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i Xote

by 복자의 썰


오늘은 내 칭구가 몹시도 보고 싶어서 오랫만에 편지도 써본다.

처음으로 겨울다운 날씨다. 하루종일 freezing temperature 이고 한가하고 우울하고 그렇다.

가끔 만나서 맥주한잔에 수다도 떨고 해야하는데 우리는 그걸 못하니 안타깝다, 그지?


3월에 한국에서 만나겠지만 .. 3월 12일에 한국 도착하고, 숙소는 강남. 양재역 근처로 잡았다.

12일까지 있을 거야. 용인에 있는 삼촌 만나러 왔다 갔다 할꺼야. 그때 SP도 한국에 있데..

2월부터 3월 중순까지 연구기간? 허락 받아서 한국에 있단다. 그래서 3/17-19 안동에 같이

가기로 했는데.. (내가 안동을 그때 가려고 했거든.. 병산서원 이런거 보고 싶어서..) 그래서

내가 16일 월요일 저녁에 우리 삼총사 하고 저녁 같이 하자고 하니까 좋다고 하더라..

황쌤이 시간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는데 .. 또 황쌤이 SP를 만나는게 어쩔지 모르겠는데

괜찮겠지?


학교 생활이 어찌 좀 그렇다.. 조직의 쓴 맛도 보고. 2nd career 이라 좀 가볍게 생각해도

여기서 내가 에너지 시간 다 쓰고, 쓴 맛도 보고 하는게 맞나 생각이 들기도 하고. 어디 훌쩍 가서 생각도 좀 하고 그림도 그리고. 그랬으면 좋겠는데 작년에 그렇게 한 것이 꿈만 같네.

차라리 학교를 파트타임으로 소일거리라 생각하고 다른데 이틀 정도 나가서 일을 할까 하는

생각도 하고.. 정말 조직의 쓴 맛은 좀 고약하더라.


난 자꾸 나중에 한국에 가고 싶은 꿈을 꾸는데 와이프는 그게 그리 쉬울것 같지 않고.

나중에 혹시라도 얘들이 결혼하고 하면 그때는 또 상황이 달라질텐데 그때는 또 어떻게 하나..

생각도 들고. 그냥 하루 하루 열심히 사는게 맞는데 뭐가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오댕국물 있는 선술집에서 너랑 앉아서 정종 한잔만 하면 좋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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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도 오기 전 암흑 같은 새벽에 눈이 떠져

빈 마음 헛된 것으로 채우지 않으려고 들리지도 않는 성경 듣고 있었는데

보고 싶은 칭구와 정종 한잔 하려고 눈이 떠졌던 거였네.

우선 한잔 같이 나누자. 따뜻한 오뎅국물에서 올라오는 매콤한 냄새를 맡으며.


3월에 한국 온다니 그때 얼굴은 보겠지만, 정종 한잔 나누는 깊이는 누리지 못하겠지.

그래도 우리 3총 같이 만나고 나이 들어 같이 곱씹고 곱씹을 추억을 만들 시간은 되겠지.

오랜만에 SP 만나는 것도 좋겠다. 교장쌤이 아니라 같이 늙어가는 떠돌이로서.

황쌤은 좋아할지 모르겠다. 내가 얘기는 해볼게. 불편하면 우리끼리 만나도 되지.


어제 밤 마음의 휴식이 필요해 돈키호테 2권 6~7장을 소리 내어 읽었다.

돈키호테가 3번째 집을 떠나기 전 가족과 친구들이 말리는 장면 이었지.

그냥 편안하게 집에 있지 왜 또 방랑의 길을 떠나느냐고.

첫 번째 떠나고는 실신이 되어 말에 실려 돌아오고,

두 번째 떠나고는 창살에 갇혀 미친 사람 취급 받으며 끌려 돌아오고,

그것도 모자라 또 떠나려고 하니 정신 좀 차리라고 가족들은 말리고 있더라고.


기사의 삶을 살아야 하는 돈키호테처럼

한국에 오고 싶은 네 마음도 어디 덮는다고 덮어 지겠니. 평생 안고 살아야지.

그 망상을 버릴 때 쯤은 돈키호테가 자신이 미쳤다는 것을 알고 죽음을 맞이하는 시점이겠지.

그래도 우리의 영웅 돈키호테는 7장에서 산초와 만나 또 세번째 여행을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더라.

내가 너의 산초다. 되던 말던 한국에서의 꿈을 버리지 말고 같이 만나서 미친 짓을 같이 하자.


너도 그렇지만 나도 내가 뭐 하는지 잘 모르겠다.

회사는 하나 더 차려 놓고 직원까지 고용해 놓고 같이 일 하고 있는데

공동 창업한 우리 3명 모두 각자 다른 생각으로 길을 만들어 가고 있느니.

나도 내가 바라는 방향과 상상의 모습이 있지만

우선 내 생각은 버리고 '두 명의 파트너들의 각기 다른 그림과 필요에 맞추어 줘야겠다' 하고 하루 하루 살고 있다.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하고, 내가 계획한 대로 되는 인생도 아닌데, 그래 어디로 흘러가는지 가는 데로 가 보자 하는 마음으로.

소위 말하는 사업의 성공이니 실패니 하는 것은 더 이상 나에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

오늘 주어진 내 손을 떠난 하루를 당당하게 받아드리는 것 말고는.


그런데 요즘 내가 붙들고 있는 한 가지는

내가 아는 대로 내가 원하는 살면 내가 그렇게 증오하는 꼰대가 되겠구나 하는 확신이야.

그런 내 모습을 상상해 보면 가관이 아니게 웃기고 한심해.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으니 진짜 다행 이라니까.

꼰대 돈키호테의 미친 짓을 모두가 따라 주고 동조해 준다면 돈키호테라는 명작은 존재의 필요가 없어지잖아. 그래서 나는 그냥 꼰대 돈키호테로 살려고. 누가 맞고 누가 틀린 것은 중요하지 않으니.


나는 나로 살면서 나의 길을 막는 사람들은 또한 그들의 역할을 하고 있는 거니 못이기는 척하면서 그들의 방해를 받아드리려고.

하지만 내 마음속에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는 꼰대의 망상과 희망은 놓지 않을 거야.

가끔씩 할 말은 하면서 꼰대인 나를 보여주면서. 그들이 이해하건 말건 내가 알 바 아니니까.

그들 눈에 꼰대지 내 마음은 꼰대가 아니면 되잖아, 우리의 영웅 돈키호테 처럼.


사장님으로 살다 종업원으로 살려니 너도 얼마나 힘들겠냐.

그래도 그 곳이 네가 돈키호테 될 수 있는 기사도의 연습장이니 잘 버티어라, 나의 칭구야.

그들과 같이 정신 멀쩡한 사람은 되지 말고.

잘 하려 하지 말고 그냥 버티면 되겠지. 실신이 되어 돌아오던, 마귀에 씌운 사람 취급 받아 창살에 갇히어 끌려오건.


우리한텐 나중에, 그게 언제인지 모르지만,

정종 한잔 하면서 했던 얘기 또 하고 또 할 그런 날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겨울에 정종 한잔 하며 나눈 똑같은 얘기를 여름엔 맥주로 바꾸어 한잔 하면서 또 같은 얘기 하면서 말이야.


오늘은 정종에 오뎅이 정답이다. 한잔 하자.. 칭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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