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노동을 하다 보면 자존심이 시끌거릴 때가 자주 있었다.
바스락 거리는 낙엽보다
가방끈이 밟히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But 그러나
불에 활활 타고 있는 공원 쓰레기통 앞에선
학벌, 경력, 직급 같은 건 무의미했다..
급하고 중요한 일 앞에선
그 누가 됐던 일꾼일 뿐이었다.
맨하탄 미드타운의 작은 메디슨 스퀘어 파크의
화려함과 공공의 안전을 동시에 유지하기 위해
불타는 쓰레기통처럼 당장 해결해야 할 일이
끊임없이 있었다.
가을 환절기
해가 짧아지고 약자들이 속출하는 시즌
아침 팀원 세네 사람이 날파리들처럼 떨어지고
공원 부매니저 타이리가
6 에이커를 다 떠안아 치우는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난 타이리에게 미안했고 그를 어찌도와 야할지 몰랐다.
"타이리, 혼자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하세요.
공원이 좀 지저분하면 어때요"
그는 한참 아무 말하지 않다가
그 무거운 송풍기를 등에 퍽하고 짊어지고는
"킴,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에요.
Work needs to be done"
"...."
공원 점검일지와 펜을 내려놓고
손에 장갑을 끼고 쓰레받기와 빗자루를 들고 타이리를 따라나섰다.
세상에, 매디슨 스퀘어가 아무리 좋은 동네여도
맨하탄의 공원은 밤이 되면
진짜로 무법지가 되는 게 맞다.
커피컵, 음식물은 쓰레기 중 양반인 편이고
지지다 버린 담배꽁초, 굴러다니는 술병
(소주병도 자주 나왔다.. 한인 타운에서 소주가 비싼 건 알겠다만)
구토, 홈리스의 변 (홈리스이길),
주삿바늘,
화단에 박혀있는 칼...
피도 간혹 나온다. (피 치우는 건 참 골치 아픈 일이었다).
암튼 여기까지..
결근한 네 사람의 자리를 메꾸며 일하는 시간만큼은
자존심, 스펙이건 뭐건
바스락 거리던 잡다한 생각이 마치 타버린 듯 떠오르지 않았다
환경 미화는 공공의 안전을 위해 하는 것이고
누군가의 안전을 위해 당장 처리해야 할 일 앞에서는
하버드 학위, 전 직장, 서열, 타이틀
아 정말 이 모든 게 무의미했다.
우리 모두 일꾼일 뿐.
타이리와 나는 그 누가 되었던 당장 처리해야 할 일에 책임을 다 하고 있는 것뿐이었다
because the work needs to be done.
아저씨와 나는 아침 시간 공원을 다 치우고 나면 진이 빠져
대화할 기운조차 없었다.
나는 그렇게 한 주 내내 매일 아침 공원을 치웠고
(낙엽 쓸어 담다가 나무 수종, 단풍 색, 지는 시기를 통째로 외워버리게 됐다
학사, 석사 하며 식물 공부를 그렇게 오래 했건만
이걸 빗자루 쓸다가 익힐 줄이야...)
목요일
일주일 중 내가 가장 안 좋아하는
오퍼레이션 팀 단체미팅날
팀원들이 신입 매니저인 나를 집단으로 무시하는 시간ㅠㅠ
"여러분..."
이미 시끌 시끌
다들 전화기 보거나 딴청을 피웠다.
"Yo guys, tighten up.
킴이 말하려고 하잖아!"
갑자기 타이리가 단호하게 똑바로 하라며 한마디 던지고는
깍지 낀 두 손을 탁 하고 테이블 위에 올리며
내 쪽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 순간
조용... 해졌다
방안이.
웅성거리던 팀원들이 하나 둘 입을 다물고
전화기를 내려놓고
내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사 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