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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익 Sep 02. 2016

내생에 단 한번

Why so serious?

트라우마(Trauma). '정신적 외상' 또는 '(영구적인 정신 장애를 일으키는) 충격' 이라고 정의한다. 의학용어 이지만, 현대인들이 알수 없는 심리적인 충동이 발생할때 가장 많이 거론되는 원인다. 많은 사람들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겪은 트라우마 때문에 고통스러워 한다. 한번의 경험으로 평생을 고통스러워 해야 하는 트라우마. 극복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극복하지 못하는 사람이 더 많을것 같다. 왜 우리는 꼭 나쁜기억 하나로 인해서 삶을 어렵게 풀어가야 하는 것일까. 과학적이고 의학적인 근거가 많겠지만, 좋은 경험 하나가 가지는 삶의 지대한 영향력에 비하면 과도하게 강력해서 때론 억울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이가 들수록  삶이 단조로워 지다보니까 의도적으로 나의 기분을 밝게 해줄 그 무언가를 억지로 찾아다닐때가 있었다. 좋은 생각을 많이 하라고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여행을 많이 하라고들 하지만, 나와같은 평범한 직장인이 여행을 통해서 정신적인 포만감을 느끼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지적갈망을 위한 독서를 통해 길을 찾고 스스로를 다스려라 하지만 책도 싫어하고 공부하기도 싫어하는 나와 같은 사람에겐 또다른 고통으로 밖에 다가오지 않는다.


괜시리 기분이 울적해 지거나, 삶의 의욕이 없었을 때 별에별 생각이 다든다. 그때 좀더 무엇인가 열심히 할껄, 그때 그런 선택을 할걸 등등 과거의 모습들이 윈도우 창의 오류 팝업처럼 마구 떠 오르면서 스스로를 한심하게 만든다. 기분이 좋지 않을때 , 혹은 마음이 편치 않을때 과거의 실수나 후회스러움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그런데 한날은 그런생각이 들었다. 기분이 너무 좋은날은 기분이 너무 좋기 때문에 예전의 좋았던 기억을 생각할 겨를이 없기에 좋았던 기억을 끄집어 내지 않는것일까? 기분이 좋으면 좋은대로 신나게 놀고, 친구를 만나고, 수다를 떤다. 그러는 사이에 기분이 좋음은 계속 유지되지만, 예전에 행복했던 순간은 또다시 회상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린다. 가혹하다고 생각했다.


좋았던 기억도 나쁜 기억처럼 지금 내가 연상적으로 생각하면서 흐뭇해 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겠다고 생각했다. 매개체가 꼭 없더라도 '존재하는 나', '경험했던 장본인' 이 있는한 분명히 좋았던 기억은 나쁜 기억못지않게 내 마음속에 저장되어 있을 것 같았다. 다만, 좋은 상태에서는 굳이 예전을 떠올리지 않아도 좋으니까 노력을 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지나간 감정이고 느낌이 소용없다면 ,나쁜기억은 트라우마 란 이름으로 우리를 끊임없이 괴롭히는데 즐겁고 행복해던 기억은 왜 존중받지 못하는 것일까. 전적으로 능동적이지 못한 내 자세의 문제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나쁜기억은 나빴기 때문에 지금 생각하면 나를 궁지로 몰아넣고, 좋아던 기억은 아무리 행복했어도 과거 이기 때문에 소용이 없었다. 바로 이와 같은 마음가짐 때문에 난 늘 행복한 기억을 흘러간 앨범 구석에 처박아 뒀던것 같다. 좋았던 순간을 과거 라는 틀에 가둬 놓다보니 온전히'행복한 기억' 이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


살면서 좋았던 순간이 단 한순간도 없었던 만큼 불행한 사람이 있을수도 있겠지만, 분/초 단위로 경험의 시간을 잘게 나누다보면 '찰나' 라고 정의되는 순간에 분명히 나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하다못해 단축수업을 하고 일찍 마치는 그 순간, 혹은 학창시절 방학식을 하고 일찍 마치던 그 순간까지. 우리의 삶 전체중에서 트라우마에 뒤지지 않게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기억의 편린은 존재할 것이다.


당연하게 기억되어 되살아나는 트라우마와 달리, 좋은 기억은 스스로가 조금씩 노력을 해야한다. 노력을 통해서 감정이 시간을 거슬러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마음의 실천은 ,좋은 기억은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는 걸 인지하는데에서 출발해야 한다.


'why so serious?' 라고 이야기 하던 배트맨의 조커도 분명 어느 순간은 행복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다만 천재적인 조커였지만, '내생에 단 한번 좋았던 기억' 을 끌어내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 아닐까.

가을의 문턱에서 좋은 기억을 인정해주려는 나의 노력은 남은 한해를 힘차게 즐길 수 있는 원동력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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