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고 울며, 결국 살아낸 이야기
10년차 프리랜서 구성작가로 살면서
내 안에 수많은 이야기들이 쌓였다.
누구나 겪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았던 구성작가의 현실.
혼자 감당하기엔
너무 많은 이야기들을 품고 있었다.
터지기 직전이다.
그래서 결단했다.
이 침묵을 깨기로.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에,
'구성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사람들은 보통 '구성작가'라고 하면 TV 방송을 떠올린다.
방송 포맷을 짜고, 대본을 작성하고,
연예인과 매일 화려한 스튜디오에서 일하는 그림.
나도 한때는 방송 구성작가로 일했었다.
연예인들과 일하는 게 잘 맞는 작가들도 있었지만
나는 아니었다.
솔직히, 생각보다 많이 힘들었다.
연예인들을 폄하하려는 건 아니지만,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들을 매일 상대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물론, 꼭 그것 때문은 아니지만
어쨌든 지금은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영상을
기획하고 구성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TV 방송과 무엇이 다른가!
하는 일은 비슷하다.
하지만 지향점이 다르다.
방송은 대중성과 흥미를 최우선으로 삼는다.
반면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영상은
대외 이미지와 내부 조직 문화를 반영해
메시지 전달력과 목적성을 중시한다.
그러다 보니, 컨펌이나 검수 과정이 많다.
단순히 많은 수준을 넘어, 겁나 많다.
최종 컨펌 이후에도
최종 수정본, 진짜 최종, 진짜 진짜 최종....
이렇게 이름 붙인 파일만 수십 개.
그걸 다 거친 다음에도
수정의 늪에서 빠져나오려면 한참이 걸린다.
외부에 내보이는 메시지의 정확성과 공식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세계이기 때문이다.
방송은 시청률에 목숨 걸지만,
기업・기관 영상은 갑의 취향과 기분에 따라 평가된다.
답정너이면서,
동시에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를 매번 시전한다.
원고를 아무리 잘 써도
클라이언트 취향이 아니면 무용지물.
그 회색지대에서
매일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
그게 바로 프리랜서 구성작가다
이 일기는 고발이 아니다.
분노의 배출구도 아니다.
물론, 전적으로 내 입장에서 쓴 이야기는 맞다.
갑질하는 사람들의 속마음은 모른다.
아니, 별로 알고 싶지 않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다.
그냥... 웃고 싶었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을
어떻게든 웃음으로 승화시켜야
내 멘탈을 붙들고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겪은 부조리를 블랙코미디로 포장하는 순간,
그 상황이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못할 것만 같았다.
그러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것도 하나의 컨텐츠가 되는구나."
"이 갑질은 나름 창의적이네?"
물론, 당하는 순간에는 전혀 웃기지 않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상황의 부조리함이 오히려 코미디가 된다.
무엇보다,
내가 만난 갑질의 순간들 속엔
웃음이 있었고,
치유가 있었고,
그리고 결국, 성장이 있었다.
그래서 이 일기는 고발보다는
'우리는 모두 불완전하다'는 고백에 가깝다.
이 일기를 읽는 분들께 약속한다.
첫째, 모든 이야기는 100% 실화다.
과장하지도, 축소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너무 황당해서 일부는 순화했을 정도다.
둘째, 특정 개인이나 회사를 공격하지 않는다.
이름은 모두 가명이고, 상황도 알아볼 수 없게 편집했다.
목적은 고발이 아니라 공감이니까.
셋째,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이렇게 하면 갑질을 피할 수 있다"는 뻔한 조언은 하지 않겠다.
그냥 함께 웃고, 함께 우는 것으로 충분하다.
넷째, 절망하지 않는다.
아무리 황당한 상황이라도
결국 "그래도 살아남았다"는 톤으로 마무리할 것이다.
우리는 생각보다 강하니까.
프리랜서든, 직장인이든,
사장이든, 아르바이트생이든,
우리는 모두 어딘가에서 갑질을 경험한다.
때로는 당하기도 하고,
때로는 (의도치 않게) 가하기도 하면서.
이 일기가 혹시라도
비슷한 상황에 있는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웃픈 기록이 될 스토리,
이제 시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