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원에서 노동을 하며 어느 순간부터
내가 하버드 대학원을 나왔다는 사실이 굉장히 불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누군가 그랬다 H bomb; 히읗 폭탄
공격용, 방어용 모두 가능한 단어. 게임을 단숨에 끝내버리고 싶으면
"저 하버드 나왔어요" 한마디면 된다고.
하지만 중, 고졸 공원 스텝들 사이에서 어쩌다가 흘러나온 대학 이야기는
폭탄 아이템이 아니라 대화를 단절시켜 버리는 서버 셧다운 소재였다.
뉴욕 화이트 컬러 직업시장, 밣히는게 가방끈이고 발에 치이는 게 명문대생들이다.
사람들은 서로의 학력에 대해 큰 호기심을 가지려고 하지도 않았을뿐더러
명문대 나왔다고 대단하다고 여기는 그런 분위기도 없었다.
(일을 잘해야지)
하지만 오피스에서 은근 신경 쓰이게 하는 동료들은 간혹 가다 있었다.
한 번은 단체로 점심을 먹고 있는데 맞은편에 앉은 그래픽 디자이너 왈
"나 교수 중에 하버드 디자인 대학원 나온 사람 있는데 유성팬 냄새 중독된 변태였어.
하버드 졸업생들은 제정신이 아닌 듯?"
같은 귀여운 공격을 해온다던지.
하버드 디자인 대학원에서 보낸 시간은 내 인생에서 소중했다.
도시 조경과 설계에 흠뻑 빠져 많은 것을 배웠고, 더 넓은 시야를 가지게 되었으며,
귀감과 영감을 주는 열정적인 사람들을 만났다.
결코 쉽게 얻은 학위가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공원 일을 하는 데 있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았을뿐더러
오히려 내적으로 쓸데없이 자존심만 세우게 했다.
공원에서 일하는 동안 소중하고 자랑스럽다고 여겨온 나의 일부를 접어두었다.
굳이 드러낼 이유도 없었지만…
하지만 내세워야 할 필요가 있을 때는 있었다.
"내가 낸 세금으로 이렇게 공원을 굴려???
매니저 나오라고 해!!!"
(우리 공원은 뉴욕시 세금 1센트도 사용하지 않는다)
미화를 지위 낮은 일로 보고 우리 팀원들을 건드리는 갑질러들
통제욕구 폭발하는 근방 주민들
이런 권위주의자들을 상대할 때 학벌만큼 사용하기 좋은 외부 지표는 없었다.
히읗 폭탄을 사용할 때… 두구두구.
나는 앞면에 "HARVARD 2015" 학교 이름과 졸업 년도가 크게 박힌
크림슨 색 폭탄 모자를 머리에 쓰고 그들을 환대하러 갔다.
조금 전까지 매니저 찾던 그들의 기세는
막상 정상인의 언어와 태도를 보이며 빠르게 수그러들었고
불편 사항은 "아, 네. 그 정도면 됐습니다." 하며 접었다
직격탄
공원의 정신 이상자들은 무전기 통신으로 쫓고
갑질러들은 학교 이름이 대문작만 하게 적힌 모자로 쫓아냈다.
폭탄으로 사용하긴 했지만 현장에서도 나름 쓸모가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