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덕동에 사는 남자친구,
이제는 소식을 몰라
공덕동에서 여길 어떻게 와
이리로 이사 오고 처음엔 몇 번 왔었지....
저녁 어둠이 불현듯 뇌의 어딘가에 엉겨 붙어 있던 기억을 말하게 한다. 그러한 순간 ㅇㅇ할머니는 딱 이 만큼만 털어놓았다. 지나온 삶은 엉킨 채 조각나고 부서지고 도무지 흐름이 없다.
그리고 이제 동선도 사라져 방안에만 존재한다. 골목길에서 그림자라로라도 마주친 적 없이 두어 계절이 훌쩍 지나갔다.
집문을 두드려서까지 혼란과 슬픔과 체념을, 그것이 한데 어울린 "생로병사"의 한 존재와 맞닥뜨리고 싶진 않으리라.
이것은 어디서 배워온 적 없이 스스로 예정한 "응당의 예의".
먼발치의 배웅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