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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익 Oct 21. 2015

화장실의 이중적 배설

화장실은 더이상 화장실이 아니다

 배고프면 밥을먹는게 당연하고, 잠이오면 누워서 자는게 당연하다. 대소변이 급하면 대소변을 해결하는것 또한 삶에 있어 이유를 불문하고 당연한 일이다. 생활이라는 것은 별다른게 아니다. 이벤트로 꽉꽉 찬 생활을 하는 사람은 없다. 물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업무나, 삶의 목표에 상응해서 남들과는 조금 다른 생활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먹고,자는것 처럼 누구에게나 공통적으로 필수적인 삶의 부분이 있다는건 부정 할 수없다.


 사람들이 흔히 더럽다고 이야기하기를 꺼려하는 화장실. 화장실의 본래 목적은 인간의 원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공간이라고 할 수있다. 그만큼 삶에 있어 필수적인 공간이고 , 한번에 오래 머물지는 않지만 평생에 걸쳐 거칠 수 밖에 없는 공간이기도 하다. 들어갈 때랑 나올 때가 극명하게 차이나는 화장실. 살다보면 화장실이 단순히 배설이라는 생리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곳이 아니라는것을 알게 될 때가 있다. 화장실이 생리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곳 이외의 기능을 한다니 그게 무슨 말인고 싶은 사람도 있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편한 순간을 꼽으라고 하면 부모님, 특히 엄마의 품속에 안겼을때라고 대답한다. 우리는 10개월이라는 긴 긴 시간을 엄마의 몸속에서 태아로 지낸다. 엄마의 품이 가지는 편안함은 그 어떤 포근함과도 비교 할 수 없다. 화장실은 어떤가? 좀 우습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화장실은 엄마의 뱃속에 있는 느낌보다 때론 더더욱 편안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특히나 삶이 고단하고 지치는 신입사원의 입장에서는 화장실이라는 공간이 그야말로 천국이라고 할 수 있다.  


  전날 회식을 거하게 했는데 상사는 태연하게 자리에서 졸기도 한다. 또한, 다른 휴게실에가서 잠깐 휴식을 청하기도 한다. 하지만, 신입사원은 어떤가? 행여 배려심깊은 상사가 쉬다오라고 이야기해도 마음편히 쉴 수 없는게 바로 신입사원의 마음이다. 힘들고, 서럽고, 아프고 쉬고싶을때 신입사원이 가장 찾게되는 공간은 어디일까? 모르긴 몰라도 설문조사를 해 본다면 십중팔구 화장실이라고 대답할 것이라 생각한다. 생각하는 로뎅처럼 근사하지는 않지만, 힘들고 지치는 자신의 현재 상황을 피해 스스로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공간은 화장실뿐이다. 특히나 직장인중 신입사원에게 화장실은 기능 이상의 공간인 셈이다.  


  화장실은 아마도 손꼽히는 개인의 공간일 것이다. 모든 것이 공유되는 세상이오고, 자신의 삶이 감시되는 순간이 도래했다고 해도 화장실 큼은 민주주의가 철저하게 보장되는 공간이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장소. 혹은 , 인간관계에서 처참할 정도로 짓밟히고 힘들어도 단 한순간이라도 평온을 찾을 수 있는 장소. 화장실은 직장인에게 현실도피를 통한 꿀맛같은 휴식을 주는 장소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고단한 삶 가운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서러움을 표출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화장실이 많이 나온다. 화장실에서 울고 , 서러워하며 다시금 의지를 새로 다지곤 한다. 괜한걸로 혼나거나, 비합리적인걸로 혼나서 서럽고 힘든 사회생활 초년생에게 화장실은 더 이상 영화나 드라마속에서만 보는 장소가 아니다. 편하게 오분이라도 잠을 청할 수 도있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메시지도 맘편히 보낼 수 있는 실재하는 개인공간인 것이다.


  화장실이 인간의 생리적인 현상을 해결하는 곳 이라는것은 당연하다. 허나, 때로는 배설의 대상이 생리적인 현상이 아닐때가 있다. 특히나, 사회초년생이나 갓 입대한 군인의 경우에는 화장실의 우선기능은 생리적현상의 해결이 아닌, 감정을 추스르고 감정을 배설하는 공간이다. 개인이 소멸된 조직속에서 개인이라는 주체가 부활하는곳. 오늘도 어디엔가에선 힘든 마음과 몸을 추스르기 위해 화장실을 찾는 사람이 있을거라 확신한다.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 진심을 담아 건투를 빌어본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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