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게임산업에 한 걸음 다가가기
지난 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포켓게이머 커넥트(Pocketgamer Connect) 헬싱키 2017에 다녀왔다. 포켓게이머는 영국의 모바일 게임전문 웹진으로 매년 런던, 샌프란시스코, 헬싱키 등에서 포켓게이머 커넥트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포켓게이머를 온라인 지면으로만 보던 나는 미국이나 유럽의 모바일 게임산업, 마케팅 동향이 크게 별다른 게 없고(?) 이제는 조금 더 가까운 이야기처럼 들리게 되었다면, 반대로 조금 더 스피커들의 디테일한 경험과 노하우들이 공유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내 영어실력이 그들의 빠른 말을 다 이해할 정도가 못되었으나 발표 내용들이 주로 체계적이고 디테일하기 보다는 회사 홍보나 견고한 경험에 바탕하지 않은 내용들이 많아 보였다.
적지 않은 유료 입장에 광고 스폰서로 도배하는 것까지는 괜찮지만 내용 자체는 좀 더 상업적이지 않았으면 한다. 주요 세션들은 2-3주 후 유튜브에 올릴 예정이라고 하니 관심있는 분들은 찾아보면 좋겠다.
나는 핀란드라는 나라에 처음 가보는 데 미국 GDC나 우리나라 Gstar, 도쿄게임쇼 이외 유럽에서 게임 행사는 처음이다. 행사장은 무슨 돌잔치 이벤트를 할 법한 장소를 임대한 것 같았는데 나름 아담하고 재미있었다. 실제로 행사는 Wanha Satama라는 레스토랑 옆 이벤트 건물에서 열렸다.
https://goo.gl/maps/FVLYk4i3G2u
사진은 첫날 행사장으로 가는 길에 만난 최초의 한국인들(?)이다. 지스타를 홍보하러 오셨다고 한다. 그 뒤로 한국인은 두, 세명 더 본 것 같은데 핀란드에서 열리는 작은 행사인만큼 동양인은 많아 보이지 않았다. 주로 참가자는 헬싱키에서 열리는 만큼 핀란드 개발사, 유럽 개발사 그리고 가끔 미국에서 참가한 사람들로 보였다.
포켓케이머 헬싱키에는 글로벌 퍼블리싱, 인플루언서 마케팅, eSports, 인디 트렌드, XR 등 10개 정도의 세션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 중에서 내가 들은 몇 가지 내용을 요약해 보고자 한다.
글로벌 퍼블리싱 세션에는 IPO를 앞둔 로비오, PlayRaven, Tribeflame과 같은 핀란드 업체들의 발표가 있었는데 여기도 역시 관심은 IPO나 유명 IP를 이용한 게임개발에 있는 것 같았다. Tribeflame CEO Torulf Jernstrom에 따르면 이제 모바일 게임 시장은 창의성으로 승부하는 초기 시장에서 소수 퍼블리셔가 지배하는 성숙 시장으로 진입하기 직전 상태에 있다며 모바일 게임의 롱텀 브랜드화, 소수 퍼블리셔 지배 등의 의견을 밝혔다.
eSports 섹션 중에 기억에 남는 건 Critical Force와 eSports를 여성 관점에서 이야기한 내용이었다. eSport가 핀란드 게임업계와 아직 얼마나 연관성, 익숙함이 있는 지 모르겠지만 대표적인 게임업체 중에 하나인 Critical Force가 eSport에 들이는 노력은 적지 않아 보였다.
인플루엔서 마케팅은 핀란드에서도 관심이 뜨거운 것 같았는데 Kukouri Mobile에서 인플루엔서와 직접 일한 경험, Zorka.Mobi에서 발표한 인플루엔서 마케팅의 No pain, No Gain, 그리고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대한 패널들의 디스커션이 있었다. 우리나라에 아직 eSport나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Top 개발사를 중심으로 시도되고 있는 데 반해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다양한 인플루언서 플랫폼이나 에이전시가 등장하고, 직접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집행하는 케이스가 많아 보였다. 하지만 역시 직접 해보기 전까지는 잘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첫째날 미팅과 세션들이 이렇게 해서 대충 빡세게(?) 끝나고 둘째날이자 마지막 날은 주로 인디 피치나 인디 세션 위주로 첫째날 보다는 한가했다. 전날 네트워킹 파티에서 술을 마신 사람들은 둘째날은 11시 이후에나 나오기도 했다. 나 역시 둘째 날은 긴장감이 풀어져 어제 만난 인디 개발자 상혁씨와 수다를 떨며 오전을 보냈다.
상혁씨가 2-3인 위주의 인디 개발사들도 소개시켜주었는데 이들은 주로 핀란드나 유럽의 인디 개발사로 본인들의 게임을 홍보하러 나왔다. 내가 이들의 입장이 아니여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는 지는 모르겠지만 행사장에는 중국이나 넥슨에서 온 퍼블리셔들도 있었다.
잠깐 이나마 이번 행사 참여를 계기로 핀란드 게임업계가 그리 멀게만 느껴지지 않은 것 같은 건 내 착각일까? 슈퍼셀과 로비오와 같은 세계적인 게임업체를 시작으로 핀란드에는 수도 헬싱키, 그리고 템페레, 카야니 등 도시에 약 250여 개 게임업체들이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이틀 간 행사가 끝나고 이틀 동안 헬싱키에 머무르며 관광을 할 작정이였는데 갑작스러운 미팅 요청을 받아 준 로비오 VP 덕분에 로비오도 잠깐 구경하고 올 수 있었다. 로비오는 헬싱키에서 버스로 20분 거리에 있는 에스푸에 있었는데 버스로 가는 동안 정거장이 영어로 나오지 않아서 한 정거장 더 가서 내려 걸어오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인구의 대부분이 영어를 쓰면서도 막상 버스에는 영어 자막이 없는 핀란드의 위용 ㅋㅋ
로비오에서 칼같은 30분 미팅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역시나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앗, 그런데 헬싱키 중심가로 오는 길에 우연히 슈퍼셀이 적힌 건물을 볼 수 있었다. 버스에서 허겁지겁 내려 슈퍼셀로 구경가고 싶었지만 그냥 사진 한 장만 찍고 혼자 걸어서 시내로 돌아오는 길이 행복했던 듯 하다.
마지막 날 오후엔 나보다 핀란드 선험자인 경헌님의 소개로 Full XP라는 회사를 방문했다. 우연인지 내가 머무르고 있는 호텔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었다. Full XP는 '기존 퍼블리셔의 대안'이라는 포지셔닝 하에 유럽 개발사들이나 인디 개발사들에게 유연한 프로덕션, 로컬라이제이션, Q/A, 마케팅 등의 서비스 선택지를 제공한다고 한다.
사실 우리가 협업할 여지가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곳에서 만난 Paula와 Ana는 너무 잼있는 친구들이였다. 마침 CEO는 런던으로 출장 중이라고 했는데 이들에게서 들은 핀란드 게임업계 비하인드 스토리 - 주로 뒷담화는 핀란드 게임업체를 더욱 가깝게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또한 핀란드 게임들은 핀란드어를 지원하지 않고 영어만 지원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4박 5일간 나의 핀란드 게임산업 체험기(?)가 끝이 났다. 조금 더 네트워킹도 열심히 하고 만났어야 했나하는 아쉬움도 남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핀란드 게임산업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는 기회였다. 여행은 보이지 않는 가치들이 다져지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