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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케이크를 사서 큰아이에게 건네주고는 집으로 돌아갔다. 아이들은 케이크를 먹고 싶고 남자와 헤어져서 안심이 되었는지 어서 집으로 가고 싶어 했다. 두 아이 모두 남자와 손을 잡지도 말을 나누지도 못했다. 지금이라도 쫓아가 몸 어디라도 만지고 오라 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말한들 아이들이 따를 리 만무했다.
남자와 아이들이 다시 만날 기회가 또 언제 올지 알 수 없다. 다시는 못 만날지도 모르고, 일이 년 후에 만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도 남자도 서로에게 완전히 무심해지지는 못하리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말로써 그런 내 마음을 확인해서는 안 된다. 침묵이 필요하다. 침묵을 지키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는 일 없이 언제든지 거래를 재개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야마오토코와 마을 남자 사이의 그런 거래를 묵시默市라 부른다고 한다. 살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묵시가 조금도 신기한 일이 아니란 것을 나도 이제 이해하기 시작했다. 숲 근처에 산다는 것은 그런 사람, 예를 들어 나와 어머니, 그리고 아이들에게 얼마간 위안이 된다. 숲에 많은 것을 버렸지만 버린 것이 아니라 다른 세계로 넣어준 것이라 생각하고, 자기가 알지 못하는 숲의 모습을 마음대로 상상하고, 집착하고, 그리워한다. 한편 지금도 숲에서 늘어나고 있는 동물들은 숲밖의 인간세계를 조용히 주시하고 있다. 적어도 숲에서 뭔가 튀어나와 사람을 덮쳤다는 이야기는 아직 듣지 못했다.
어떤 형태로든 묵시가 숲 안쪽과 바깥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내 아이들도 어쩌면 숲의 고양이들과 정말로 거래를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출처:김훈아 역, 문학동네, 2013,28~2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