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트리 배달

by 김호박


유명하고 인기많은 것엔 원조 (original)가 있기 마련


뉴욕에서 퍼블릭 크리스마스트리로

유명한 장소는 락펠러센터와 뉴욕 증시이지만


사실 퍼블릭 크리스마스트리의 원조는

메디슨 스퀘어 파크이다!


1912년 뉴욕의 첫 퍼블릭 크리스마스 트리 | 사진 출처: 메디슨 스퀘어 파크 컨져번씨



1912년 12월


모든 계층의 뉴요커가 할러데이를 즐길 수 있게

크리스마스트리를 메디슨 스퀘어에 처음 장식했다고 한다.



100 몇 년 후


10월의 어느 날



오퍼레이션 부서장 루카스

다리를 꼬고 아이패드에 크리스마스 나무 후보 사진들을

프로필 사진 보듯 휙휙 넘기며



"흠.. 이 나무 딱 봤을 때 핸섬해 보여요?"



한 이십 분 손가락을 왔다 갔다

고민 끝에 사진 속에서 가장 잘생겨 보이는 나무를 택하고



크리스마스트리 farm에 전화를 걸었다.



“미스터 엘빈, 저예요 루카스


올해는 30피트 노르웨이 가문비나무로 하기로 했어요.

배달 날짜는 땡스기빙 지나서 11월 마지막 월요일이요.


아침 7시요?


저희 신입 매니저가 배달받을 거예요"



동그란 갈색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씽긋한다.



늦잠은 다 잤구만.. ㅠ0ㅠ



배달 당일


공휴일 끝나고 첫 월요일


숨만 쉬어도 입김이 하얗게 나오는

초겨울 아침


메디슨 에비뉴에 도착하니 바퀴 두 개가 한쌍으로 뒷바퀴만 여덟 개인

트럭이 주차되어 있고


그 위 숲에서 방금 잘려온 것 같은

나무 한그루가 트럭 위에 누워있다.


메디슨 에비뉴에 배달된 9미터 크리스마스 트리


트럭 운전석 쪽에 기웃거리니

흰 수염에 산타처럼 생긴 분이 문을 살짝 열었다


“신입 매니저시구만!”


카우보이 모자를 쓴 아저씨가

높은 트럭에서 뛰어내리셨다.


“Nice to meet you! “


트리농장주 미스터 엘빈


미세스 엘빈이 따라 내리셨다

밤색 스웨이드 재킷에 체크무니 치마

앞코가 둥근 나막신 같은 가죽 신발을 신고 계셨다.


"오시는데 얼마나 걸렸어요?


"7시간이요

우리는 시티까지 운전해 오는 거 익숙해요 ^^"



캐나다 국경 근처부터 밤새 맨하탄까지 운전해서 오신 두 분

도시에 오신다고 신경을 쓰신듯한 옷차림이 참 러블리해 보였다



아침을 드시러 길 건너 맥도날드 가신뎄다.



“시티까지 오셨는데 맥도날드 말고 다른 거 드셔보세요”

“아.. 우리는 맥도날드가 익숙해서.."


"혹시 Korean food 드셔보셨어요?"



23번가 스노우 폭스

아침시간엔 한국식 길거리 토스트를 팔았다



외국인 먹방 보면 길거리 토스트 잘 먹던데...



미스터 엘빈은 흰 수염에 캐쳡이 묻은 것도 모르고

양배추 한가닥 떨어뜨리지 않고 토스트를 순식간에 다 드셨다.



크리스마스 트리 설치에 사용되는 뉴욕시 공원과의 버킷 트럭


크리스마스 트리 설치


나는 두 분과 아메리카노를 천천히 마시며

공원과 사람들이 와서 bucket 트럭으로

트리를 설치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일꾼들은 돌덩이가 있는 나무 박스들을 원모양으로 배치하고

중심부에 가장 큰 박스를 놓았다

트리가 들어갈 자리


트럭으로 트리를 중심부까지 내리고

트리에 미리 묶인 밧줄을 원 모양으로 선 일꾼들이

줄다리기하듯 몸을 휘며 무게중심을 맞추니

트리가 중심에 정확하게 섰다.



트리가 고정되는 것을 보시고는

엘빈 부부는 다시 채비를 챙기셨다



다음 해엔 두 분과 제육을 먹으러갈것을 약속하고 ㅎㅎ

(제육과 흰밥을 무지 좋아하셨다)


크리스마스 트리 topper (꼭데기 장식)을 설치하는 공원과 전기 기술자


개당 약 15피트 정도 솔방울 전구가 25줄 정도 사용되었다.


트리 전구 설치


전구설치는 뉴욕시 맨하탄 공원의 전기를 총괄하는

슈퍼바이저 로메로와 그의 크루가 담당했다



알바니아 출신 아저씨 말이 무지 많고

엑센트가 얼마나 강한지

솔직히 절반 이상은 못 알아 들었다.



“와치!! 와치!! 조심해!!!! “



사다리 위에서 로메로가 소리 지르는데

순간

트리에 달 유리전구가 툭툭 떨어지며

바닥에 닿자마자 탕 탕 산산조각이 났다.



꺄악!!! 오 마이갓!!


“블라 블라 블라!! 내가 유리전구 하지 말라고 몇 년째 말해!!!"


라고 했거나 것 같다

정확한 건 본인만 안다... 화가나면 더욱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난 놀란 나머지 들고 있던 커피를 타악 떨어뜨렸다.

바닥에 퍼지는 내 소중한 아메리카노... ㅠㅠ


갑자기 로메로는 미소와 함께 내려다보며


“음~ 커피스멜”


여러모로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




점등행사


트리 점등행사는 매우 재미있었다.


공원 운영 대표께서 무대에서 엄청 큰 스위치를 키는 척 하고

카운트 다운에 맞춰 백스테이지에서 전선을 연결해야 한다

팀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양손에 전선을 쥐곤

내 심장이 매우 콩닥거렸다.


10, 9, 8,...

four, three, two, one!!!


반박자 놓쳤지만


106번째 크리스마스트리가 매디슨 스퀘어에 켜지자

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라이브 밴드의 드럼소리를 시작으로 신나는 음악이 나오자

어른들 아이들 모두 춤을 추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트리 앞에서 다양한 인종과

알록달록한 잠바를 입은 아이들이

꺄르르 데며 팔을 하늘로 던지며 춤을 춘다

어린이 UN본부가 따로 없었다.


평화롭다

아름답다

재밌다!


뉴욕은

가끔 나를 빨래통 속에 집어 넣고 돌리다가도


또 어느 날은

짠 하며 영화 속의 한 장면 같은 순간을 선물하곤 했다.



내 인생의 첫 공원 크리스마스트리 설치

그리고 점등식

크리스마스트리 원조 place 메디슨 스퀘어 파크에서





작가의 이전글청량한 성취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