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의 메인 연중 기부금 행사.
생화가 장식되어 있는 테이블과 화려한 옷차림의 게스트 사이
무채색 정장을 입고 앉아있는 Martin이 눈에 들어왔다.
마틴 퓨리어.
오바마 대통령의 예술 훈장을 받은 70대 조각가.
대표의 소개를 받고 단상에 천천히 오른 그는
품 안에서 준비해 온 연사를 아기 다루 듯하며 꺼냈다.
장내의 사람들은 숨을 멈춘 듯.
사각--
종이 피는 소리가 들렸다.
"About 30 years ago...
Chief 큐레이터 Brooke과 저의 첫 만남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젊은 아티스트였던 저는 브루클린 뮤지엄에서 전시를 하게 되었고, 제 전시를 담당한 어시스턴트 큐레이터가 Brooke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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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두 사람은 각자의 열정이 이끄는 길을 따라 예술계에서 30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다시 만난 2017년, 메디슨 스퀘어 공원에 "빅 블링" 이라는 작품을 선보인다.
빅 블링은 뉴욕 공공 예술계의 센세이션이 되었고,
2019년 세계 미술계에서 최고점이라고 여겨지는 베니스 비엔날레에 발탁되어
마틴은 미국관을 대표하는 아티스트, Brooke은 커미셔너로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성취하게 되었다는
의미 있는 스토리.
30년 세월의 커리어.
난 공원에서 일한 지 4계절..
이제 겨우 1년
콧웃음이
귀는 마틴의 연설을 듣고 있지만 머릿속은 서서히 나만의 세상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흠. 미래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인생이 정말 돌고 돈다면, 내가 갔던 장소들, 함께 일하는 사람들
모두 나와의 어떠한 인연일 수도 있을까?
공원관리. 내가 선택한 강행군.
도시공원과 조경이 마냥 좋아서 시작된 이 여정이
어떻게든 계속될 것 같다는 강한 느낌이 직감적으로 왔다.
“hey”
나의 딥한 모먼트를 와장창 깨는 속삭임
추가로 샴페인에 쩐 입냄새 -_-;
얼마 전 새로 시작한 큐레이터다. 뉴욕 현대 미술관에서 이직. 이탈리아어, 스페인식 스페인어가 유창한 내 또래의 여자.
우월감이 실린 말투와 행동은 모범급 비호감으로
나는 그녀와 필요한 인사 외에 일부러 말을 이어간 적이 없다.
“나 너한테 궁금한 게 있어”
“뭐? “
“넌 하버드에서 공부했잖아. 근데 왜 이런 노동 일을 하고 있는 거야?”
공원 설계를 잘하려면 운영과 관리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디자이너들의 역할은 리본 컷팅식을 하며 끝나지만 공공장소의 시작은 사실 그때 부터거든.
라고 소곤거리며 구구절절 대답을 주기 귀찮았던 난..
“이 공원에 쉑쉑버거가 있잖아"
“뭐??? 풉ㅋㅋㅋ!!! “
샴페인 침 튀기는 입을 틀어막고는
"뭔 말하는 거야. 진짜 이유가 뭔데? “
“Shhhhh 쉿 “
옆에 서있던 다른 스텝이 검지를 입술 위에
얹고 우리를 빤히 쳐다보았다
이 때다
그녀를 등지고 한 발자국 떨어졌다.
여전히 비호감 말투와 애티튜드
몇 분 전만 해도 커리어에서 만나는 인연들의 의미와 소중함에 대해 생각했는데…
얘와의 인연은 그냥 스킵해도 될 것 같다.
급행열차가 비정차역 지나치는 것처럼.
하지만 그녀의 단도직입적인 질문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반가웠다.
왜일까?
난 하버드 대학원을 나와 빗자루를 쥐고 공원 청소를 하고 있다.
누구의 관심을 바란것도 아니지만
궁금할법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나에게 묻지 않은
그 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