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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익 Mar 11. 2018

배우의 품격 - 훌륭한 배우의 요건

박복한 인생이여, 나를 잊지마오

  배우들이 하는 인터뷰 중 '배우가 가진 직업적 매력은 무엇일까요' 라는 질문을 꽤 많이 본 것같다. 배우의 매력에 대해서 다양한 대답을 한다. 그중 기억에 남는 대답은 '배우라는 직업이 가지는 매력은 다양한 삶을 무대위에서 혹은 스크린 안에서 경험해 볼 수 있는 것이죠' 라는 것이었다. 


영화나 연극 혹은 드라마 세계의 생리를 전혀 모른다. 그래도 배우들이 작품을 들어가기 전에 시나리오를 보고 연기할 배역에 대해서 공부 한다는것 정도는 알고 있다. 캐릭터를 분석한다고 해야하나? 뭐 여튼 자신이 맡을 극중 배역에 대해서 스스로를 조정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거치는건 분명한 것같다. 연극을 주기적으로 보러가거나, 영화를 수준높게 감상하는 삶을 살고 있진 않다. 하지만, 종종 시간이 허락한다면 영화 한편을 보는것을 나름의 취미로 삼고 있는 나는 좋은 배우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곤 한다. 


좋은 배우란 어떤 것일까? 물론 배우는 자신에게 맞는 시나리오를 선택 할 수 있어야 하고(흔히들 말하는 작품을 보는 눈), 선택한 작품에 대해서 연기를 잘해야 한다. 사실 배우는 연기 하는 사람 이기 때문에, 첫째도 연기를 잘해야 하고, 둘째도 연기를 잘해야 한다. 너무 당연한 화두를 던진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진짜 좋은 배우가 되기위해서는 연기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렇다면, 더 무엇이 필요하단 말인가? 인격적인 완성? 몰두하는 힘? 

이렇게 하나씩 짚어가다보니 배우라는 직업이 정말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이 새삼 든다. 


메소드 연기 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이것도 하나의 연기 방법중 하나로 알고 있는데 , 극중 인물에 대해 완전히 몰입하여 그 순간 만큼은 캐릭터와 스스로를 일치시켜 내가 배역이고, 배역이 나인 상황속에서 극사실주의를 표현하는 것을 지칭한다. 메소드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청중이나 관객도 때론 혼돈을 한다. "저 배우가 정말 저런 사람인거 같다", "저 역할이 그냥 단순 배역이 아니고 배우 그 자체가 아닐까?" 메소드 연기는 어렵지만, 배우가 할 수 있는 강력한 경쟁력임에는 틀림없다. 


'대부'의 말론브란도. 성격과 사생활관 별개로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기에, 수많은 삶의 편력들을 소화할 수 있는 대배우가 됐다.


메소드 연기는 훌륭한 연기를 선사하지만, 매우 위험하다. 내가 아닌 타인의 삶속으로 들어가서 전혀 다른 인간군상의 눈으로 짧게는 몇개월, 길게는 수년을 살아본다는건 매우 위험한 일이다. 낭만적이거나 멋진 일같아 보이겠지만, 상당한 정신적인 수양을 필요로 하는 고난이도의 과정이다. 그래서 배우가 어려운 직업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하나의 개성을 지키며 살기에도 어려운데, 여러개의 신념을 수시로 바꿔가며 몰두하는건 여간 쉬운일이 아닐 것이다. 


놀라울 정도로 연기를 잘하는 배우는, 무서울 정도로 자기자신을 굳건하게 지키는 멘탈을 소유해야 한다. 그래야지만 현실로 돌아올 수 있다. 연기변신은 왠만한 배우는 쉽게 소화 해 낼 수 없다. 변신은 언제나 구심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 구심점은 뛰어난 재능도 아니오, 화려한 언변도 아니고, 불같은 열정도 아니다. 구심점은 오로지 작품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스스로의 신념을 확고히하는 능력이다. 포털 문을 열어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서 새로운 삶을 살다가도, 새로운 삶이 다하면 다시금 포털문을 열고 본연의 자리로 돌아와야한다. 그래야지 본래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다. 그래야지 다양한 변신이 가능하고, 변신을 하더라도 수많은 캐릭터 속에 자기자신이 희석되지 않는다. 


언제라도 제자리로 돌아 올 수 있는 구심점을 확고하게 정립하는일. 이것이 배우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능력이고,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져야 하는 역량이라 생각한다. 결국 배우도 하나의 인격체이고, 신념을 가지고 현실세계에서 중요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특이할 뿐이지 '직업으로의 배우' 라는건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배우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것 같다. 캐릭터에 들어갔다, 나오지 못해서 상당히 고통스러워 하기도 하고, 그 와중에 자기자신을 잃지 않으려 아등바등 발버둥 치기도 한다. 


화려한 셔텨 뒤에 숨겨진 배우의 고통은 일반인이 느끼지 못한 다른 종류의 치열한 삶이다. 박복한 인물이라도 그는 행복해야 하고 , 악랄한 인간이라도 그녀는 한없이 순수해야 한다. 이렇게 삶을 다양하게 살아간다는건 범인이 쉬이 가지는 정신력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 명배우로 거듭나기 위해서 끊임없이 훈련해야 하는것은 단순한 연기가 아닌, 어떻게 하면 본인의 가치관을 흔들리지 않게 유지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한명으로만 살아야 하는 수만은 사람들에게, 간접체험을 하게 해주는 역할. 그 소명을 이어받은 배우들도 결국에는 하나의 인간이기에, 좋은 배우가 되기위해 스스로를 올곧이 새울 수 있는 훈련을 통해 단단해 져야 할 것이다. 그렇게 정체성을 지켜나가며 꿈을 위해 전진하는 배우를 나는 언제나 존경한다.


마츠코는 너무나 언제나 다 바치고, 계속해서 버림받은 박복한 삶이었지만, 나카타니 미키는 그녀 자체로 인생을 즐기고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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