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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익 Apr 01. 2016

경영학 혹은 경영

추상성으로부터 구체성으로 , 구체성에서 활용성으로의 변용

대학교 강의를 들을때 가장 참을 수 없었던 점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애매모호한 메세지로 가득차 있던 경영학 수업을 듣고 있을 때였다. 비전,소통,조직,전사적 관리 등등 좋은말 인것 같으면서도 하나도 와 닿지 않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들만 가득했기 때문이다. 경제학이 가져다 주는 메세지는 분명했다. 사회과학의 영역안에서 철처한 이론을 토대로 논리적인 연결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접하기가 수월했고, 나 또한 그런 점에서 경영학 보다는 경제학 선호 했던것 같다. 


경영학은 상당히 추상적이지만, 인기가 가장 많은 분과중 하나다. 왜그럴까? 추상적이고 애매한 말들의 향연이기때문에 만만해서? 아니면, 그냥 대충 경영학(Business management)라는 타이틀이 뭔가 있어보여서? 그것도 아니면 , 그냥 할것이 없어서? 이유야 어찌되었든 경영학은 참으로 어려웠다. 심지어는 경영학의 세계적인 석학들과 경영자들의 이야기들이 하나도 와 닿지도 않았다. 그렇게 겉멋만 가득한 분과학문 이라는 생각이 점점 내 머릿속에 자리하기 시작했다. 


직장인이 되고나서 , 다시 펼쳐든 여러 보고서와 경영학 서적들은 여전히 나에게 낯설었다. 이말이 이말 같고, 도무지 비전이라는 것이 왜 중요하며 , 그럴싸한 단어들로 포장해 놓은 멋드러진 문장 속의 의미를 찾아내기엔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꽁꽁 머리를 싸매며 의미를 찾아보려 노력한 끝이 예전과는 달라진 내 태도를 발견했다. '경영'혹은 '경영학' 이란 대체 무엇인가? 라는 본질적인 의문스러움 조차 해결하지 못했던 과거를 지나 , 이제는 나름의 방법을 조금이나마 터득한 것일 수도 있다. 


내가 처음 받아들인 경영과 경영학의 실체는 공중에 떠다니는 추상의 개념을 가시화 하여 조직에 입히는 것이라고 할 수있겠다. 예를 들자면 이렇다. '조직문화' 혹은 '조직DNA'라는 것은 언급되지만 실체는 발견하기 어렵다. '혁신적인 조직문화'라고 써놓고 아래에는 '관료적 문화 타파', '부서간 이기주의 해결',' 수평적 소통' 등등의 레토릭만 가득한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경영은 이러한 이야기를 틀(frame)으로 인식하고 , 실제로 조금씩 바꿔가는 과정이란 것이다. 쓸데없다, 쓸데없다, 안돼, 안돼 라고 이야기 되는 와중에 진짜 경영은 그 틈새에 서서히 스며든다. 과정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결과는 확연히 차이나는 그 것이 바로 경영과 경영학이 추구하고자 하는 길인 셈이다. 


실용성만 강조하다 보니 , 경영이 가진 그 본래의 활용성이 잊혀지곤 하는것 같다. 우리가 받아들이려 하는 경영학과 경영의 개념들은 다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따라서 활용하는 자에 따라 무한히 변할 수 있는 맥가이버 칼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하나의 용도로만 사용하려는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면 그 개념은 정말로 뜬구름 잡는 폼쟁이 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초일류 기업들이 항상 비전(VISION)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우리 주변의 수많은 조직들도 '비전 선포식'과 같은 결의를 늘상 다진다. 그런데 그 하늘위에 구름같은 비전이 왜 중요한지 우리는 진지하게 생각해본적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모두가 하나의 목표 앞에 열의를 다하는 작은 과정들이 결국에는 아무도 해내지 못한 결과를 만들어 낸다. 그게 경영에서 말하는 비전이고 , 우리가 비전을 이야기 하는 이유일 것이다.


비전을 하나의 예로 들었지만, 그 외 수많은 개념들이 이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고 우리는 그것을 활용하는 마음가짐을 길러야 한다. 하나의 돌이 주어지면 '이 돌로 무엇을 하란말이지?' 라며 , 돌 그자체에 멈춰있던 태도에서, '어떻게 하면 돌을 내가 원하는 목적에 맞게 변형해서 사용할까'라는 인식의 전환이야 말로 내가 경영을 제대로 받아들이는 시발점이 되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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