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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모 Apr 15. 2022

욕망을 붙였다 떼었다

  욕망이 가슴 안에 스멀스멀 기어 다닌다. 어쩔 때는 성욕 같기도 하고, 또 어쩔 때는 식욕 같기도 하다. 이 욕망에는 명확한 형체가 없다. 끈적거리고 질척거리는 이 날것의 욕망은 어두운 그늘 속에 똬리를 틀고 앉아, 조용히 바깥세상을 쳐다본다.


  날것의 욕망은 커다란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며 바깥세상을 바라본다. 그러다가 자기가 마음에 드는 것을 찾으면, 마치 파리에 달라붙는 개구리 혀처럼 그것에 찰싹 달라붙는다.

  달콤한 디저트를 볼 때마다, 백화점에 전시된 고급 정장을 볼 때마다, 날것의 욕망은 그것들로 날아가 찰싹 달라붙는다. 명품 가방, 신발, 떡볶이, 노트북, 심지어 사람까지…… 욕망이 달라붙지 못할 대상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충족되지 못할 것을 욕망하곤 한다. 떠나간 연인처럼, 이룰 수 없는 꿈처럼, 우리는 이루어질 수 없으리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놓지 못하고 계속하여 이들에 매달리곤 한다.


  충족되지 못한 욕망은 집착이 된다. 집착은 온몸을 태울 듯 활활 타오르며 우리를 고통스럽게 만든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 고통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는 욕망하는 대상을 쟁취하는 것뿐이라고 믿게 된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욕망은 우리의 주인이 되고 만다.


가쓰시카 후코사이, 수루가 지방의 에지리


  욕망이 우리의 주인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떠나간 연인에게 찰싹 달라붙은 그 이기적 욕망부터 거두어들이자. 이룰 수 없는 꿈에 찰싹 달라붙은 그 허망한 욕망도 이제 그만 놓아버리자.


  욕망을 집착하는 대상에게서 끊어버리고, 어느 대상에도 붙어있지 않는 날것의 욕망으로 되돌리자. 가슴 안에 스멀스멀 기어 다니는, 끈적거리고 질척거리는 날것의 욕망으로 되돌리자. 그런 다음, 그 날것의 욕망을 다른 대상에 붙여보도록 하자.

  서글픈 노랫말처럼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짐을 알게 될 것이다. 또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아 다른 꿈을 꿀 수 있다는 것 역시 깨닫게 될 것이다.


  벽에 붙였다 떼었다 하는 포스트잇처럼, 우리는 날것의 욕망을 외부 대상에 붙였다 뗐다 할 줄 알아야 한다. 적절한 대상을 찾아내 욕망을 붙였다가, 그에 대한 집착이 심해지면 다시 떼어내야 한다. 그제야 비로소 우리는 욕망의 노예가 아닌 주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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