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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나라 중국에는 결혼에 대한 아주 유명한 소설 작품이 하나 있다.
<성곽:围城 (위성)>*
ㅡ 책 제목이 곧 작가의 결혼관이다:
"혼인이란, 일종의 4대 문이 달린 성곽과 같다. 성 밖의 사람들은 들어가고 싶어 야단이고, 성 안의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탈출할까 온통 그 궁리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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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 말도 있지만, 이런 말로 누군가의 결혼 결심을 꺾을 수 없을 것이다.
사실 꺾을 필요도 없다. 실제로 경험하기 전에 누가 이 "후회"의 참맛을 제대로 알겠는가. 간접경험은 어디까지나 남의 일이다. 다 저 하기 나름이라며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는 판인데 거기다 대고 찬물 끼얹을 필요가 있을까.
또, 혼인을 앞둔 당사자가 갑자기 장래에 있을 "후회"란 것이 무섭다고 결혼 결심을 접고 도망친다면 얼마나 황당하고 우스꽝스러운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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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나는 누군가의 청첩장을 받을 때마다 과거 이 순간의 신부였던 나 자신을 돌아보며 묻곤 한다.
"강을 건너기 전과 후는 정말 다르단 말이지. 결심을 뒤집으려면 지금이 좋아. 결혼 생활 속에는 너라는 사람의 취향과 기질이 전혀 원치 않았던, 예상도 할 수 없는 시고 짜고 신맛으로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순간도 있을 텐데, 그게 무엇이든 견디고 극복하겠다는 각오는 선 거야? 그에 대한 믿음은 확실한 거야? "
불행히도 나는 그때 짐짓 이 물음을 빠트렸다. 그저 남들도 다 하는 결혼 하면 되겠지, 눈 딱 감고 덤벙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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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뒤늦게라도 스스로 물어보게 되었다는 거, 이것이 나의 배움이었다. 하지만 제 아무리 친해도 제삼자라면, 혹시 하나뿐인 아들이 결혼한다 보고해 온대도 저랑 나랑 1촌 혈육지간이래도 그저 지켜보고 응원하는 외에 무슨 딴지를 걸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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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첩장 속 드레스를 입은 조카는 아직도 소녀 같고 마주 보며 웃고 있는 조카사위도 풋풋하긴 마찬가지다, 저리도 행복하고 저리도 멋진 모습으로 오직 축복만을 원하는데 우리는 무조건 달려가 손뼉 쳐 줄 일이다.
주*:<성곽>을 쓴 전종서(钱钟书Qian Zhongshu)란 작가는 우리나라엔 그다지 안 알려졌지만 중화권에서 유명도가 높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