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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익 Oct 19. 2015

사무치는 사모곡

마더, 엄마, 어머니,

살아간다는게 녹록치 않다는걸 이제야 조금씩 깨닫고 있습니다.

그간 제가 쉬이 세상을 살아온 데에는 어머니의 울타리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도 알 것 같습니다.

처음 상경하던날, 갓 스무살이 된 자식을 향한 걱정의 마음을 이제야 떠올립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기대감에 부풀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난 것 같아 죄송스럽네요.


20대 청춘의 뜨거움을 혼자 누리는 사이, 어머니의 늘어가는 주름은 정작 보지 못했습니다.

명절에야 한번씩 내려와서 한이틀 자고가는 아들의 얼굴이 얼마나 그리웠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한이틀 자는것도, 고향친구 만난다며 밤늦게 들어오고 하루종일 방에만 있었던 아들이었습니다.

그래도 어머니는 마냥 행복하신지 연신 행복해 하셨습니다.

연애하고, 대학생활하는 아들이 즐거워 하는 모습에 어머니도 덩달아 신나하셨죠.

그래도 곁에두고 아들얼굴 한번 보고싶었던 마음이 얼마나 컸을까 싶습니다.


취직해서 처음 선물 사서 가던날이 생각납니다. 월급이란 월급은 친구들이랑 술먹고 노는데 다 써버렸어요.

남은 돈으로 작은 내복하나 사서가니 , 그것만 보고 고생했다며 눈시울이 붉어지던 모습을 왜 그땐 못 봤을까요.

어떻게 보면 어머니는 아들을 더 자주 보지 못할거란걸 알고 계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스무살 상경시키는 그 순간, 군대가고, 직장잡고 결혼해서 가장이 되는 아들은

더이상 자신의 울타리에 있는 아들이 아니란건 알았을 지 모르겠습니다.


취직을 해서 경제적 여유가 생긴 아들과 더 자주 보고싶은 마음이 들었을 것 같습니다.

멀리 떨어져 살지만, 한달에 한번은 시간을 내어서 고향에 내려와 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아들이 바쁜 사회생활에 스트레스 받을걸 알기에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했겠지요.

그런 아들은 서른이 되어서도 그걸 눈치 못채고 있었습니다.

주말이면 피곤하고, 여자친구와 데이트해야하고, 친구들과 여행가기 바빴습니다.

어머니는 아쉽지만 , 별수 없이 아들사진을 가지고 가끔 그리워 했습니다.


스무살 때 대학보내고, 이제 취직하니 아들은 더 바빠지고 있습니다.

결혼식 전날 노쇠하신 어머니께서 하신말이 기억납니다.

이제 한 가정의 가장이 되니, 엄마 아빠 생각은 조금만 하고 네 처와 자식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거라.

그 말을 듣고 저는 많이 울었습니다.

슬픈 말은 아닌데, 너무 후회가 되어서 울었습니다.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 어머니는 저 멀리 갈 것만 같았기 때문입니다.


얼마전에 제 아들이 태어났습니다. 제가 부모가 되고, 아들이 태어났는데 정작 어머니는 이제 이세상에 없으시네요.

제 아들이 너무 이쁘고 사랑스럽습니다.

어머니도 저를 이렇게 사랑해 주셨겠죠.

저는 아들이 매일 보고싶고, 보고있어도 보고싶습니다.

어머니도 제가 그렇게 보고싶고 그리웠겠죠.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머니는 항상 저를 그리워 했는데 , 저는 당연히 생각하며 표현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술값을 아껴 기차를 타고 한달에 한번만 더 고향에 내려갈걸.

고향에 가서 친구 한번 덜 만나고 그냥 어머니랑 밥한끼 더할걸.

바쁘다는 핑계로 데이트 하는 시간 한번 쪼개어 어머니 한번 뵙고 올걸.

오만가지 생각이 하루에도 수십번 밀려옵니다.


지금도 눈앞에 아른거리는 갓 태어난 제 아이를 사랑하는 이 마음이 ,

어머니도 저를 향해 똑같이 가지신 마음이라 생각하니

이제야 어머니의 사랑을 알 것 같습니다.

왜 이렇게 늦게 알았나 후회도 됩니다.


스무살 때 대학붙어 기뻐하는 아들을 서울로 보내는 그순간 , 어머니는 어쩌면 조금은 서운하셨을지 모릅니다.


엄마 보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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