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밤 8시
메디슨 스퀘어 파크의 썸머 콘서트는 로맨틱했다
해 질 녘 공원의 푸른 잔디를 비추는 조명
다양한 색의 돗자리에 앉아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
but,
현장 담당인 나의 온 정신은
시계와 무전기에 가있었다
저녁시간 쏟아지는 쓰레기 처리와 콘서트 철거를 동시에 해야 하는 촉박한 시간.
여름 밤바람이 간지럽게 불어왔다..
‘가수야 제발 분위기 취하지 말고 제시간에 끝내자… please..’
가수 “thank you and have a good night!”
땡큐의 th를 들음과 동시에 무전을 쳤다
“park staff, 철거 시작합니다"
다들 빛의 속도로 응답해 왔다.
“roger that”
"10-4 (텐-포=알았다)"
공원 여기저기 퍼져있던 팀원들이 파워레인저처럼 나타나 빠른 속도로 철거를 진행했다.
백스테이지를 막은 쇠로 된 NYPD 바리케이드를 한 곳에 옮기고
바리케이드는 개당 40 lbs. (18kg) 정도… 두세 개만 옮겨놓고 나면 아찔했다.
전선 정리
텐트, 의자, 스피커…
조잡스러운 소품을 카트에 싣고 나면 등에서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그리고
팀원들 쫓아 쓰레기 픽업…
와인병으로 가득한 묵직한 1m 20cm짜리 쓰레기봉투 수거
놀이터 잠금 확인
공원을 마지막 투어하고 나면
어느새 9시 30분
오후팀이 퇴근할 시간이었다.
칼퇴하는 오전팀과는 달리
오후팀은 탕비실에서 선풍기를 등지고 앉아 다 같이 퇴근하려고 모여있었다
의리…!
테이블에는 얼음이 가득한 쉑쉑 아이스티가 인원수만큼 놓여있었다.
스페인어를 잘하는 에릭이 쉑쉑 직원한테 무료로 받아온 것…
우리는 다음날 다시 볼걸 알면서도 전우애에 사로잡혀 한 손엔 아이스티를 쥐고 다른 손으로 주먹을 맞대며 fist bump를 하며 헤어졌다.
밤시간이 주는 유대감 같은 게 있던 것 같다.
부매니저 로렌스는 모두를 보내고 한번 더 점검을 하고 항상 마지막으로 문을 나섰다.
퇴근길...
온몸이 점점 저려왔지만 홀가분했다.
대도시의 여름밤 퇴근길은 유난히 매력적인 것 같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오늘은 무슨 색으로 켜졌을까 바라보며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10시가 넘은 조용한 지하철
향수 냄새 진동하는 출근길과는 반대로 공기 중엔 피로가 가득했고
18시간 만에 돌아온 집…
거울 속 내 모습을 보고 너무 놀랐다
오마이 갓쉬…
땀에 절어 눌린 머리, 어둡게 핼쑥해진 얼굴, 해진 옷차림
하루 종일 바깥에서 보낸 길었던 하루…
그리고 점점
거울 속의 엉망인 나의 모습보다 눈에 더 선하게 들어오는
화이트 컬러 직종에서 일한 지난날들과
짧지 않은 나의 가방끈
휴우
한숨이 절로 나왔다
저녁 내내 옮긴 쇠 바리케이드보다 몇십 배로 더 마음이 무거워졌다면
누군가는 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