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지익 Sep 18. 2016

디테일의 힘(Power of Detail)

강인한 일본의 작은 경쟁력

해외는 나가고 싶고, 시간과 돈은 없다보니 몇 안되는 해외여행 선택지에늘 일본이 있었다. 관광에 소질도 없고, 준비에 노력을 쏟아붓는 성격도 아니라서 무작정 비행기만 타고 떠난 외출이었다. 본의 아니게 몇 번의 여행동안 일본 대표 맥주공장 견학을 할 기회를 얻었다. 삿뽀로, 기린, 아사히 맥주 공장에 견학아닌 견학을 다니는 와중에 몇 가지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맥주 시음까지 포함해 맥주공장 견학은 전부 무료다. 대신 미리 사이트를 통해서 예약을 해야하고, 예약 번호를 받아야 한다. 시간대를 선택하고, 시간대에 가능한 견학인원도 미리 정해져 있다. 공장에 도착하면 입구 경비원이 견학 예약자들의 스케쥴 표를 보고 입장을 체크한다. 1시간에 1~2 타임 정도의 견학 스케줄이 있다. 이름을 확인하고 번역기기를 받고, 번호표를 받는다. 공짜라고는 믿겨지지 않을만큼 체계적이고준비도 빈틈이 없다. 단순한 기업 이미지와 마케팅 이라고 생각하기엔 지나칠 정도로 노력을 기울인 프로그램이 아닐 수 없었다.


공장 측의 준비 못지않게 나를 놀라게 했던 것이 있다. 바로 참가자들의 태도였다. 대단한 관광코스도 아니고, 특별한 이벤트도 아니었지만그 누구하나 견학 시간동안 대충 참여하지 않았다. 놀라울 정도로 질서 정연했고, 한 기업의 요식행위나 마케팅 서비스라고 쉬이 여기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날이덥고, 교통편도 불편한데다가 돈도 내지 않았는데 예약사항에 대한 노쇼는 단 한팀도 없었다. 체험하고 싶어하는 욕망과 더불어서 주체와 객체간의 약속과 신뢰가 느껴졌다.


아사히 맥주공장 견학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시음을 하는 시간이었다. 각자 처음 나누어준 테이블 번호표를 받고 지정된 테이블 번호에 앉았다. 나는 7번 번호를 받고 자리를 찾아갔다. 번호표가 없어도 나는 내 자리를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떡하니 테이블에 작은 태극기가 꽂혀져 있는게 아닌가. 놀랍기도 하고 , 좋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마침내 그날이 8월15일 광복절 이었으니 나에게는 좀더 다른 의미로 다가 왔을지도 모른다. 이유야 어찌됐건, 배려아닌 배려에 작은 감동을 했고, 저절로 내입에서는 탄성이 흘러 나왔다.


한국의 근현대사에 피로 얼룩진 기억을 안겨다 준 일본 이라는 나라는 그야말로 가깝고도 먼 나라가 아닐까 싶다. 반나절이면 왕복 할 수 있는 거리지만, 짧은 거리에 비하면 가지고있는 성향과 문화는 너무나 큰 차이가 있다. 호방하고 호전적인 반도국가인 대한민국에 비해, 일본은 섬세하고 심지어 쪼잔하기도 하다. (일본인들을 정말로 저축을 너무 많이해서 탈이다!)


스미마셍을 입에 달고 다니고, 피팅룸에서 티셔츠만 걸치고 나와도 민망할정도로 ‘스고이’를 연발하는 그들의 모습은 때론 부답스럽기까지 하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라고 생각 되다가도 지나친 모습에 진심의 정도를 헤아릴 수 없는경우도 왕왕 발생한다.


이런 일본을 보며, 복잡한 역사에 뒤틀린 관계라고 해도 하나만은 짚고넘어가고 싶다. 소위말하는 ‘디테일의 문화’는 분명 그들이 가진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디테일의 힘이배려로 좋은 인상을 주고, 대내적으로는 디테일로 인한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줄이게 된다. 패스트푸드 콜라를 포장해 오다가 콜라가 넘쳐 흐르는 건 너무나도 성가신 일이다. 그들의 디테일은 귀여운 스마일 스티커로 작은 구멍을 매조지 하는데서 시작할지도 모른다. 익숙지 않은 난 신선했지만, 익숙한 그들은 효율적인 역할 분담인생활방식의 하나였던 것이다.


앞으로 국가 경쟁력은 연성권력(Soft Power)이 이끌어 나갈것이다. 소프트 파워는 단순한 질적,정신적 성장과는 조금다른다. 작은 것부터 신뢰하고 믿을 수 있는 사회적자본(SocialCapital)이 구축되어야만 생기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 특유의 ‘디테일 문화’는 단순히 여행에서 느낀 체험이 아닌 곰곰이 생각해볼하나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사건사고를 비롯하여 , 각종신뢰가 사라져 가고 있는 우리 사회에 ‘디테일을 통한 신뢰 형성’은온정이 가득하고 끈끈한 공동체를 재건하는데 좋은 출발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이전글 내생에 단 한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