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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익 Oct 07. 2015

누가 그녀에게 돌을 던지랴

힘을내요 워킹맘

우리회사에는 여직원이 꽤 됩니다.

물론 제가 같이 일하는 파트에도 여직원이 둘이나 있습니다. 그 중 한분은 세살배기 아이의 엄마 입니다.

얼마전에 육아휴직에서 복귀해서 열심히 일을 하고 계시죠 .

그분은 사람이 참 좋습니다. 꼼꼼하고 일도 잘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평가를 못 받고 있습니다.

남들은 다 야근해야 하는 상황에서 6시에 꼬박꼬박 칼퇴를 하고,

9시에 업무시작인데 8시55분에 옵니다.

갑작스런 휴가나 반차도 밥먹듯이 합니다.

그래서 상사들은 그분을 탐탁치 않게 여깁니다.


그 여직원분은 매일아침 남편대신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옵니다.

가끔은 남편분이 대신 데려다 주시지만, 대부분은 엄마인 그분이 아이를 데려다 줍니다.

매일 칼같이 6시에 퇴근하는 이유는 한 시간이나 걸리는 집까지 가서 어린이집에 들렀다가 가려면 그때 반드시 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부군에게 부탁할 수도 있지만 부군은 회식이다 야근이다 불려 다니며 또 다른 가장의 책임을 다 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제 사수가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XX씨, 여자들이랑 일 하는거 너무 짜증나지 않나? 뭐 아기 핑계대며 시도때도없이 반차쓰고, 일은 많은데 말이야…그리고 누구는 뭐 일이 없어서 못하나”

그렇습니다. 업무량이 많은 날인데도 불구하고 갑작스레 오전에 나오지 않아 인력이 빵꾸가 났었습니다. 아이가 아파서 오전 반차를 신청했던 것입니다.

사수와 저는 우리 일도 못하고 , 빵꾸 난 업무를 메우기에 급급했습니다. 그 덕에 퇴근은 11시로 미뤄졌죠.

사수가 열 받을 만합니다. 이런일이 한두번이 아니라, 심지어 비일비재 하니깐요.


그런데 저는 선뜻 맞장구 치며 같이 불평을 할 수 없었습니다.

얄미운 사람들도 있겠지만, 친 누나의 모습을 보면서 직장 내 워킹맘 들의 비애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육아는 응당 남편과 함께 해야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남자들에게 사회성 이라는 명목으로 지나치게 많은걸 요구합니다. 따라서 , 남자가 육아에 참여할 기회조차 원천 봉쇄해 버립니다.

당연히 여자가 상대적으로 일과육아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합니다.

육아를 병행 하다보니 자연스레 일 적인 측면에서 같은 구성원에서 피해 아닌 피해를 주게 됩니다. 본인들도 그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어떠한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는 욕을 참아가며 버텨야 합니다. 왜냐하면 워킹맘 이니깐요.


남편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남편에게 주어진 역할은 또 그 나름대로 남편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는 걸 압니다.

이렇게 욕은 욕대로 먹고 , 몸은 몸대로 힘든데도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오히려 죄인이 됩니다.

남자의 육아휴직이나, 남자의 육아동참을 위한 아이디어를 제시해도 묵살당하며 되레 손가락질 받기 일쑤입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은 분명 존재하겠지만, 아직까지 그것까지 기대하기에는 조직의 간부들이 이해를 해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수의 볼멘소리를 듣는내내 혼란스러웠습니다.

사수의 마음을 이해하지만, 또 그렇다고 함께 공감하며 불평할 수 는 없었습니다.


일과를 마치고 퇴근하는길에 조카를 보러 누나 집에 갔습니다.

녹초가 되어도 열심히 엄마의 본분을 하고 있는 엄마와, 그런 모습을 보며 힘이 난다는 매형을 보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저 또한 회사에가서 앞으로 워킹맘들에게 좀더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겠구나 다짐했습니다.어쩔 수 없는 문제이지만, 그래도 조금만 서로를 이해한다면 고통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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