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을 말하는 방법

by 김호박
뉴욕 경찰들은 가끔 말을 타고 공원을 순찰하러 들린다. 시야 확보가 잘 되고 교통 체증과 상관없이 다닐 수 있다는 이유라고 한다. (사진: 김호박)


뉴욕시 공원 규정 중 하나.


No smoking

금연.


공원 매니저 책임으로써

담배 피우는 누군가에게 다가가

"공원에서 담배피시면 안 돼요"라고 하면


"왜죠?!"

"누구맘데로죠?!!"


내가 유니폼을 입고 있든 뭐든

"쟤 뭐야?!" 하는 표정으로 반격이 돌아왔다.


사람들은 공공장소에서도 사적인 공간을 확보하고 있었다.

특히 혼자 오는 사람들은 더욱 그랬다.


2021년 대마초가 뉴욕시 합법화가 되고 몇 달 후 브라이언 파크에 걸린 "종류 불문, 흡연 금지" 사인



애먹을 때는 공원 경찰 (Park Enforcement Patrol) 을 호출했다.

그들은 규정을 어기는 행동을 한 사람에게

위반 티켓 (벌금 $50~$200)을 끊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허드슨

메디슨 스퀘어 공원 경찰

키 194에 덩치까지 산더미인 흑인남자.


허드슨이 공원을 유유히 걸어가면 모세가 바다를 가르듯

다리를 꼬고 있는 사람은 정자세를 하고

대화하던 사람은 멈추고 허드슨을 봤다

허드슨의 존재만으로 압도당했다.



사실 허드슨만큼 겁쟁이도 없었는데

(내가 귀신얘기하면 소리 지르며 귀를 막고 그랬던 그)



"허드슨, 내가 몸집이 작아서 내 말을 무시하는 걸까요?"


"흠... 그거보단 킴이 public한테 룰을 말하는 방법을 아직 잘 몰라서 그런 거 같아요 “


"방법이 따로 있어요?"


"버벌 유도 (Verbal Judo)라는 테크닉인데...."


경찰들이 받는 커뮤니케이션 훈련 중 하나라며

베테랑 경찰 조지 톰슨 (George Thompson)의 유튜브를 보여줬다.


유도는 상대의 힘을 그대로 이용해

자연스럽게 상대를 제압하는 스포츠


버벌 유도는 몸 대신 '말'로 힘의 방향을 바꿔 상황을 잡는 것이다.


"그래서 킴, 체구보단 말과 목소리에 담긴 힘이 훨씬 중요해요.

Look good or no good

결국 존재감이에요."


존재감이라


허드슨은 이미 압도적인 등치에

순찰복을 입고 수갑이랑 몽둥이 같은걸 차고 다녔다.


나는 압도적인 말투라도 가지려 노력했다.

손엔 무전기를 쥐고 다녔다.

그것을 들고 다님으로써 내가 룰과 관련한

사람이라는 것을 비언어적으로 보여주려고.


공원에서 담배 좀 끄라고

한 100번쯤 말했을까?


약 5개월 후 달라진 게 있었다면


이젠 담배를 꺼달라며 누군가의 영역에 침범하지 않았다.

그리고 "하시면 안 됩니다"라고 말하지 않았다

대신 룰을 알려주었다.


담배 피우는 사람의 공간을 가리키며

"Sir, no smoking in the park"

공원에서는 금연입니다.


힘줘 말하되 가볍고 스무스하게 지나갔다.


신기하게도 사람들이 말을 듣기 시작했다


"아 죄송해요."


"몰랐어요. 공원 바깥에서는 펴도 되나요?"


사람들이 미안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허겁지겁 담배를 껐다.


특히나 주변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시선도 향하게 만들면


100발 100중.


그러나


어딜 가나 말이 1도 안 통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이-디-피... EDP.

Emotionally Disturbed Person의 약자로 정신병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을 (마약 중독자, 정신 나간 홈리스 등) 통틀어 EDP라고 불렀다.


공원에서 일하며 이들을 다루는 교육을 따로 받지 않기에

EDP들은 일단 피하는 게 상책이었으나

EDP는 우리에게 서슴지 않고 다가왔다.


어느 날도 그랬다.

좀비 같은 놈이, 미소를 띠고선 이상한 말을 중얼거리며 나를 향해 손짓을 하며 다가왔다.


난 무전기를 탁 하며 꺼내 들고

정확한 딕션으로 혼자 지껄였다.


"현재 위치 26번가 옆,

남색 후드티를 입은 남성 접근 중. 오버."


이디피가 멈칫하더니

내가 경찰과 내통하는 줄 알고 도망갔다.


예전 같았으면 한참 심장 두근거렸을 일

아무렇지도 않게 무전기를 다시 허리에 차고

다른 일을 보러 돌아다녔다.

공원이 나의 공간처럼 편하다고 느껴지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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