜 하필 ‘카스’가 붙었느냐면, 그건 대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졸업작품으로 만든 프로그램의 이름이 바로 ‘카스’였다. 그 당시 CASS 맥주가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여서 이름이 쉽게 기억될 것 같았다. 그 이름은 함께 작업했던 친구들과 함께 추억 속에 남아 있다.
그러나 ‘박카스’라는 이름을 떠올리게 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할머니 때문이다.
할머니는 박카스를 좋아하셨다. 진품명품에 나올법한 할머니의 서랍장을 열어젖히면 사탕봉지와 박카스 병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친척 아저씨, 아주머니께서 할머니를 뵈러 오실 때면 항상 박카스 한 통 담긴 비닐봉지가 들려있었다. 그래서 우리 남매들은 그분들을 ‘박카스 아저씨, 아주머니’라고 불렀다.
할머니는 박카스 한 모금 드시면 미간을 찡그리고 나서 입맛을 다시며 웃으시던 모습이 선하다. 남겨주시는 박카스는 나와 동생들이 박카스 뚜껑에 조금씩 나눠 마셨다.
시간이 지나면서 문득 궁금해졌다. 할머니는 정말 박카스를 좋아하셨을까?
친척들이 박카스를 사 오셔서 좋아하게 되신 걸까, 아니면 원래 좋아하셔서 친척들이 사 오셨던 걸까? 할머니도, 박카스 아저씨, 아주머니도 세상을 떠나셨기 때문에 궁금증을 풀 길은 없다. 중요한 건 박카스라는 작은 병이 오가며 만들어진 기억 속에는 할머니를 향한 애정, 그리고 우리가 나눈 소소한 일상의 조각들이 가득 담겨 있다.
박카스라는 이름은 나의 학창 시절, 할머니의 미소, 그리고 사소하지만 소중했던 순간들을 떠올리게 하는 일종의 상징이다. 그래서 나는 박카스를 내 브런치 스토리의 아이디로 정했다.
‘박카스’라는 이름 아래에서 나는 나의 이야기, 우리 가족의 이야기, 그리고 우리가 쌓아온 추억들을 글로 기록하려 한다. 할머니의 미소가 담긴 작은 박카스 병처럼, 내 글도 누군가에게 작지만 따뜻한 기억으로 남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