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공원, 미드 촬영의 히든 게임

메디슨 스퀘어 파크에서 필름 허가서 매니지하기

by 김호박

영화, 드라마, 광고 배경에서 자주 봐온 뉴욕 공원

공공장소에서 촬영은 무료겠거니 했던 나의 생각은, 땡!



센트럴 파크 컨져번시부터 시작된 비즈니스 모델로

공원 측에서는 장소를 프로덕션에게 허가해 주고

프로덕션은 일정 금액을 공원 운영에 기부해야 했다.



메디슨 스퀘어 파크 분수대 주변 바닥면 석제는 섬세한 커스텀으로 만들어져 촬영 장비를 놓는데 제한을 두었다. (유일하게 예외가 되었던 2021년 섹스엔더 시티 영화 촬영)




촬영 규칙과 허가 비용은 공원마다 약간씩 상이해서

매번 답사온 프로덕션 팀과 우리는 눈치 줄다리기게임 같은 것을 해야 했다

느슨히 잡고 딴청 피우는 척하다가 확! 당겨버리기



나의 사수 티파니는 이 히든 게임에 중요한 요소가 있다고 했는데



“제안서에 walk and talk 혹은 벤치 씬이라고 하면 협상 잘해야 해요.

이 근처 Stuyvesant 공원도 같이 알아보고 있을 확률이 높아요. 거긴 오가는 인구가 적고,

기부금 요청 금액도 낮고...



반대로 씬과 상관없이 감독이 공원을 맘에 들어한다?

아님 대본에 이미 메디슨 스퀘어 공원이라고 정해져 있다? 그럼 그냥 힘 빼고,

우리가 부르는 게 값이에요."



미드 인기 시리즈 프로덕션에서 사전 답사 미팅을 요청해 왔다.

제안서엔 — 주인공이 깨어났는데 내가 어디지? 돌아보니 뉴욕의 한복판에 있는 것을 알게 된다—

라는 씬을 찍을 공원을 스카우팅 한다고 했다.



감독의 Director's Chair... 내가 본 촬영장에서 이 의자들은 항상 비어있었다.




감독과 팀의 사전 답사 (Location Scout) 날



현지 로케이션 매니져는 덩치가 크고 밤색 머리에 인상이 부드러웠다.

반면 캘리포니아에서 왔다는 감독은 깐깐한 표정인데 옷차림이...

다 떨어질라고 하는 모자에 후줄근한.. 홈리스 스타일 같은건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보이는 벤치 앞을 시작으로

우리는 공원에서 촬영이 가능한 공간을 다녔다

감독은 딱히 감흥이 없어 보이는것 같았는데



길건너 Worth 스퀘어에 가자

그는 스퀘어 중간의 단층짜리 초록색 빌딩 주변을 진돗개마냥 서성거렸다

그러다가 건너 플랫 아이언 빌딩을 바라보았다



감독: "지하를 빠져나온 주인공이 이 빌딩에서 문을열고 나와요, 그리고 바깥에서

내가 어딘가 두리번 데는데.. 뉴욕!

새 시즌 오프닝 씬이에요, 임팩트가 강해야 하고 뉴욕 스러운 것은 다 배경에 걸려야 합니다."



그는 여기저기로 튀는 팝콘 같았다

매우 즉흥적이었다

부랑자 스타일의 옷차림이 정당화 될만큼



로케이션 스카우트: "이 빌딩 사용할 수 있나요?"



환경부 관할, 출입 불가 빌딩이다.

미드타운 크리티컬 수도 인프라로 들어가는 문이 있는 빌딩.



티파니: "이 빌딩 출입 허가를 얻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빌딩 옆에 추가로 가짜 문 프랍을 달거나 하는것을 원하신다면

저희 공원 측에서 환경부와 상의해 볼 수 있습니다"



하아 티파니

난 이 환경부 빌딩 근처에서 개미 한마리 본적도 없다

그래도 빠른건 인정


감독: "허가 여부 알려주세요. 가짜 문은 아트팀에서 빠른 시간내에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감독 옆 스텝같은 사람이 눈을 반짝이며 빠르게 고개를 끄덕거린다



난 그 때 티파니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것을 본것 같다.



공원으로 가지고 들어오는 장비나 아트 소품이 늘어날수록

한마디로 프로덕션의 요구사항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기부금 "값"질이 수월해진다는 그녀의 말이 떠올랐다.



