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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익 Oct 08. 2015

점심식사

그리고, 그냥 백반집.

지상파 방송, 케이블 방송 여기저기 셰프들의 얼굴이 많이 나온다. 먹방 이라는 새로운 방송 트렌드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맛있는 집을 찾아 다니며 블로그에 포스팅 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오늘 뭐 할래? 가 아니라, 오늘 어디 뭐 먹으러 갈까? 라는 식의 메시지가 인사가 된 요즘이다. 그만큼 먹는건 우리에게 중요한 부분이고,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다. 좋은 음식점, 좋은 음식을 가늠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를지 모른다.


응당 음식이 맛이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할 것이다. 맛있는 음식이라고 하더라도 개개인에 따라서, 단골이 되느냐 되지 않느냐는 조금씩 다른 부분이 있다. 주변에 한 친구는 자기는 음식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위생청결’ 이라고 단연 엄지를 치켜세운다. 나도 그 말을 듣고 공감을 했다. 내 몸이 원하고, 내 몸으로 들어가는 음식이 아무리 맛있다고 한들 청결하지 못하다면 먹지 않느니보다 못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내가 자주 다니던 식당들을 떠올려 봤다. 학교 후문 쪽에 위치한 식당들, 그리고 오랜 기간 공부를 할 동안 찾아가던 식당들. 내가 좋아하는 메뉴 탓 인지 몰라도 항상 난 백반집을 찾았던 것 같다. 유명한 맛집도 아니고, 그렇게 깔끔하지도 않고 , 건강에 그닥 좋아보이는 재료를 사용하는 것 같지도 않는 그냥 백반집 말이다.


항상 순두부를 시켰고, 가끔은 참치찌개를 시켰다. 삶을 최전선에서 마주하고 있는 것 같은 주인집 아주머니의 물기 묻은 손이 생각난다. 백반집도 늘 가던 곳을 갔었다. 나도 나름 그 집의 단골인 셈이다. 덩치가 큰 총각이 와서 밥을 어찌나 허겁지겁 먹는지 , 가는 곳마다 주인아주머니는 밥을 더 권하셨다. 반찬도 가득가득 담아서 주시곤 했으며 , 때로는 계란 후라이를 하나 공짜로 해 주시기도 했다. 그렇게 오랜기간 밥을 먹다보니 , 타지 생활하는 나에게는 집밥 같은 느낌을 줬었고 조금 덜 위생적이고 조금 짜더라도 그냥 기분좋게 먹었던 것같다.


내가 갔던 백반집은 작은 구멍가게다. 아주머니 혼자 주방과 홀을 다 보시는 한 다섯테이블의 식당을 말하는 것이다. 말끔하고 대단한 메뉴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해서 , 백반집 아주머니께서는 힘들어 하셨지만, 가격을 올리시지는 않았던 것 같다. 투박한 손으로 담아주시는 머슴밥은 지금 생각해보니 나에게 심적인 부유함을 가져다 준 것 같다. 오랜기간 수험생활과 타지생활로 알게 모르게 외로움을 많이 타고 있던 나였으니 그럴 법도 하다. 학생에게 한상 차려다 주시고는 옆 테이블에 걸터앉아 티비 화면을 응시하는 모습에서 나도 모르게 동질감을 느끼곤 했다.


아무런 관계도 없고 , 그냥 손님 대 주인으로 만났던 백반집은 나에게 그렇게 특별한 공간이 되었다. 굳이 정의를 내려보자면 ‘인정 이 기억된 공간’ 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도 안 오고 그래서 때론 죄송하기까지 했던 백반집에 덩그러니 앉아 밥을 먹는 내가 떠오른다. 지금에야 백반집이 많이 없어지고, 백반집이라 해도 크고 체계적인 곳이 많아졌지만 그땐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가 되었을 지도 모른다.


오늘은 오랜만에 점심시간 회사근처 구석진 곳 백반집을 찾았다. 순두부 하나를 시키니 밑반찬들이 수북이 쌓여 담겨왔다. 생면부지의 주인이었지만, 왠지 알고 지내던 사람처럼 친근했다. 카드만 즐비한 내 지갑에서 꼬깃 꺼낸 현금이 결코 아깝지 않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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