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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차이겠죠. 실제로 나랑 우리 집 아들이랑 딱 한 세대의 차이가 나네요."
놀라운 것은 이때 앞자리의 S 표정이 굳어졌다는 사실이다.
아들과 30년의 차이를 갖고 있다는 건 사실이다. 30대에 첫 출산이란 우리 사회에서 큰 흉이라고도 할 수 없지만 누구에게 자랑거리가 되는 것도 아니다. P와 S,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 대화를 이어간 맥락에서 보아도 가족 간에도 세대차이가 있다는 점에 수긍하던 흐름이었으니 내 말은 그 흐름상 엉뚱하지도 않았고 맹세컨대 혼자 튀려는 의도는 더더욱 없었다. 그래서 S의 표정변화는 기이한 느낌조차 주었다.
눈앞에서 쏴라락 셔터가 내려진 집. 무서운 속도로 문을 닫고 문 저쪽으로 사라진 것이다. 방금까지도 손주 봐주는 고충을 씩씩하게 얘기하던 여성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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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의 p가 아무 눈치를 못 챘는지 혹은 전혀 몰랐던지 겉으로는 이상이 없었다. 그러니 나로서 순간 놓치지 않고 표정변화를 봤대서 그걸로 뭐라 물어볼 입장은 아니었다. S와는 두 번째 만남이지만 그녀가 P를 따라 나왔던 터에 점심을 먹게 되어 셋이 합석한 것이고, 전에도 P와 잠깐 인사하면서 서로 목례만 나눈 사이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렇지. 아무 해함이 없는 말에 스스로 뾰족해지는 건 정말 뜻밖이어서 나는 정신적 의미에서 무례를 견뎌주는 처지가 된 셈이다.
내가 보고 삼킨 바는 조금도 착각이 아니었다.
횡단보도 앞에서 작별인사를 나누느라 뒤쳐진 P를 기다리지도 않고 어떠한 관계의 여지마저 생략하고 저 앞에서 휘적휘적 걸어가는 등이 있지 않은가.
안 보이게 흘러내린 용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