마치 그린 빌딩의 일부처럼 문이 달린 1평의 공간을 설치하는 예술팀; 촬영 대기하는 스캇 베큘라 (주인공)



제너럴 Ferragut 동상 앞을 촬영 스테이지로 드레싱하는 다른 미드의 예술 팀




기부금 협상...은 없었다.

눈치게임 줄다리기 당길 필요도 없이 감독이 이미 넘어와 있었다

액수는.. 우리가 그냥 삥 뜯는 거나 다름이 없던 숫자였다 ;



나의 사수 티파니 ... 대담하야하나 뻔뻔하다고 해야하나



"제작자들이 공공에게 주는 피해의 대가에 대한 값인 거죠. 프로덕션은 예산이 어마어마해요.

그리고 잘 봐요, 이렇게 돈을 가지고 오는 직원은 회사에서 쉽게 못 잘라요."



날짜와 촬영 제안서를 시에 보고하고 최종 허가를 맡았다.



기부 금액과 관계없이 공원 규정에 어긋난 행동이 포함된 촬영은 한사코 걸렀다 (흡연, 음주 등)


매체에서 본 뉴욕시 공원에서의 행동을 대중이 따라 한다는 것


나 홀로 집에 2의 비둘기 아줌마 때문에 공원에서 빵가루 뿌리는 사람들이 늘어난것처럼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인터뷰하는 촬영도 걸렀다

대중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



산만하게 셋업한 프로덕션 팀; 대중이 전선에 걸려넘어지거나 쓰러지는 장비에 다치지 않게 특별한 주의와 안전을 요구했다



촬영날



6am

소품으로 가득한 트럭과 장비들이 공원 앞에 장사진을 치고

100명 정도의 스텝들이 여기저기 자신의 역할을 하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스텝들이 드라이아이스를 바닥에 놓고 위가 뚫려있는 오렌지색 파이프통을 덮으니

증기가 마구 뿜어져 나오는 뉴욕 거리가 만들어졌다


센트럴파크부터 마차를 끌고 온 마부가 가짜 NYPD차량 옆에 주차를 한다

가짜 총을 찬 경찰 연기자들이 한쪽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다



난 프로덕션 팀이 공원을 잘 사용하고 있나 지켜보고 있었다…

끊이지 않는 무전기 소통, 땀에 젖은 옷을 입고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

와... 3분짜리 신을 찍는데 이 많은 일손과 집중이 필요하구나...



평소 다니던 길이 막혀 열받은 뉴요커들은 스텝의 노고가 무색하게 촬영장을 뚫고 지나간다

호기로운 프로덕션 사이즈만큼 오피스에 컴플레인 전화와 이메일이 왔고

반면 멈춰서 사진을 찍으며 좋아라 하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주인공 역할을 하는 스캇 베큘라를 찾기 어려웠다

너무나 행인스러워 보여서 지나치면 그냥 그러려니 했을 것 같다

생각해보니 실로 촬영장에서 본 할리우드 스타들은 오히려 평범한 느낌이 더 강했다



반면 감독들은 비범했다

이 드라마 감독도 여전히 홈리스 스타일 옷을 입고 있었지만 아우라는 달랐다

그가 촬영장의 진짜 주인공이었다



"롤링!"



누군가 외치자 촬영장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스캇 배큘러가 가짜 초록색 빌딩 문을 빠져나와 도시를 한 바퀴 둘러본다

플랫아이언 빌딩 앞 그의 연기가 카메라에 담기는것을 모두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었다



"컷!"

다시 시끌 시끌

그렇게 여러 번을 반복하며 세 시간이 훌쩍 흘렀다



로케이션 매니저가 나를 찾아왔다.

"촬영은 끝났어요. 곧 뒷정리 시작할 겁니다. 철거하고 나서 공원에 이상 있으면 연락 주세요

그리고 여기 기부금 수표요"



봉투를 열어서 확인했다



발신: xx 프로덕션

수신: 매디슨 스퀘어 파크 컨져번씨

액수: $ㅁㅁ,ㅁㅁㅁ 달러



이미 알고있던 액수였지만 수표용지에 직접 찍혀있는 것을 보자

나의 양쪽 귀 끝이 올라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로케이션 매니저 제프와 나는 다음을 기약하며 진한 악수를 나누고 헤어졌다.

왠지 모르게 무거운 한 장 짜리 수표를 유니폼 재킷 속주머니에 넣고

공원을 가로질러 오피스로 갔다



내 돈은 아니지만 나의 발전을 위해 우리 팀에게 필요한 자본이었다

”아...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소리 내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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