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shit water

by 김호박

지각


아주 빠른 속도로 파크하우스를 향해 계단을 내려갔다.

다다다다다...


질퍽!!


매우 축축하고 차가운 느낌이 발을 감쌌다.

고개를 숙여보니 발목이 물에 잠겨있다.

부랴부랴 출근도장 찍으러 내려가느라 제일 마지막 계단아래로

물이 차 있던 것도 모르고 그냥 발을 내디뎌 버린 것이다.


이미 출근한 직원들은 건물 반대편 계단으로 들어온 사람도 있고

나처럼 급하게 내려오다가 발 빠진 사람도 있었지만 워크부츠를 신고 있어서 덜 젖었다고 했다.


"that's shit water"

직원 데이빗이 내 등뒤를 지나가며 말을 던진다.

쉑쉑 직원용 화장실 변기 배관이 망가져 계단 앞 하수구로 역류했다는 것이다.


"mucho sucio... gross"

데이빗은 내 신발을 쳐다보며 쉑쉑 직원과 스페인어로 더럽다고 말하고는

영어로 똑같은 말을 한번 더 했다.


똥물인지 아님 내 발이 더럽다는 건지

하아... 저 놈 진짜... 늦었지만 기분은 좋게 출근했는데.

근데 왜 아무도 아무런 조치도 안 취해 놓은 건지.. 아무와도 대화하고 싶지 않은 그런 아침이었다.


쉑쉑 건물 뒤편 파크하우스로 향하는 계단


주황색 꼬깔콘을 계단 입구와 마지막 계단 앞에 가져다 두고

걸음마다 질퍽거리는 신발을 신고 한 시간 동안 공원 점검을 했다.


파크 하우스에 복귀했을 때 내 발은 쒿 워터에 차게 불어 있었다.

팀원들한테 내줄 과제를 칠판에 적어 내려가고 있는데

토요일반 공원 부매니저 로렌스가 나를 부른다


"Kim, here"

새 양말 한 켤레와 베이비파우더가 그의 손에 들려있었다.


"공원일 하면 양말 몇 켤레 락커에 가져다 놓는 게 좋을 거예요. 전 정원에 물 줄 때 매번 신발 젖어서요... 혹시 무좀 날까 베이비파우더까지 갖고 있어요ㅎㅎ"


거의 사이즈 290 양말의 절반이 신발 뒤로 밀려 나왔지만

새 양말이 주는 도톰한 면의 느낌이 참 보송하고 좋았다.

지금 생각해도 고마운 로렌스 아저씨.


사실 나의 베이지색 캐주얼 Cole Haan 운동화는 젖었지만 진작부터 해지고 있었다.

공원 성수기

동서남북을 오가며 나는 하루에 미니멈 만보를 걸었다..

깔끔했던 인조가죽은 회색빛을 띄어갔고, 뒤축은 이미 닳아있었다.


퇴근길


16번가 뉴발란스 매장에 들렀다.


"어서 오세요~ 메디슨 스퀘어 공원에서 일하나 봐요?"

나의 유니폼을 바라보며 머리가 치렁 치렁 긴 여자 직원이 다가왔다


"네, 공원에서 하루에 만보정도 걷는데 편히 신을 신발을 찾고 있어요.."


직원이 갑자기 오른쪽 발을 척 들어 올려 보였다.

"이 신발.. 강추할게요. 서서 일하고 많이 걷는 사람들한테 최고예요. 무릎에도 좋고...

..trust me, 내 말 함 믿고 신어봐요!"


스타일은 영 아니올시다였지만

앞 뒤로 적당히 푹신한 서포트가 있었고, 발이 신발에 안기는 기분이 좋았다.


뉴발란스 860


내가 공원에서 일하며 도움을 많이 받은 신발로, 비슷한 업종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꼭 추천하는 모델이다.



이 신발을 신고 공원을 끊임없이 돌아다니며 일했다

고된 노동의 시간이 많았다

때론 끝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긴 여정에도 마지막이 있었고

돌아보니 그때 걸었던 모든 발걸음이 쌓이고 쌓여 날 커리어적으로 멀리 데려다주었다.


땡큐 뉴발 and

thank you shit w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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