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의 사람
욕심을 좀 부렸다고
그렇지만 미안한 맘은 있노라고 말하면 될 것을.
그러지 못해, 아니 그럴 수 없어서,
하찮은 꼼수 하나 부리며
한껏 큰소리로 화를 낸다.
좀팽이 주제에.
그깟 병마개만도 못한 잔꾀
발로 으깨서
하수구로 처넣어지는 걸
목격시킬까 하다가
에에, 그럴 필요까진!
소인배
내 너를 살려 보내마.
#. 또 하나의 사람
내내 무리하고 있는
나를
새해 벽두부터
불러낸 건
내 미사여구로 덮어주었다만
다 빠져나간
손아귀에
쉽게 가는 길을 본능으로
터득한 너라는 파악만 남아.
이렇게 초장에 밑바닥을 다 보이면
어떡할 거냐고 물을 수 있지만
에에, 들뜬 먼지
가라앉은 날
시원하게 털어내 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