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선옥 <춥고 더운 우리 집>
천지 사방이 간질간질
오 할머니는 혼자 방 안에 있었다. 불러도 대답이 없어서 없는 줄 알았다.
"할머니 왜 불러도 대답이 없어요?" 물으며 문을 여니, 할머니는 울고 있었다. 낮에도 캄캄한 방 벽에 등을 기대고 홀로 앉아 할머니는 우느라 대답을 못했다. 우는 것이 부끄러워 없는 척하고 싶었을 것이다. 나는 할머니가, 아흔 살 할머니가 우는 것도 신기하고 부끄러워하는 것도 신기했다. 나는 할머니들은 울지도 부끄러워할 줄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할머니들은 이 세상 어떤 끔찍한 일을 보아도 이젠 더는 울지 못하는 사람인 줄 알았고 이 세상에서 더는 창피한 일을 겪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인 줄 알았다. 어쨌든 할머니는 울고 있었다. 나는 할머니가 할머니에게 고통을 주는 세상이 야속해서 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할머니를 울게 하는 그놈들이 나쁜 놈들이에요."
나 딴에는 할머니를 위로한답시고 한 말이었다. 그러나,
"쟈들이 새끼를 쳤어. 즈그들도 한 세상 살아볼라고 저 오물거리는 것 좀 봐바."
할머니는 처마 밑에 새로 태어난 제비 새끼를 보고 울고 있었던 것이다.
출처: (큰 글자도서) , 한겨레엔, 2022년, 169ㅡ17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