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
내년부터는 송구영신 예배에 참석하지 않기로 선언했다.
해마다 12월 31일 저녁 11시에 교회에서 시작하는 송구영신 예배를
지켜왔다.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예배당에서 맞이한다는
기독교인이라면 거역할 수 없는 대의명분을 내세운 이 집회는 내겐
늘 천근 만근 무거운 납덩이였다.
교회에서는 이것저것 나름 준비한 행사들을 진행해 나가느라 촉박한
시간을 쪼개기 바쁘고, 모든 프로그램은 그 나물에 그 밥이다. 그 나물들
이젠 정말 못 먹겠다. 목사가 준비한 말씀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더욱이 영어반 한국말 반으로 진행해야 하는 이곳의 독특한 환경이
어느 것 하나 집중하지 못하게 한다. 오분이라도 조용히 앉아 있을 시간도
없이 끝이 나고 어둠을 해치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는
언제나 날이 바짝 선 내 불평을 와이프는 눈물로 들어야 한다.
집으로 돌아와서 잠을 청할 때면 시계는 이미 새벽 두 시를 지나간다.
담 날은 평소 되로 잠이 깨면 그 날은 하루 종일 몽롱하고, 늦잠이라고 자면
그 날 하루는 언제 지나갔는지 모르게 사라진다. 이것이 내가 겪는 신년
초하루의 현실이다.
정리하고 새로운 마음을 준비하기 위한 시간은 언제나 정 반대의
현실로 나타나고 하지만, 그 누구도 반대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그 '대의명분'의 기에 눌려서이다.
난 '그만'을 선언했다. 그리고 내년 송구영신의 시간을 혼자 계획했다.
어색하지만 우리 식구끼리 모여 개인과 가족들에게 있었던 한해의 시간을
돌아보자. 우리 가족이 한 해 동안 어떻게 살았나 같이 이야기도 해보고.
우리가 어떻게 돈을 벌었고, 또 어떻게 그 돈을 나누며 살았나도 이야기하고.
내년엔 또 어떤 일 들을 해 볼 것인지 서로 나누어 보고. 그 모든 시간안에
예수님이 우리의 삶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 또 우리가 그 예수님을 위해
어떤 희생을 했는지 한번 돌아보자.
정결하고 깔끔하게 정리하고 제대로 잠자리에 들고 담 날 맑은 아침에
세배하며 떡국 나누는 걸로.
작정하고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