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 성적우수 장학금의 외부성

by 박정훈

Summary: In this essay, I examine the unintended personal consequences of receiving a merit-based scholarship during my undergraduate studies. Inspired by Michael J. Sandel’s What Money Can’t Buy, I explore how applying market logic to education, particularly by tying monetary rewards to academic performance measured by GPA, can reshape motivation and weaken intrinsic learning. Although the scholarship eased financial burdens and provided valuable academic opportunities, the constant pressure to maintain high grades gradually shifted my focus from intellectual curiosity to performance-driven outcomes. Drawing on the concept of educational externalities, I describe how well-intentioned incentives can, paradoxically, erode internal motivation and reduce meaningful engagement with learning. Taken together, I reflect on the importance of approaching education as a process grounded not in external rewards but in self-directed inquiry and critical reflection.




Michael J. Sandel의 What Money Can’t Buy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라는 책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사랑, 우정, 신뢰처럼 인간의 본성과 감정에 관련된 가치들을 떠올렸다. 이런 것들은 돈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믿어왔기에 시장에서 거래된다는 상상 자체가 낯설고 불편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책을 읽어나가며 대리모 서비스, 줄기세포 치료, 제약회사의 약물 실험 대상 선정처럼 생명의 존엄성과 관련된 영역조차 시장 논리 안에서 사고팔 수 있는 대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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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중반까지는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부 사례는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예컨대 대리모 서비스를 보며, 불임인 부부가 대리모와 합의하에 적절한 대가를 지불하고 아이를 가질 수 있다면 이는 상호 수혜적인 거래라고 생각했다. 또 학생들의 독서를 장려하기 위해 책 한 권을 읽을 때마다 장려금을 주는 제도도, 학습을 유도하는 효과적인 인센티브로 여겨졌다. 하지만 책을 계속 읽으며 이런 생각이 점차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는 시장 논리에만 기대는 좁은 시각에 불과하다는 점을 깨닫게 된 것이다. 예컨대 대리모 서비스는 생식 능력을 돌봄과 책임의 가치로 다루기보다 금전적 수단으로 환원시킬 수 있고, 독서 장려금은 아이들이 책 읽기를 배움의 과정이 아닌 돈을 버는 수단으로 인식하게 만들 수 있다. 처음에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시장 중심적 사고가 실은 얼마나 문제적일 수 있는지를 돌아보게 된 순간이었다.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학부 시절 받은 성적우수 장학금이 떠올랐다. 예상보다 잘 나온 수능 점수 덕분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입학할 수 있었고, 부모님의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다. 다만 매 학기 4.3 만점에 4.0 이상의 평점을 받아야 장학금이 유지되는 조건이 있었기에 어느 정도의 압박감은 늘 존재했다. 예를 들어 한 학기에 6과목을 듣는다면 그중 1과목이라도 B가 나오면 나머지는 모두 A+를 받아야 겨우 4.0을 맞출 수 있는 구조였다.


성적우수 장학금은 학업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줄여 학생이 학문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것이 내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대학 생활을 이어가는 동안, 학문적 호기심이나 내적인 만족보다 "4.0을 받아야 한다"는 압박과 점수 유지라는 외적 목표가 중심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학습의 방향과 태도는 성적 중심적으로 바뀌었고, 내재적인 관심보다는 성과 기반의 인센티브가 나의 학업 전략을 결정하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대학생으로서 학문을 대하는 이상적인 태도는 각 과목에 흥미를 느끼고 도서관에서 다양한 책을 접하며 수업에서 교수님의 설명을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좋은 성적이 따라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매 학기 성적에 대한 압박이 커지면서 학문에 대한 본질적인 탐구보다는 장학금 수령이라는 외적 보상이 학습의 주된 목적이 되었다. 쉽게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는 평가가 있는 강의를 선택하거나, 선배들이 남긴 족보에 의존해 시험 공부를 하는 식으로 학습 전략이 바뀌었다. 성적을 위한 공부에 익숙해진 것이다. 3~4학년 무렵 헌법이나 인문학 교양 과목을 수강하며 궁금한 내용을 직접 탐색하려 했지만 이미 굳어진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결국 학부 4년을 돌아봤을 때 기대했던 학문적 성취는 많지 않았다. 나는 이 장학금을 학문을 위한 기회로 받아들였다기보다는 일종의 보상이나 수익처럼 여기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이처럼 외적 보상이 내적 동기를 약화시키는 과정은 제도의 설계 목적과는 다른 방향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이러한 점에서 나는 이 경험이 경제학에서 말하는 외부성 (externality) 개념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경제학에서 외부성이란 어떤 행위가 제3자에게 의도치 않은 이익이나 피해를 주는 현상을 말한다. 이 효과는 시장 거래에 직접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되곤 한다. 예컨대 기업이 상품을 생산하면서 발생시키는 환경오염은 기업이 부담하지 않고 사회가 감당하는 전형적인 외부성이다. 성적우수 장학금도 학습을 장려한다는 목적을 갖고 있지만 내 경우처럼 외적 보상이 내적 동기를 약화시키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설계 의도와는 무관하게 개인의 학습 태도나 가치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성적우수 장학금을 통해 학부생으로서 자유롭게 학문을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만 동시에 학문의 본질에서 멀어지는 경험도 했다. 물론 성적우수 장학금의 혜택을 통해 더 주도적이고 열린 태도로 학문을 대하는 학생들도 많을 것이다. 이 글은 어디까지나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고백이다. 내가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이것이다. 이 경험은 "왜 공부하는가"라는 질문을 더 깊이 돌아보게 만들었다. 성과를 추구하는 동안 나는 배움의 즐거움과 궁금증에서 점점 멀어졌고 외적 보상은 내 안의 동기를 조용히 갉아먹고 있었다.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미 있는 배움은 성과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태도와 질문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다시 새기게 되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을 성취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배우고 살아갈 것인가"를 먼저 고민하는 태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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