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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익 Jan 06. 2016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지금은 맞고 , 그때는 틀리다.

많이들 하는 공상중 '내가 만약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이라는 상상이 있다. 만약 학창시절로 돌아간다면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겠다. 만약 그때로 돌아간다면 내 첫사랑을 반드시 놓치지 않겠다. 등등 사람마다 가지각색의 이루지 못한 미련을 생각해 본다. 잠들기 전에도 생각해 보고, 문득 버스를 타고 가다가 차창 밖으로 고개를 돌렸을때도 생각해 본다.


하루는 홍상수 감독의 '지금은 맞고 , 그때는 틀리다' 라는 영화를 보고 내용은 생각하지 않고 제목에 대해서만 종일 생각했던 적이 있다. 왜 지금은 맞고 , 그때는 틀린걸까. 왜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말이 성립이 되는걸까. 나에게 지금은 맞고 , 그때는 틀린 일이 있는가. 등등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졌다. 수시간동안 이어진 내 생각은 '미련과 후회' 라는 종착역에 다다랐고 나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라는 제목으로 긴 시간 고민을 한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어제 한 SNS에서 심리테스트를 본적이 있다. 말,사자,양,원숭이 등 동물들과 함께 사막을 거닐고 있는데 버려야 한다면 어떤 동물을 버릴 것인가 라는 내용이었다. 내가 고른 동물은 '자존심'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나는 자존심을 과감히 버릴 만한 용기가 있었는가 생각해 봤다. 자존심 하나로 버티는 사람은 아니다. 그렇지만, 자존심은 때론 나를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였던 순간도 있었던 것 같다. 객기 하나로 내가 우뚝 설 수 있었던 그 시절 나에게 자존심은 모든 잠재력을 끌어 올릴 수 있는 연료같은 것이었다.


내가 만약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이라는 물음으로 다시 돌아와 보자. 내가 만약 그때로 돌아간다면 그 '그때'가 언제인지는 딱 집어서 이야기 할 수 없을 것 같다. 내 삶을 지나오면서 지나갔던 무수한 순간 이라고만 정의할 뿐이다. 다만 '다시 돌아간다면' 이라는 가정 뒤에 오게될 나의 행동은 윤곽이 잡힌 듯한다.


내가 다시 돌아간다면 먼저 '미안하다' 라는 화해의 손길을 내 밀었을 것 같다. 중학교 시절 반 대항 축구를 하던 때, 반에서 항상 경쟁을 하던 친구의 오채점을 눈에 불을 켜고 찾아 내던때, 사소한 말다툼으로 큰 상처를 줬던 옛 연인들과의 관계 , 철없는 발언으로 부모님의 가슴에 못을 박은 일. 등등 내가 타인에게 줬던 상처는 대소를 불문하고 무수히 많았던 것 같다. 상처를 준다는건 나 또한 상처를 받았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상처를 주는건 별 수 없는 부딪힘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냥 미안하다라는, 죄송하다라는 말 한마디만 먼저 했었더라면 내 삶의 과거는 훨씬 미련이 적게 남았을지도 모르겠다. 지는것이 이기는 것이 되는 때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기기 위해 버텼던 순간들이 꽤 많았다. 가까운 사람에게 더욱더 철없는 내 자존심이 버티고 이었다. 그때 만약에 내가 먼저 손을 내 밀었 더라면 , 나는 지금보다 훨씬 후회없는 추억을 회상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큰 범죄를 저지르거나, 아주 이기적이고 못되먹은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분명히 살아오면서 타인에게 준 상처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을지 모르겠다.


그때는 그렇게 내가 사과를 받는 입장이 되면 이기는 줄 알았는데 , 지금 생각해보니 굳이 그럴만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부끄러운 자존심이 아닐까 생각해 봤다. 옛날에 내가 다시 심리테스트를 한다면 그때도 '자존심'을 버릴 수 있는 선택을 했을까. 그때는 틀리다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지금은 맞다고 생각될 때 미련이 남는다. 먼저 사과하는것이 그때는 틀리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생각해보니 맞는것 같다. 내 미련은 쓸데없는 자존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하지 못했던 순간들이 아닐까 생각해 봤다.


내가 만약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미안하다고 먼저 손을 내미는게 결코 지는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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