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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익 Oct 12. 2015

"달콤한 인생" 또 보기

너무 가혹해 : 과연 무엇이 그를 가혹하게 만들었나.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을 알게 된지 십 년이 됐다.

영화라곤 볼 줄도 모르고 , 그냥 멋있어서 처음 접한 영화가 이제는 익숙한 것에서 새로운 것을 찾는 나의 습관이 되었다.

온고지신 ( 溫故知新 ) , 어쩌면 내가 반복해서 이 영화를 보는 이유와 나름 일맥  상통하는 것일지 모른다.

수많은 영화 메니악 들과 아마추어와 프로를 넘나드는 평론가들 틈바구니에서

내가  이야기하는 영화는 그냥 하나의 짧은 감상에 불과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언제나 영화를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주체는 나이기에 필력이 나 지식에  구애받지 않고 느낌을 풀어 놓을 수 있지 않을까.



선우(이병헌) 은 마지막에 강 사장(김영철)에게 복수하러 온 자리에서 자기가 도저히 무얼  잘못했는지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이에 대한 대답으로 강 사장은 그 유명한 명대사를 남긴다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대체 무엇이  모욕감이었을까.

처음부터 선우의 잘못을 다그치는 강 사장에게 선우는 ‘약속만 지키면 모두가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라고  이야기한다.

강 사장은 이런 선우의 대답에 ‘그 이유 말고 제대로 된 이유를  말하라’며 다그친다.

과연 강사장은 선우의 어떤 대답을 원했을 것이었을까. 희수(신민아)를 보고 마음이 흔들렸다고 대답했어야 옳았던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그냥 죄송했다고 말해야 했던 것인가?


희수의 감시를 부탁하며 강 사장은 선우에게

 ‘ 너  사랑해본 적 있어? 넌 없어, 그래서 내가 이 일을 맡기는 거야, 넌 사랑해본 적 없어’라고  이야기한다.

그만큼 선우는 강 사장의 오른팔로 7년이라는 삶을 버텨왔으리라.

그것 도인 간 대 인간의 감정이 없는 냉혈한으로 말이다.


선우는 정말로  사랑이라는 감정의 실체를 몰랐었지 않았을까.

선우가 희수를 감시하면서 느꼈던 오묘한 감정이 사랑에 근접한 느낌 이었다 는 걸 본인조차 몰랐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선우는 강 사장의 분노가 더욱더 이해가 가지 않는다.

선우는 사랑의 감정이 무엇인지 모른다. 연민의 감정도 모르고, 그러다 보니 더더욱 사랑이란 감정이 어떤 느낌인 지도 모른다.

그냥 마음이 동하는 대로 했을 뿐이고,

자신이 생각하던 매뉴얼에서 벗어나는 상황에도 마음의 동인을 알 턱이 없다.

희수의 잘못을 잡아 낸 순간, 희수의 흐느끼는 뒷모습을 보고  멈칫하는 선우의 감정을 무엇이었을까.

어떤 종류의 사랑인지는 모르겠지만, 감정을 이해하는 단계라 생각할 여지가 충분하다.


잘못한 행위를 했을 경우 아이를 다그친다. 하지만, 아이는 그것이 잘못된 행위 인지 조차도 모른다.

‘잘못’이라는 것에 대한 명확한 개념도 없는 아이에게 , 잘못된 게 무엇인지 다그쳐 봤자 소용없다.

반성하지 않는다며 다그침이 심해질수록 , 혼나고 있는 아이의 억울함은 배가 될 뿐이다.

설령객관적으로 잘못된 행위를 저지른 아이라 할 지라도 ,

‘잘못된 것’의 실체조차 모르는 아이에게는 혼나고 있는 순간이 너무 가혹할 따름이다.


달콤한 인생의 선우 또한 이와 매 한 가지 상황이 아니었나 싶다.

타인에 대한 감정적인 교감이나 개념이 없는 선우에게는 희수를 용서해 준 느낌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냥‘그렇게 하면 괜찮을 것  같았다.’라는 것 그 걸로 충분했을지 모른다.

복수를 하는 내내, 선우는 상황이 왜 이렇게 까지 흘러왔는지 전혀 모른다.

자신이 무엇 때문에 벌을 받아야 하고, 왜 복수를 하게 되었는지 모른다.

객관적 상황은 명확하지만, 지금 본인을 납득시킬 충분한 이유는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강 사장은 ‘이제 이유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라며 끝을 보기로 마음 먹었지만,

선우는 끝까지 이유에 대한 억울함을 간직하며 강 사장 앞에 총구를 들이민다.

“도대체 왜 그런 겁니까. 당신 밑에서 7년 동안 개처럼 일만 한 나를, 왜!”


마지막 선우가 죽기직접 작게 읊조리는 말이 있다.

“너무 가혹해”….


무엇이 그토록 선우를 가혹하게 만들었을까.

어쩌면, 한번 도경 험해보지 못한 사랑의 감정이기에 스스로 조차 몰랐다는 사실이

가혹함의 이유가 될 수도 있다.

죽는 그 순간에도 선우는 도대체 내가 무얼 잘 못 했는가 가 궁금했다.


희수에 대한 감정이 있었지만, 그 감정의 정체가 끝까지 몰랐던 게 이유라면 이유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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