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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익 Oct 12. 2015

풍요속의 빈곤

-할머니의 바램과 도리의 회복

2년전 이었다. 지역구의 한 노인종합 복지회관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기간이 있었다.

주요 업무는 사회복지사들을 도와 어르신들을 위해 도시락도 배달드리고, 함께 동행하여 불편사항을 접수하기도 하는 그런 업무였다. 딱히 어려운건 없었지만, 날씨가 제법 쌀쌀했기에 감기는 항상 조심했어야 했다.


하루는 복지사와 독거어르신 분들 집을 돌아다니면서 가장 필요한 것을 조사하는 업무를 맡은 적이 있었다.

날씨가 추워지면 , 약한 어르신들이 버티기에 골방은 더더욱 힘겨웠을 것이다.

당연히 가장 필요한 것으로  전기요, 난로, 담요, 그리고 갖가지 생필품 이라는 예상을 했다.

그리고 복지관에서 여러가지 물품을 잔뜩 준비하고 조사를 나섰다.


조사를 나간지 얼마 되지 않아 , 난 큰 충격에 휩싸였다.


"어머님,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00복지회관에서 어머님께서 가장 필요하신거 지원해 드리려고 조사하는게 있는데, 생활하시는데 뭐가 제일 필요하실까요?"

웃으며 상냥하게 이야기 하는 복지사의 물음 뒤로 잠시 머뭇거리던 어르신의 모습이 아직 떠오른다.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저희가 최대한 지원해 드리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다그치가 그제서야 입을 떼기 시작한 어르신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참 충격 적이었다.

"말 동무가 있었음 좋겠어"


나와 사회복지사는 순간 당황하는 모습을 어떻게 감춰야 할지 몰랐다.

말동무라....우리가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부분에서 한 방을 얻어 맞은것 같았다.

특별한 케이스겠지 하고 찾아간 다른 어르신 집에서도 친구, 말동무, 말벗 이라는 대답이 심심찮게 나왔다.

나는 복지회관으로 돌아오는길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내 배려심이 턱없이 초라했고, 외로움에 하루하루를 버티고 계신 어르신들의 마음이 안쓰러웠기 때문이다.


"지익씨, 저렇게 보여도 어르신 분들 다 자녀분들이 계세요"

내겐 오전에 처음 받았던 충격보다 , 더욱더 큰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자녀분들도 먹고살기 힘들고 그러니까 차츰차츰 멀리하게 되는거죠. 어르신 분들은 또 부모된 마음으로 자식들에게 마음 쓰게 하고 싶지 않아서 또 혼자 끙끙 앓으시는거구요. 뉴스 보셨죠? 실제로 자녀분들이 부모님이 쪽방에서 돌아가셔도 모르고 나중에 이웃이 알게된 경우가 존재해요"


난 몇일동안 쓰린 마음을 진정시킬 방법이 없었다. 먹고살기 바빠서 라는 이유로 , 우리가 응당 가져야 하는 사람의 도리를 하지 않는다는게 과연 옳은 일인지 의문이 계속해서 들었다. 절대적 풍요는 늘어났지만, 상대적인 빈곤이 심화된 현실이 녹록치 않다는건 나도 인정하는 바이다. 오죽했으면 '헬조선'이라는 말이 당연시 되게 쓰이고 있는가. 하지만,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지켜야할 도리는 있는법이라 생각한다.


식민지를 거치고, 전쟁통을 겪으면서 그래도 지금 이만큼 온 것은 그 어떤 국가의 정책이나 문물의 결과가 아니다. 바로 서로 인간으로서 해야 할 도리를 지키면서 , 힘들수록 도왔던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먹거리 좋은차, 좋은집에 살면 뭣 하겠는가. 정말로 중요한 것들을 가벼이 여기며 풍요속의 빈곤을 자초하고 있는 모습에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어르신들의 외로움으로 부터 시작된 도리됨의 망각은 사회전체적인 나눔과 배려의 부재로 이야기가 확대 된다. '목구멍이 포도청' 이라는 말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 시키는건 좋지 않은 것같다. 어떻게든 살아가고 , 살아가기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의 체온을 지켜주는 협동이 필요하다. 자신의 이익만 바라고, 심지어 자식된 도리까지 버리게 되는데에 개개인의 사정이 있겠지만, 그래도 아닌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된다. 라는 말을 어려서부터 배우면 뭐하겠는가 . 실제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떠한 지혜를 가지고 , 가치와 신념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지는 망각하기 마련인데 말이다. 앞으로 삶은 물질적으로 더 풍요로와 질 것이다. 풍요로움이 우리의 삶을 표면적으로 윤택하게 해 줄 수 도 있다. 하지만, 점점더 누릴 것이 많아지는 것 만큼 우리의 사고와 마음의 씀씀이도 같이 커져야 할 것이다.


어르신들이 가장 필요한것이 '말 벗' 이라는 이야기를 통해 지나치게 확대해석한 경향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 할지도 모른다. 풍요속의 빈곤은 우리가 경계해야할 현대병 중 하나임에는 틀림이 없다. 부디 나의 작은 경험이 기우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를 단단하게 만드는 것은 과학의 발달이 아니라, 도리와 배려라는걸 마음속에 잘 가지고 있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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