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쓰기로 했다.
며칠째 드라마 작업에 손을 대지 못했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갑자기 들어왔기 때문이다.
열심히 달려 두 편의 대본을 마무리했는데,
프로젝트가 잠정 중단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예전 같았으면 허망했을 텐데,
이번엔 달랐다.
드라마 작업할 시간이 생겼다는 생각에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주요 등장인물의 설정은 어느 정도 완성됐다.
캐릭터들의 주요 특징도 뚜렷해지고 있다.
그래서 이번엔 마인드맵을 활용해
그들의 성향과 기질, 내면을
좀 더 세밀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생각보다 너무 어려웠다.
사람을 탐구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요구된다는 걸
실제로 해 보니 알 수 있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면서 어느 순간 새로운 관계보다
익숙한 관계 속에서 편안함을 찾게 된다는 생각.
새로운 관계가 싫다거나
피하고 싶다거나 그런 의미는 아니다.
다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만들어가는 데
예전보다 힘에 부친다.
그 사람의 취향, 가치관, 세계관, 인생관…
상대방을 알아가는 시간이 한때는 즐거웠다.
하지만 이제는 나와 파장이 같은 사람이 아니라면
관계를 이어가는 일이 쉽지 않다.
어찌어찌 만들어갈 수는 있겠지만
'굳이?…' 이런 생각이 드니까.
PD로 일하던 시절,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노숙자부터 기업 CEO, 새터민까지
나이도, 직업도 제각기 다른 사람들의 삶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들과 함께 울고 함께 웃으며
세상을 배우고, 사람을 배웠다.
그 시간은,
어쩌면 지금을 위한 훈련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스도인으로 살아온 내 삶의 여정에
결코 우연은 없다.
하나님의 계획 속에서
내가 지나온 모든 시간이 필요했음을,
그분의 작정 안에
내가 있음을 다시 한번 고백한다.
그 시절의 기억들을 다시 꺼내보자.
내 인생에서 가장 다채로웠던 그 날들.
그 날들 동안 만나게 하신 귀한 인연들이
이 드라마의 캐릭터들을 통해 살아나길 기대하며
다시 작업을 시작하자.