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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익 Oct 20. 2015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

마음을 전하는 또 하나의 방법

고향에 내려가면 나를 반기는 것이 많다.

나는 특히 학창시절 앨범 뒤적이는 걸 좋아한다.

학창시절 앨범을 보다 보니 , 초등학생시절 친구들과 주고받은 카드와편지들이 보고 싶었다.

삐뚤빼뚤, 나름 고심해서 적은 내용들이지만 유치한건 어쩔 수 없다.

짝꿍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한 편지,

왜 좋아하는지 이유를 줄줄이 나열한 내용, 그리고 친구들과 싸우고나서 보낸 화해의 편지 .

왜 싸웠는지 , 앞으로는 그렇지 말자고 다짐하며 우애를 돈독히 하려는노력

크리스마스 가 다가오거나, 겨울방학이 다가올 때쯤 헤어짐을 아쉬워하는편지와 카드 등등

지금은 쓰라고 해도 쓰기 힘든 추억들이 방울방울 간직되어 있다.


80년대를 주름잡았던 배우 겸 가수 중에 전영록 이라는 사람이 있다.

전영록씨의 히트곡은 무수히 많지만, 그 중에 나는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를 가장 좋아한다.

음악적인 견해라기 보다는 사랑을 연필로 쓰자 라는 일종의 메시지가 공감되었기 때문이다.

최첨단 디지털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연필이란 때론 낯선 존재다 .

타이핑이 익숙하고 이메일과 메신저가 생활의 일부가 된 현대인들에게 수기로 직접 작성하는 건 비효율 적이고 , 상당히 번거로운 작업이다. 남녀간의 사랑, 그리고 친구와의 우정에서도 최첨단은현재 진행중이다.


손으로 직접 편지를 써서 마음을 전했던 적이 언제였던가 싶다. 기껏해야기념일에 두 세줄 짜리 토막카드를 써 주곤 했는데,

이제는 그것마저 더욱 이쁘고 세련된 방식으로 디자인되고 대체되고 있다.

사실 나는 이런 편의와 발전하는 아름다움에 대한 반감이 별로 없다.

방식이 변할 뿐이지, 그 본질은 변하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근데도 사랑은 연필로 쓰라는 말을 보면 마음이 설렌다.


사랑을 연필로 쓰세요 라는 말을 보고 있노라면 난 왜 그토록 설레는가.

직접 마음을 쓴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말을 쓸까, 이렇게 쓰면 못나 보이겠지, 이 줄에 이걸 쓸까. 아 새로 지웠다 쓰면 종이가 눌리진 않을까.

이런 말도 안되지만, 소소한 고민들이 결국 몇 줄의 진심을 만들어내는 핵심 요소라 생각한다.


진심을 전하는 데에는 꼭 ‘연필’이라는매개체를 통할 필요는 없다. 꼭 수기로 편지를 써야 할 필요도 없는 것 같다. 정말로 중요 한 건 ,  충분한 고민이며 진솔함을 나타내는 노력이 아닐까 싶다.

이메일을 사용하든지, 메신저를 사용하든지 간에 고민이 담긴 진심은언제나 상대방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난 사랑을 전할 때는 연필로 쓰는 게 좋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본다.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데 인간의 습성이다.

편의가 증대하는 만큼 생각과 고민의 깊이는 얕아지는 경향이 있다.

친구나 연인에게 마음을 전할 때에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우리가 직접 수기로 쓴 편지나 메시지를 받으면 감동하는 이유는 내용보다는 ‘마음과정성’에 연유하는 바가 크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받았다 생각해보자.

받은 편지 속의 글씨가 천하의 악필이든, 내용이 뒤죽박죽이든 그런건중요한게 아니다.

정말로 중요 한 건 ,

상대방이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한글자 한글자를 쓰기위해끙끙 거렸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다.


편지 봉투를 여는 순간 편지봉투 속에 꼬깃꼬깃 봉해져 있던 건 종이 위의 글씨가 아니다.

두 어장의 편지를 쓰기 위해 연필을 깎던 시간, 무슨 색깔 펜으로적을까 하는 고민, 얼만큼 여백을 줄 까 의 고민, 이 글씨는이게 별로네 라며 종이를 바꾸던 고민

심지어는 잘 쓴 편지를 전하고 싶은 마음에 좋은 음악을 골라 틀어놓았던 노력까지 …

모든 총체적인 정성이 작은 봉투에 들어가 있다.

봉투 안에 숨죽이고 있는 편지는 하나의 설렘이며, 사람이 사람을 느낄수 있는 마음인 셈이다.


사랑을 연필로 쓰는게 구닥다리 이고 , 귀찮은 일 인건 틀림없다.

훨씬 세련된 방법으로 마음을 표현 할 수 있는 방법이 마구마구 생겨나고 있다.

그래도 가끔은 다른 방식으로 셀럼을 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사랑을 연필로 쓴다면, 우리가 느끼지 못했던 감정의교류도 가능할 지 모른다.


애인이든 , 부모님이든, 친구든, 형제 자매이든

정성스러운 기운으로 몇 자 적은 마음의 힘을 전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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