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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자의 썰 May 27. 2024

칫솔가게, de Witte TandenWinfle


가끔 사람들이 물어본다, “다녀본 곳들 중에 어디가 제일 좋았어요?  가장 추천하는 곳에 한번 가고 싶은데? “  이런 질문을 받으면 좀 당황스럽긴 하지만, 뭘 보고 싶냐고 금방 되물어 본다. 그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특별한 관심이 있는 도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막연한 동경심으로 유럽 어딘가에 그들의 갈증을 해소해 줄 것 같은 마법 같은 도시를 찾고 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대부분 유럽이 다 유럽이라는 생각이지만, 사실은 각 나라들이 너무너무 달라 어디를 추천하기가 쉽지 않다. 마치 아주 예전 서양사람들이 한국, 일본. 중국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들과 비슷하지 않을까?  그나마 파리를 찍고 조금 유럽에 대한 경험이 있는 분들에게 내가 강력 추천하는 곳은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이다. 거기 가시면 모든 분들이 좋아하시는 고흐 박물관도 있고, 당신의 눈을 지상최강으로 호강시켜줄 램브란트의 그림들이 도배가 되어 있는 Rijiks Museum 도 있고, 길거리 공기반 순한 대마초 냄새 반도 경험하고, 진짜 맛이 틀린 하이네켄 맥주를 절인 청어에 한번 드셔보세요..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이야기라 금방 혹하고 나의 추천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2015년 내가 처음 암스테르담을 갔을 때에 목적은 전혀 그런 것들이 아니었다. 


나의 암스테르담 방문 이유는 길거리에 있는 아주 작은 한 가게 때문이었다. 그곳은 대부분의 유럽이 그렇듯, 거의 모든 로컬 가게들이 금요일 오후 일찍 문을 닫는다. 난 화요일에 돌아오는 스케줄이었고, 월요일은 그곳 공휴일이었다. 그래서 나에게 허락된 시간은 공항 도착 후 2-3 시간뿐이었다.  호텔 체크인도 못하고 바로 찾아간 가게의 이름은 de Witte TandenWinkel이라는 칫솔만 파는 가게였다. 내가 이 작은 칫솔가게에 관심을 가지고, 고흐나 풍차보다 이 가게를 보기 위해 암스테르담으로 날아갔던 것이다. 그 당시에 난 새로운 칫솔 디자인에 한참 정신이 팔려 있었고, 아주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머리에 있었다.  인터넷에 검색을 해봐도 내가 생각하고 있는 디자인은 정확히 매치되는 것이 없었고, 디테일로 들어가기 전에 시장조사를 할 필요가 있었다.  검색을 해 보았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전 세계 칫솔만 모아놓고 파는 가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 이곳에 가보면 되겠다 해서 주말을 좀 늘여서 가게 되었던 것이다. 


암스테르담 도시 안, 안나 프랭크 하우스에서 멀지 않은 부티크샵들이 몰려 있는 Jordaan이라는 동네에 de Witte TandenWinfle이라는 칫솔 가게가 있었다.  그 안엔 정말 세계 각국의 칫솔들이 있었다. 외국을 갈 때마다 약국을 들러 거기엔 어떤 칫솔, 치약이 있나 찾아보는 것이 쏠쏠한 취미였는데, 이 가게엔 정말 처음 본 신기한 칫솔들이 어마어마하게 있었다. 치과랑 관련이 없는 관광객들은 그냥 가게 안을 들어왔다 휙 둘러보고 나가는 것이었지만, 난 놀이동산에 들어온 꼬마처럼 모든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그리고 내가 머리에 두고 있던 디자인이랑 약간 비슷하게 매치가 되는 칫솔 한 개를 찾고야 말았다.  제발 내 눈에 발견되지 않기를 바랐는데 이곳에 그 칫솔이 있었던 것이다.  한참을 가게 안에서 머무르던 나를 주인아저씨는 이상하게 쳐 바 보고 있었고, 이 가게를 보러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왔다고 나의 정체를 밝혔다. 이상한 놈이 찾아왔다고 생각하셨을 것 같다.. 이 주인아저씨도 치과랑 관련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본인의 배경에는 그런 것은 없었다. 가게를 떠나기가 아쉬워 칫솔만 열대여섯 개를 사고, 그 가게 앞에서 하이네켄 한잔 한 기억이 새롭다. 


아쉽게도 이 가게는 코비드를 이기지 못하고 그 기간 완전히 문을 닫았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같은 이름의 가게가 아직 있는 것을 확인했지만, 내겐 암스테르담하면 떠오르는 이 가게가 없어진 것이 너무 아쉽기만 하다. 칫솔만 파는 가게 … 이름만 들어도 벌써 미소를 짓게 하는 재미있는 아이디어 같은데 그리고 암스테르담 같은 도시에 있을만한 가게 같은데, 그렇게 사라진 것이 못내 아쉽다. 참고로 그곳에 한국 칫솔은 없었고, 내가 특허를 내려고 했던 칫솔 디자인은 벌써 25년 전에 미국에 있는 어떤 의사가 특허를 내었었고, 지금은 그 특허기간이 끝났지만 아직 개발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고, 스펙트럼을 조금 넓힌 내 디자인은 아직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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